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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아빠, 아빠 같은 사람이 가만히 있는데 누가 나서겠어요, 이 ‘남성문화’ 안에서”

그럼 다른 사람도 아빠 핑계를 대면서 입 다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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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정준영 동영상’(제목이 이거였다고)을 공유한 사람은 아버지의 rotc 동기 모임에 뒤늦게 합류한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그 링크를 눌렀을 때 어머니가 마침 옆에 있었고 어머니는 크게 화를 내셨다 한다. 지난주 아버지의 생일 기념 저녁 식사를 한 후 오빠네 가족들이 집에 가고, 나와 아버지와 어머니 셋이 있을 때 어머니가 이 화제를 꺼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아버지는 보려고 한 게 아니라고 그 자식은 대체 왜 나한테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고, 어머니와 나는 보낸 사람에게 그런 거 보내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하라고 했다. 그런 거 받고 좋아할 사람으로 취급한 것에 분개하라고 했다. 아버지는 망설였다.


아버지는 빈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적당히 넘어가는 것도 없는 사람이다. 앞에서 적당히 알았다고 하고 정작 하지 않을 행동을 무마하려는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그때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준 걸 이해한다. 그러지 않았다면 더 말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망설일 정도로, 이게 정말 남성문화 안에서는 문제 제기하기 쉽지 않구나 싶었다.

아빠. 근데 진짜 ‘정준영 동영상’ 건에 대해 학생들 반응이 좀 달라. 애들은 자기네들이 괜찮다고 생각하던 또래 남자애들이 여자를 이렇게 취급하고 있다는 게 정말 충격인가 봐. 학생들은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우울해하더라고요. 정말 심각한 문제라는 거죠. 그런데 그걸 아버지 또래에서도 공유하고 있는 게,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떤 기분일 거 같아요. 

아버지는 그렇겠다고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바른말 잘하고 꼬장꼬장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아빠 같은 사람이 가만히 있는데 누가 나서겠어요. 아빠가 가만있으면 다른 사람도 아빠 핑계를 대면서 입 다물 거야. 그러니까 아빠가 해야 해.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 들은 이야기는 이렇다. 아버지는 그걸 보낸 사람에게 이런 거 보내지 말라고 했고, 그 사람이 모임 전체의 단톡방이 아니라 개별 톡으로 보냈으므로 아마 개별로도 이런 영상을 받은 사람이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모임의 대표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그 결과 단톡방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런 동영상 공유하는 행위는 금지한다는 공지가 올라갔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 단톡방에서 자신이 아내와 딸에게 얼마나 혼이 났는지, 그리고 정말 이런 걸 공유하는 건 너무 나쁜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자신이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구구절절 쓰셨고, 단톡방 분위기는 천 년의 침묵이 흘렀으나 다시는 아무도 그런 짓을 할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오늘 부모님께 인터넷으로 선물을 하나 사서 보냈는데, 꼭 이것 때문은 아니다… 하여간 이 모든 걸 엄마가 전해주면서 매우 통쾌해하셨다. 그 통쾌함에는 평소 정의의 화신처럼 구는 구석이 있는 아버지를 정의의 문제로 계몽시켰다는 기쁨이 있으셨던 것 같다. 어쨌든 간에, 수치심을 잃은 인간은 모든 것을 잃은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드는 나날이다.


원문: 권김현영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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