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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관점 투자는 새 돌파구가 될 겁니다" 인베스팅 인 우먼 디렉터 제임스 수캄누스 인터뷰

조회수 2019. 3. 14.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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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잠재력 실현이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든다

세계적으로 ‘젠더 이슈’가 화두다. 국내에서도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과 더불어 젠더에 대한 논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지난해 3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소셜섹터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할 ‘젠더관점의 투자 보고서’가 발간돼 화제가 됐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 편견과 차별이 일어나는 국내에서 젠더관점 투자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인베스팅 인 우먼(IW)의 임팩트투자 파트너십 디렉터 제임스 수캄누스는 지난해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2018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라오스에서 태어난 이민 세대로, 코넬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지역계획 및 국제개발학 석사, 경제개발 박사를 받았다. 월스트리트, 마이크로파이낸스 평가기관, USAID 등을 거쳐 여성의 잠재력 실현이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IW에서 일한다.

‘인베스팅 인 우먼’의 임팩트투자 파트너십 디렉터 제임스 수캄누스

호주에 있는 IW는 젠더관점 투자를 고민하고 실천하며, 동남아 빈곤퇴치와 경제성장을 지원한다. 본지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4일 포럼에 앞서 제임스를 만나 임팩트 투자에서의 젠더관점의 필요성과 사회적경제 관점에서 아시아 내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례를 들었다.


인터뷰어 소개


이명희(마리)는 개발도상국 사회적기업 기금지원 및 자원 연계 사업을 했다. 사회적 목적이 있는 기업(관)이 더 잘되려면 그 임팩트가 제대로 보여야 한다고 믿고, 국내외 사회적기업이 사회에 끼치는 긍정적 임팩트를 적절히 정리하고 설명하는 일을 최근 새롭게 시작했다. 사회적 임팩트의 적절한 평가와 설명이 돈과 사람이 있는 국제개발협력과 사회적경제로 흘러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벤처자선가들의 아시아네트워크인 AVPN에서 한국컨설턴트로, 한국사회적기업공제사업단에서 임팩트리뷰팀 팀장으로 현재 일한다.



임팩트투자 전문가, “젠더관점 투자, 포화된 세계시장에 새 돌파구 될 것”


Q.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다. ‘인베스팅 인 우먼(이하, IW)’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IW는 호주 정부가 개발원조기금으로 2016년 하반기에 시작한 동남아시아지역 여성경제개발을 위한 임팩트 투자를 이끄는 단체다. 개별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지는 않지만 젠더관점의 임팩트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고, 여성 경제개발을 하는 펀드운용사와 협력해 펀드(fund of funders) 운영을 한다. 현재 사무소는 필리핀에 있고, 주요 사업지역은 호주정부에서 경제적인 잠재력과 역동성을 기반으로 선정한 4개 국가(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의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4가지 사업 분야로 나누어 일한다. ▲다국적기업 및 다양한 기업체의 연합을 구성해 기업 내 여성의 리더십 및 역할을 제고하고, ▲젠더관점을 갖고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사에 투자펀드를 지원하며, ▲정부와 파트너십을 통한 여성의 경제활동을 장려한다. 또한 ▲연구사업 지원 등을 통해 국가·지역별 젠더 정책 옹호 활동을 한다. 4가지 사업 분야 중 임팩트투자 펀드 조성이 가장 큰 예산을 차지하고, 전체 예산 4,500만 호주달러(약 450억 원) 중 60%(약 270억 원)를 임팩트 투자사를 통한 임팩트 투자펀드 지원에 사용한다.

출처: 인베스팅 인 우먼
인베스팅 인 우먼은 젠더관점의 임팩트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의 일을 한다.

Q. 임팩트투자에서 바라보는 사회적 가치가 다양할 텐데, 특히 IW가 여성경제개발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는 이유는.


A. 전통적으로 여성은 경제력을 향상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여성의 경제적 가능성도 저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새로운 경제 발전의 동력을 찾지 못하는 현대사회에서 여성 참여가 전 세계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이미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다.


