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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이 말하는 장사 마인드: "장사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조회수 2019. 1. 28. 18: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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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하다 성격 나빠진다?

싸가지 없는 알바가 생기는 이유

출처: SBS 골목식당

백종원 대표는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싸가지없는 알바생이 나오는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처음엔 친절했던 알바생들도 모난 고객들의 대응으로 마음에 생채기가 쌓이며 점차 불친절해진다는 내용이었다.


장사하겠다고, 일하겠다고 서 있는 사람이 망하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손님들에게 의도적으로 싸가지 없을리는 없다. 세상에는 워낙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정말 아주아주 가끔 극히 낮은 확률로 웃는 얼굴에 침 뱉는 사람도 존재하긴 한다.


진심으로 접객을 하다가도 웃는 얼굴에 침 맞는 경우를 한두 번 접하면 비단 알바생 뿐만 아니라 사장일지라도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친절해 봐야 소용없다는 생각과 함께 점차 친절하지 못하게 된다.


사실 서비스직에서 일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들 이런 일을 겪어봤을 테다. 이 캡처 사진이 올라온 에펨코리아의 글에 달린 한이 서린 댓글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장사를 시작하기 전 그렇게도 '성격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사람도 장사를 몇 년 하고 나면 사람이 변한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이런 경우를 보고 '장사꾼 똥은 개도 안 먹는다'라고 표현하신다. 그만큼 장사를 하다 보면 별의별 꼴을 다 보며 속이 썩어나간다는 말이다.



진상만 없으면 장사할 맛 날 텐데

사실 진상이나 갑질 손님은 비율상으로 극소수이다. 보통 특별한 존재를 말할 때 세상의 1%라고 말한다. 우리 가게 하루 평균 객수가 약 900명이니 산술적으로만 따져본다면 하루 평균 약 9명은 진상이거나 갑질 손님이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루에 한 명도 있을까 말까다. 절대다수에 속하는 대부분의 고객은 먼저 미소를 나눠주시고 작은 친절에도 크게 기뻐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하지만 분기에 한 번꼴로 가끔가다 인격살인에 가까운 막말과 무논리로 무장한 대형 진상이 걸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그 어둠의 에너지가 얼마나 거대한지 고마운 분들의 미소를 새까맣게 뒤덮어 지워버린다. 그럴 때면 장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정나미가 뚝뚝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진상만 없으면 정말 장사할 맛 날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진상이 없어질 리 없다. 한참을 생각을 하다 보니 정말 장사의 신이라면 컴플레인 걸러온 진상에게조차 두부 한 모라도 더 파는 게 진짜 장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했다.


장사 선배들은 진상에 어떻게 대응할까? 선배들의 진상 대응법을 찾아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찾아다녔다. 자영업 커뮤니티에서 진상 고객은 언제나 빠지지 않는 핫 아이템이다.


장사에 잔뼈가 굵은 사장님들은 나름의 장사 철학에 따라 진상 대처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 대처법은 크게 보면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한 번 진상은 영원한 진상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진상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반말로 주문하는 사람은 반말로 주문을 받는다든지 돈을 던지는 사람에게는 나도 던진다는 식의 반응이다.


아주 간단하고 속이 시원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네가 이렇게 했으니 나도 이렇게 하겠다' 식은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싸우자는 태도라고 느껴졌기에 내게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두 번째 유형은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것이다. 진상들이 원하는 요구사항은 웬만하면 다 들어준다. 오히려 거기다 더 챙겨줘서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히려 미안해 질 정도로 더 잘해준다. 그렇게 하면 진상 손님은 단골손님이 되어 개과천선한다는 개념이다.


세상일이 모두 이렇게 아름답게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작정하고 꼬투리를 잡으면 오늘 본전 제대로 뽑아야겠다는 사람도 있다.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내 이익만 중요하지 상대의 손해는 알아서 감수하라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은 대응할 때마다 불필요한 실랑이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결국엔 단골은커녕 내 손으로 에너지 뱀파이어를 기르는 꼴이 되어버렸다. 과연 장사하며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다시금 백종원 대표의 명언을 보게 됐다.



