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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정준영이니 승리니, 이런 일들에 왜 놀라지 않냐고 너는 물었지

이 모든 것 전에, 고마움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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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정준영이니 승리니 이런 일들에 왜 안 놀라냐고 네가 물었지. 소라넷 터졌을 때 반응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뭘 새삼스럽게. 한숨 쉬던 네가 떠오른다. 어떻게 피하냐고, 도대체 이런 세상에서 누굴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외로 희망이 없진 않아. 아이러니하게도 꼴 보기 싫은 애들이 늘 떠들 듯 모두가 그렇진 않거든. 거르다 보면 조금은 안전해. 남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너무 빻은 애들은 거르기 쉬우니까, 평범해 보이는 애들 먼저 살펴. 야동 몰카 이런 걸 소비한 사람을 먼저 걸러야 할 거 같지? 아니야. ‘깨끗한’ 사람을 먼저 걸러. 나는 그런 걸 소비 안 했으니 억울하다, 내 주변에 없더라, 소수로 전체를 매도 말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을 먼저 걸러. 그 사람들이 더 위험해. 그런 사람들은 맥락이라는 걸 모르거나, 상황과 상관없이 자신은 언제나 깨끗하지 않으면 못 견디기 때문에 널 더럽다 말할 사람이야. 누군가 아래에서 피투성이로 굴러도, 지는 그 피가 튀지 않는 가장 높은 곳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야.


그런 애들이 주로 보기에는 똑똑해 보여서 긴가민가 싶겠지만, 설마 저렇게 배우고 저런 걸 아는 사람이 저러겠어? 싶겠지만. 괜찮아, 나 믿고 걸러. 차라리 내 주변에도 저런 애들이 있었지, 하는 사람이 더 믿을만해. 현실을 본 사람에게만 네 현실을 말할 수 있는 거니까. 적어도 그 사람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거든.


자기 의지를 막 강조하는 애들도 걸러야 한다? 왜 그러냐고? 있잖아, 인간은 태어난 직후에 부모가 안 보살펴 주면 죽어. 그것도 일주일, 한 달, 1년? 아니. 우리는 꽤 오래 보살핌을 받아야만 목숨을 이어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데. 그러면서도 보살핌받은 애들은 보살펴 준 사람을 등 뒤로 하고 각자 살아가야 하지. 돌봄 노동은 그런 거야. 노동의 결과물이 노동자에게 결코 돌아오지 않아. 마치 우리 스스로 지금의 우리가 된 거 같지만, 잊지 말아야 해. 내 지금의 의지마저도 그 보살핌 아래서 자라났다는 걸 말이야.


말하자면 그런 거야. 내 의지로 나쁜 짓을 안 했다, 나는 이런 의지의 인간이니 깨끗하다, 이런 애들은 결국 앞서 말한 거랑 똑같아. 자신은 어떤 보살핌 속에 자랐는지조차 모르는 배은망덕한 애들이지. 보살핌을 받지 못한 이들, 그런 의지를 가질 수 없는 이들에 대해 폄하하는 걸 넘어서, 그런 의지를 품지도 생성도 못 한 사회에 대한 생각은 대충 넘겨버리고, 나 자신은 결코 실수할 거라고 믿지 않거든. 차라리 나의 의지마저 믿을 수 없으니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나는 나약해 언제든 깨어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좀 더 믿을만해.


더 고귀한 가치 운운하며 정치 혹은 신념을 끌어들이는 애들? 말해 뭐하냐. 듣다 보면 좀 헷갈리기도 하잖아. 왜, 이런 거 다 음모니 이런 걸로 정말 중요한 걸 놓치면 안 되느니 하는 애들. 해당하는 사람들의 삶이 어찌 되든 말든 그런 건 대의보다 사소하다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일 때면, 진짜로 우리가 사소한 거 잡고 물고 늘어지는 거 같잖아. 그치.


