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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콘텐츠 창작자에게 건네는 말

어떤 콘텐츠 창작자가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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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이하 보랩)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입소문과 합창으로 번진 이 영화의 인기는 국내 300만 명의 관람객을 영화관으로 불렀습니다. 영화를 여러 번 관람하는 ‘N차 관람’과 영화를 보면서 합창하는 ‘싱어롱 관람’ 등의 문화를 확산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저도 조금 늦었지만 지난 주말 보랩을 관람했습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흘러나온 퀸 노래 덕에 전혀 지루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나온 20분간의 ‘라이브 에이드(Live Aid)’ 무대에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이래서 보랩, 보랩 하는구나 싶었죠.


보랩이 왜 열풍인지, 왜 큰 인기를 끄는지 살펴본 기사와 글은 이미 많이 나왔습니다. 또 저는 음알못이기 때문에 음악 얘기를 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이 영화에서 재미있게 살펴봤던 점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이 영화에서 배우고 느낀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보랩과 퀸,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에게서 배웠던 크리에이터의 자세에 대해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영화를 볼 예정이시라면 영화를 보신 뒤 읽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관객들이 밴드가 되는 노래’를 만들자


2번의 발 구름, 1번의 박수. 이 소리를 연속해서 들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밴드는 ‘퀸’, 노래는 ‘We will rock you’ 입니다. 관객은 공연을 보는 내내 손과 발로 노래의 리듬을 맞춰가며 노래를 완성합니다. 영화에 나온 대사처럼 그야말로 ‘관객이 밴드가 되는 순간’이자 ‘관객들이 연주하는 노래’입니다.


관객이 함께 참여해서 완성하는 이 노래는 합창에서 빛을 발합니다. 영화 후반부에 나온 10만 명의 관중과 함께 연주한 ‘We will rock you’는 실제 1985년 7월 13일 라이브 에이드에서 공연한 것으로, 20년이 훌쩍 넘은 시간에도 아직 전설의 합창으로 불립니다.


보랩에는 노래 ‘We will rock you’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옵니다. 기타를 담당했던 브라이언 메이는 관객이 참여하고, 관객도 밴드가 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연습실에 있던 멤버와 그들의 아내를 모두 무대 단으로 올려보내죠. 그러고는 박자를 만듭니다. 그것이 그 유명한 바로 2번의 발 구름과 1번의 박수입니다. 

이 소리의 반복이 노래의 중요한 리듬을 만들고 퀸은 거기에 멜로디를 더합니다. 노래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이 합주하고, 퀸이 노래하는 방식이죠. 관객은 이 노래가 흐르는 내내 신납니다. 자신이 합주하는 소리에 퀸이 노래를 부른다는 생각, 노래를 단순히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 나뿐 아니라 다른 관객과 하나가 되어간다는 경이로움 때문입니다.


그렇게 ‘We will rock you’는 퀸의 대표곡이 되었고, 2번의 발 구름과 1번의 박수만 연속해서 들어도 자연스레 퀸이 생각나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팬을 노래와 참여로 묶은 덕분입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팬이 적극적으로 콘텐츠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 방식은 댓글이 될 수도 있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과 같은 소통이 될 수 있습니다.


공감되는 주제와 메시지 발산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이 이야기야’라며 적극적인 공감을 끌어내고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도록 만드는 것도 팬이 창작물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일 수도 있죠. 더 나아가서 하나의 창작물을 팬과 함께 만드는 시도도 있습니다. 팬으로부터 소재를 투표 받고 이를 기반으로 함께 창작물을 만들어보는 거죠.


야구 경기를 직관할 때 재미있는 점은 내가 이 경기에 함께 한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선수별 다양한 응원 구호, 응원 노래를 다른 팬들과 함께 합창하면서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느낌과 퀸의 we will rock you를 발 구름과 박수 소리에 맞춰 부르는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습니다.