젠더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여성들은 전 세계적으로 전체 소비의 80%를 차지한다. 경제력이 높아질 경우 이 소비 역량은 더욱 커진다. 여성 경제력 향상이 지닌 긍정적 임팩트의 단서들도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상속의 70%가 여성으로부터 이루어진다. 아시아에서는 도시 가계소득의 83%가 여성의 기여로 이루어지고, 중소기업 분야에서도 여성들이 자신의 잠재력만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한다면, 2030년까지 현재 소득 수준의 12%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이러한 것들이 젠더관점에서 투자를 할 경우 큰 시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들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은 기업 중 여성 CEO가 있는 기업은 3%대에 그치고, 전통적으로 여성은 ‘기업가 정신’, ‘위기 관리’, ‘열정’ 등의 항목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여성의 경제발전을 통해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단체들이 노력하는데, 이들을 3가지 분야로 분류해볼 수 있다. ▲젠더관점을 가진 회사에 자금을 공급하거나, ▲양성 고용평등을 이루는 기업의 활동을 장려하거나, ▲젠더관점이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IW는 이중 첫 번째, 젠더관점이 있는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한다.


Q. 얘기를 들어보니 한국뿐 아니라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저조한 것은 전 세계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A. 맞다. 여성 리더가 드물면 여성의 삶을 이해하는 기업문화가 생기기도,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도 어렵다. 결국에는 여성이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고 여성을 통한 경제발전을 가로막아, 경제적 측면을 넘어 사회적 측면에까지 여성의 긍정적 임팩트를 줄이는 악순환을 만든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에서는 제약을 받아온 여성의 경제발전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세계적으로 12조 달러, 아시아태평양지역은 4조5천억달러의 추가적인 경제발전을 이룰 것으로 조망했다. 여성의 경제 발전은 사회적으로 당연한 일일 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포화된 세계 경제시장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거라 본다. 이것이 우리가 젠더관점 투자에 주목하는 이유다.

출처: 씨닷
국제포럼에서 발표하는 제임스

Q. IW의 젠더관점 투자는 어떤 내용으로 이뤄지나.


A. IW의 임팩트 투자펀드는 임팩트투자사를 파트너로 해 이들을 통해 주로 여성 고용 효과가 큰 초기 또는 성장기 중소기업(5~300명 규모, 연매출 10만~1,500만 달러/1억~150억 원)에 투자한다. 실제 개별기관 단위 투자 금액은 25만 달러(약 2억 5,000만 원)에서 50만 달러(약 5억 원) 정도다.


IW는 임팩트 투자사에 펀드를 제공하는 기관(fund of funders)으로, 파트너십을 맺는 임팩트 투자사와 실제 투자 대상 기업에 구체적인 젠더관점 행동계획(action plan)을 요구한다. 매달 파트너 투자사를 만나서 행동계획의 실행 유무와 진척도를 확인한다. 구체적으로는 ▲여성 관점의 비즈니스 ▲여성 기업 소유 정도 ▲여성 이사회 비율 ▲여성 리더십 확대 사항 등이다. 어느 정도 비율로 여성이 참여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이러한 상호 확인 과정에서 각 회사들은 젠더 관점 경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때 많은 회사가 자가 진단을 통해 남성 중심의 리더십 구성 및 회사 운영을 깨닫고 놀라기도 한다. 이 같은 젠더 관점의 깨달음과 수용 과정이 이후 직장 내 성희롱 교육, 인사 정책 등에 반영된다.


Q. 한국은 아직 젠더관점 투자가 초기 단계인데 IW는 이미 많은 실험을 하는 듯하다. IW에서 진행하는 젠더관점 임팩트투자의 진행 방식은 어떻게 되나.


A. 우리는 회수하기 위한 투자금을 제공하지 않는다. 젠더관점 임팩트투자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2년에 한 번씩 공모를 통해 투자사들을 파트너로 선정하고, 선정된 파트너 투자사에는 임팩트 투자금으로 쓸 수 있는 지원금(grant)을 제공한다.


2017년에 시작한 첫 번째 임팩트 투자사 공모 및 선정 라운드가 끝난 상태고, 두 번째 라운드는 2019년 6월에 시작한다. 현재 선정된 임팩트 투자사는 ▲지분 투자에 강한 파타마(Patamar) ▲혼합형 금융, 메자닌 투자를 하는 사회적기업지원기금(SEAF) ▲농업 전문 펀드운용사 루트캐피탈(Root capital) ▲개발협력사업 투자사인 C4D 등 총 4개다. 현재 이 파트너기관들과 4개 국가 7개 프로젝트에 투자했고, 앞으로 총 15개에 투자처를 발굴할 예정이다.