신기한 얘기하나 들려줄까. 지금이랑 비슷한 페미니즘이 나 태어날 때쯤인 1980-1990년대에도 있었대. 생각해봐. 그때는 신여성들이 없었게? 최승자나 전경린의 글은 왜 지금도 와닿게? 지금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거야. 뭔 말이냐면 IMF니, 자본주의니, 나라와 정치니 뭐니 ‘더 크고 중한 문제’ 때문에 그때 올라왔어야 하는 일들이 해일에 쓸려서 사라졌다가 다시 드러난 거야.


그때부터 시작했으면 적어도 더 살기 좋아졌지 않을까? 언제까지 밀려가야 할까. 이만큼 미뤄놓았으면 이자까지 쳐야 하는 게 아니겠어? 미루는 거 좋아하는 애들은 끝까지 미뤄놓더라. 그러면 안 돼. 너도 그 사람에게 언제나 맨 끝에 있을 거야. 삶에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어. 너를 포함해 말하는 거야. 돈, 정치, 신념… 그 모든 게 중요한 만큼 너는 중요해. 헷갈리지 말고 그런 애도 걸러.



다만 이 모든 것 전에, 우리 있잖아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가지자. 너 페미니즘 싫다고, 복잡하고 머리 아프고 너무 과하다고 했잖아. 나 솔직히 과한 애들 싫고 무섭고 때때로 눈살 찌푸려. 근데 걔들한테 깊숙하게는 고맙다. 적어도 1980-1990년대에는 그런 애들조차 있을 수 없었으니까.


누군가 그렇게 과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조개를 줍니 운운하는 이들에게 휩쓸려 지금도 해일 속에 있지 않았을까. 지금과 같은 사회적 지탄은 꿈도 못 꾸지 않았을까. 정준영도 몇 년 전까지는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건, 그 몇 년간 누군가는 나 대신 화내준 덕분 아니겠니. 누군가는 더 화를 내주어서 화력이 나온 게 아니겠니.


궁금한 걸 조금만 참자. 피해자 검색하지 말자. 아니, 어떤 피해자의 이름에도 집착하지 말자, 어떤 것도 묻지도, 검색하지도, 낙인찍지도 말자. 중요한 건 찍은 사람이지 찍힌 사람의 이름이 아니잖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 걸 떠나서 피해자라면 곁에서 손을 잡아주고 함께 울어주자. 우리는 그 사람의 말을 들어줄 귀가 되어주면 되지 않겠니. 말하지 못할 때는 우리가 그 사람을 대신하는 입이 되어 주면 되는 거 아니겠니.


마지막으로 겁먹지 말자. 이 말 왜 하는지 너도 알지? 겁먹는 게 당연하니까. 나도 너도 겁먹고 살고 있으니 겁먹지 말자고 서로 등 두드려주자. 이런 일을 보다 보면 혹시 싶고, 막 다 떠오르고 그렇잖아 그치. 야동 사이트에서 내 이름 내가 갔던 모텔 검색해보고, 내 동네 내 학교 검색하면서 벌벌 떨었던 거. 내 성기 모양이 지저분하게 느껴지고, 사랑받지 못할까, 걸레로 낙인찍힐까 두렵던 거. 손가락질받을까 봐, 그나마도 정상적인 삶을 잃어버릴까 봐, 공격당할까 봐, 화면에 나올까 봐, 버림받고 밟힐까 봐, 가져본 적도 없는 나를 잃을까 봐 눈물 나게 무섭던 거. 야, 나도 늘 겁이 나는데 내가 왜 모르겠니.


겁먹지 말자. 괜찮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괜찮아지지 않겠니. 마음이 깜깜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어떤 밤이 무섭겠니. 부당하면 목소리를 내고, 나쁜 일이 일어나면 나쁘다 하고,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고 하자. 걸러낼 애들을 걸러내고, 더 공부하고 합창하며 나 자신을 지켜내자. 그마저 어렵다면 그렇게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마음을 보내자. 알지? 살면서 나를 구원해준 건 수많은 언니였지 오빠가 아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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