"스페인 하숙"을 보며 여유를 느끼는 이유

조회수 2019. 4. 15. 12: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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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하숙> 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나영석 PD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은 잠시 시간을 멈춘 것 같은 일상과 생각지도 못한 여유를 우리 시청자들에게 전해준다.


나영석 PD는 과거 <윤식당>을 통해 전문 요리사가 아닌 출연진이 직접 요리를 하고, 그곳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한식을 대접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말하자면 <스페인 하숙>도 <윤식당>과 비슷하다. 요리를 꽤 잘하는 연예인 차승원과 <삼시세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유해진, 그리고 요즘 대세이자 차승원의 모델 후배인 방송인 배정남 세 사람이 함께 스페인에서 임시로 하숙집을 운영하며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한식을 대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스페인 하숙>은 <윤식당>과 달리 외국 손님보다 한국 손님을 더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한국 사람들이 ‘스페인 하숙’이라는 간판을 보고 ‘어? 한국 간판?’이라며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하숙집 문을 두드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외국인 손님들은 호기심으로 찾는 경우가 잦다.

출처: tvN

어찌 보면 손님을 맞아서 식사를 대접하는 게 다인, 굉장히 무료하고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스페인 하숙>에 사람들이 끌리는 이유는 ‘절대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순례길 걷기’에 나선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며,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무언의 감정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뚜벅뚜벅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한국 순례자들, 그들은 왜 그 고행길을 자처해서 걷고 있는 것일까? 그 쓸쓸한 길 위에서 오랜만에 한식을 먹는 기분은 어떨까? 오랜만에 모국어로 나누는 대화 속에 그들은 어떤 감정을 담고 있을까?


그 모습은 다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이, 보는 것만으로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한다. 참 기묘하게도 이 프로그램은 그렇다. 또한 외국인 순례자가 스페인 하숙에 들러 한식을 먹고 “Wow, very good!”이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괜스레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에게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제공하며, 순례길 하숙집 중에서도 유독 깨끗한 룸 컨디션과 ‘바가지’ 없는 정가로 순례자를 맞이하는 출연진과 보이지 않는 스텝들의 노고 또한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출처: tvN
출처: tvN

우리가 미처 가 보지 못한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을 만나고 대접하고 보내는 출연진의 모습. 이것은 마치 삶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도중에 만나는 인연 같다. 그들이 소박하게 나누는 담소는 나의 이야기가 아님에도 삶에 대한 많은 고민과 깨달음을 담고 있다. 그래서 시청자는 이 프로그램에 더 정을 갖게 된다.


늘 답답한 회색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 일상을 쫓기듯이 보내는데도 휴일조차 ‘남들처럼 쉬지 않으면 안 돼’라는 기분으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람들. 하지만 스페인 하숙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어딘가에서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다시 모르는 곳으로 걸어 떠날 뿐이다.


그들이 걷는 발걸음을 천천히 바라보며, 그들이 걸은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고요히 들으며, 우리는 상상해본 적 없는 여유를 느낀다. 비록 우리가 그들처럼 천천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스크린을 통해 그들을 만나 함께 스페인 하숙에서 쉬어갈 수는 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보면 ‘본 적 없는’ 여유가 느껴지는 모양이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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