Q. 들어보니 직접 투자보다는 다양한 임팩트 투자회사를 파트너로 해서 이들을 통해 투자하는 듯하다. 특별히 그런 전략을 구현하는 이유가 있나.


A. 우리가 여성의 경제발전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니 임팩트투자의 실제 사례나 여성 삶의 변화에 대해서 잘 알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IW는 임팩트 투자사에 펀드를 제대로 잘 지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또한 막상 실제 투자 대상을 마주한다면, 우리 스스로 투자 편향성이 생길 수 있고, IW의 지원금으로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면 피투자자로부터 간접적인 청탁을 받게 되는 등 투자금에 대해 도덕적 해이가 있을 수 있기에 직접 투자 방식을 지양한다. 현재 IW의 임팩트 투자 펀드는 운영 2년차로 임팩트 평가를 위해 여성 권한 신장, 지역 발전 등을 조사한다.


Q. 임팩트 투자를 실제로 하거나, 하려고 계획하는 투자사에는 엄청난 자극제가 될 것 같다. 파트너 투자사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


A. 첫 번째 라운드에서 투자사 선정 시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2016년 말 당시, 이미 현장에서 역할하는 챔피온(champion) 격의 투자사를 선정하는 것이었다. 기존 해당 분야에서 역할을 하는 투자사를 면밀히 분석하고 IW와 함께 일하도록 하는 것이 동남아시아에서 젠더관점 임팩트투자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기준으로 50%의 투자사는 약 1,000만 달러(약 100억 원)의 기금으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는 곳을, 나머지 50% 투자사는 여성 경제발전 관련 임팩트가 가능한 기업에 지분 투자로 적극 개입하는 곳을 선정했다. 내년에 있을 2기에서는 동남아시아 투자에 관심이 있는 글로벌 투자자를 모을 예정이다. 지분 투자와 함께 대출 방식의 투자도 함께 고민해 좀 더 젠더관점을 가진 중소기업에 유연하게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투자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국제포럼 참석 전 인터뷰하는 제임스와 개발도상국 사회적기업 지원 전문가 이명희 객원기자

Q. 앞서 얘기한 부분 중 투입되는 돈의 성격이 투자금이 아니라 지원금이라는 사실도 신선하다.


A. 선정된 투자사에는 지원금 성격으로 펀드가 지원되며, 총 10년을 계약 기간으로 한다. 그 기간 동안 수익이 창출될 경우 임팩트 투자기금으로 수용되며, 계약 기간을 2년 남긴 8년 이후부터 프로그램 계약 기간 종료에 따른 사업 논의를 호주 외교통상부(DFAT)와 직접 하게 된다. 계약 기간 종료에 따른 출구 전략의 목표를 여성 중심 중소기업에 투자를 통한 임팩트 창출로 명시한다. 각 투자사는 계약 종료 후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원금을 최종 투자 및 집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투자 계획 및 비용 계획을 데이터에 제시해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4개 임팩트 투자사에 이루어진 펀드 지원은 각각 약 500만 달러(50억 원 규모)다. 파트너사에 지원된 펀드의 경우 70%는 직접 지원비, 30%는 기업가치 평가 및 포트폴리오 구성 등에 대한 기술 지원에 사용되도록 설계한다.


Q. 임팩트투자 기금 사업 이외에도 여성의 경제적 참여와 발전을 위해 생태계 조성과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데.


A. 임팩트 투자금 지원을 통한 젠더관점 투자 지원뿐만 아니라, 임팩트투자 분야 내 젠더관점 투자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 젠더관점 투자에 대한 정보 생산을 지원하고 확산을 장려한다. 실제로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 등 영향력 있는 임팩트투자 연구기관 및 네트워크를 통해 젠더관점이 들어간 임팩트투자 리포트 발간을 지원하고, 젠더관점 실무그룹(working group)을 구성해 논의를 확산한다. 크라이테리온연구소(Criterion Institute)라는 젠더 이슈 전문연구소와 연구 작업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여성고용이 주가 되는 것을 고려하다 보니, 서비스, 농업, 교육 등에 주로 집중한다. 앞으로는 여성이 약하다는 선입견이 있는 기술과학공학수학(STEM) 분야에 집중하고 싶다.

그는 젠더관점 투자가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문: 이로운넷 / 인터뷰: 이명희 이로운넷 객원기자 / 편집: 라현윤 이로운넷 기자 / 사진: 이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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