창작 채널을 ‘나만의 채널’이라고 생각하기보다 팬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 팬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 어떤 것을 더 함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1977년에 발매되어 40년도 더 지난 이 노래가 2번의 발 구름과 1번의 박수만으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유는 관객이 함께 만드는 콘텐츠라는 부분에 있습니다.



‘안 된다는 것’에 도전하는 실험 정신


퀸이 활동할 당시만 해도 라디오는 매우 중요한 확산 매체였습니다. 노래의 인기와 대중의 선택은 라디오에서 나왔습니다. 라디오를 잡아야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었죠. 그 당시 라디오에 나올 수 있는 노래에는 중요한 룰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3분 이내’의 노래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룰에 맞춰 모든 노래가 3분 이내로 만들어질 때 퀸은 6분 길이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를 들고나옵니다. 당시 기획사이자 음반 제작사였던 EMI는 반대를 외칩니다. 6분 이상이고 곡 전개가 난해하며 노래 제목 역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 노래는 그동안의 ‘성공 법칙’에 어긋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반대에 프레디 머큐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장르를 섞고,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밴드 퀸이다.

그렇게 탄생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아쉽게도 업계 관계자와 비평가의 혹평을 받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었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달랐죠. 노래에 오페라 요소를 섞는 등 실험적 창작물임에도 큰 인기를 얻습니다. 이 노래가 영국 1위, 미국 빌보드 9위에 기록되면서 밴드 퀸은 세계적인 밴드로 도약합니다.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면서 반복되는 음악을 들었던 대중에게 새로움을 전해준 것입니다.

콘텐츠에도 자연스럽게 성공 법칙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모바일 시대에 맞춰 긴 호흡의 글보다는 짧은 호흡의 글을 쓸 것, SNS용 영상은 1분 내외로 제작할 것, 속도감 있는 영상 편집으로 영상 콘텐츠의 맛을 더할 것, 리스티클 콘텐츠는 카드형 콘텐츠로 만들 것 등이 대표적인 콘텐츠 성공의 법칙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결코 이런 기존의 ‘룰’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분께는 기존의 룰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이런 룰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기초적인 창작의 내공과 기본을 쌓을 수 있죠. 하지만 아쉽게도 이미 알려진 성공의 룰은 모두가 하는 것입니다. 결국 결과물도 같게 마련이죠. 눈에 띄어야 주목받는 시대에 이런 성공의 법칙은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퀸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만들 때 했던 것과 같이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우리의 색깔은 무엇인지, 어떤 실험을 해보고 싶은지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었습니다. 성공의 기본 원칙을 따라해서 ‘평균’에 머물고 마는 것보다는 새로운 도전으로 의미 있는 행보를 만들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10만 명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힘을 활용


퀸이 다시 주목받은 무대는 바로 1985년 아프리카 기아를 위한 성금 행사 ‘라이브 에이드(Live Aid)’ 입니다. 각 가수에게 할당된 20분의 무대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준 퀸은 이를 계기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이때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후세가 평가합니다.


2014년 영국의회가 선정한 ‘지난 80년간 세상을 형성한 가장 중요한 사건 80가지’ 중 대중음악 분야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등장과 함께 이 무대가 뽑혔습니다. 퀸의 부활을 알린 무대이자 최고의 밴드임을 증명하는 무대였습니다.

영화에도 나왔다시피 원래의 공연 라인업에는 퀸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폴 매카트니, 밥 딜런 등 당시의 큰 인기를 끌던 아티스트들의 출연이 알려지면서 10만 석 전석이 매진되었습니다. 전석 매진이 되고 나서야 퀸이 출연이 알려졌습니다. 즉, 퀸이 무대를 선보였던 10만 명의 관중은 사실 퀸의 출연 때문에 공연을 예매한 퀸의 ‘진정한’ 팬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퀸은 이 무대를 ‘최고의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로 생각했습니다. 기획사와의 잡음, 급변한 음악 스타일 등으로 퀸의 인기가 주춤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밴드 해체설이 돌 정도로 실제로 멤버 간 불화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무대가 중요했습니다. 퀸 때문에 공연을 예매하지 않은 관객을 위해 노래해야 했습니다. 20분이 중요했고, 10만 명의 관중을 사로잡아야 했습니다.


이들이 이 무대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 직전의 인터뷰로 알 수 있습니다. 리포터가 묻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20분밖에 안 되는지라 히트곡 위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그 질문에 퀸은 이렇게 답합니다.

한참 고민했어요. 히트곡을 할지 새로운 걸 해볼지. 근데 20분 안에는 사람들이 아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 멀리 터키에서도 모두가 알만한. (웃음)

라이브 에이드는 전 세계 15억 명이 보는 무대였습니다. ‘실험 아티스트’의 대명사인 퀸도 이 무대만큼은 새로운 실험 무대로 삼지 않았습니다. 저 멀리 타국에서도 알 수 있는 퀸의 대표곡 메들리로 선곡을 했죠. 이 전략은 맞아떨어졌습니다. 10만 명이 합창하고 손뼉 치고 손을 들어 올리며 장관을 만들어냈고 TV를 통해 이 장면을 본 사람들 역시 감동받았습니다.

2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현장의 관객과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공연 흐름(Flow)을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었던 라이브 에이드 무대. 만약 퀸이 이 무대를 ‘새로운 것’을 선보이는 전략으로 준비했다면 어땠을까요? 그 또한 좋은 반응이 있을 수도 있지만 10만 명이 함께 합창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퀸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주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성장의 과정에서는 실험을 택했지만 많은 사람에게 ‘퀸은 건재하다’ 같은 메시지를 주어야 할 때에는 익숙함을 택했습니다. 익숙함은 합창을 불렀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퀸과 퀸의 노래를 사랑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콘텐츠 창작과 발행에도 똑똑한 전략이 필요한 셈입니다.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


프레디 머큐리의 아버지가 프레디 머큐리에게 늘 강조했던 말이 있습니다.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귀담아듣지 않던 이 말을 프레디 머큐리는 점차 이해합니다. 결국 아프리카 기아를 위한 모금 행사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 참여하기로 맘을 잡은 것도 이 말 덕분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아이돌 방탄소년단이 강조하는 것도 프레디가 말했던 것과 같은 ‘선한 영향력’ 입니다. 그들이 갖게 된 창작자의 힘을 최대한 선하게 사용하고 좋은 영향을 발휘하겠다는 것인데요. 유니세프와 함께 전 세계의 아동과 청소년을 돕는 LOVE YOURSELF 캠페인을 하는 것도, UN 총회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들이 가진 영향력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함입니다.

프레디 머큐리가 말했던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은 모든 창작자가 귀담아들어야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좋은 생각을 좋은 말로 옮기고, 그 말을 다시 좋은 행동으로 옮기면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그런 크리에이터가 사회에 더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며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전기 영화이자 음악 영화입니다. 하지만 한 시대의 아이콘을 조명하고 퀸이 1970-1980년대 만들었던 문화를 바라보면 어떤 콘텐츠 창작자가 되어야 하는지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이 밴드가 되어서 한 공간에서 같은 노래하길 원했고, 공연에 꼭 필요했던 밴을 팔아서 그 비용으로 앨범을 만들어 발견의 기회를 스스로 높였으며, 10만 명의 관중 앞에서 그들이 어떤 콘텐츠를 선보여야 20분의 무대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슬럼프와 방황 끝에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을 하는 크리에이터로서 다시 한번 대중 앞에 섰고 이를 계기로 수십 년이 흘러도 여전히 사랑받는 밴드가 될 수 있었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다시 한번 보려 합니다. 그러면 제 인생의 첫 ‘N차 영화’가 될 것 같은데요. 두 번째 보는 영화에서는 첫 번째 봤을 때 보이지 않던 어떤 것이 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원문: 생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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