장사는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자존심을 파는 거다

음식 장사란 음식을 파는 게 아니라 자존심을 파는 거라는 그의 말에 머리가 잠시 띵해졌다. 그래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깨끗하게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듯 장사하는 사람은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 기본이 갖춰지면 얼마나 손님을 잘 대접하는지가 결정적인 경쟁력이기에 자존심을 판다는 것은 정말 맞는 말이었다. 제품이 아니라 자존심을 판다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진상에 관해서도 좀 다르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장사 선배의 글 중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아버지가 내일모레 장가가는 아들에게 말했다

아버지 : 너 나한테 잘못한 거 있지?
아들 :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아버지가 너 나한테 잘못한 게 있는데 미안하지 않니?
아들 : (신경질 내며) 도대체 제가 뭘 잘못해서 미안한데요?

아버지는 계속 아들에게 미안함을 요구했고 결국 아들은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들 : 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미안해요.
아버지 : 아들아, 너는 이제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


아버지는 부부 사이에 잘못을 했든 안 했든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는 게 창피하거나 억울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단지 부부생활뿐만 아니라 장사도 똑같지 않을까. 백종원 대표님이 말씀하신 자존심을 판다는 것은 아버지가 말하고자 했던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용기를 의미한 건 아닐까.


내가 잘못하지 않았어도 먼저 미안하다 사과할 줄 알고 내가 틀리지 않았어도 먼저 내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용기가 바로 장사력(力)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장사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장사를 막 시작했을 때는 자존심뿐만 아니라 내 영혼까지도 팔 기세였다. 하지만 나도 진상들을 만나고 마음에 생채기가 쌓여가면서 점점 마음의 문이 닫혔다.


운이 좋아 장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자 나도 모르게 배가 불러지고 머리가 점점 커지기까지 했다. 까다로운 고객이 귀찮아지는 순간이 왔다.


물론 악성 고객들은 얼른 손절해버리고 다른 감사한 손님들께 그 에너지를 써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돈 되는 손님만 받고 싶고, 손 덜 가는 손님만 받고 싶고, 내 마음에 드는 손님만 받고 싶어지다 보니 점점 까다로운 손님은 다 진상으로 구분하며 손절하는 범위가 넓어지게 됐다. 말 그대로 배가 불러서다.


'초심'이라는 뻔하지만 어려운 그 단어의 중요성이 새삼 다시 떠올랐다. 장사를 막 시작했을 때는 분명 1,000원짜리 고객도 지극정성으로 받았다.


웬만하면 무리하게 요구하며 막무가내로 우기는 고객들도 웃으면서 넉살 좋게 받았다. 고객 하나하나가 모두 진심으로 고맙고 소중했었으니까.


그래서 어느 날은 그런 날도 있었다. 여느 때처럼 계산 후에 무거운 짐은 차에 실어드리기 위해 함께 걸어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고객은 내게 혹시 이 가게와 특별한 관계가 있느냐 물었다. 나는 당연히 아주 특별하다고 했다.


그러자 그 고객은 하도 친절하고 싹싹하게 열심히 하길래 특별한 관계가 아니면 월급을 두 배 더 주더라도 스카우트하려고 했었다는 말을 했다.


사실 그전까지는 내가 특별히 더 친절하거나 싹싹하게 해야겠다는 인식조차 하고 있지 못했다. 온 마음을 다해서 고객을 응대하는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때의 나는 상처 받기 전이었으니까. 자존심이 아니라 영혼까지도 팔 준비가 됐었다.


그런데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온갖 종류의 진상들을 만나게 됐다. 자기가 쓰다만 정상제품을 가지고 와서 제품이 이상하니 환불해달라 우기는 사람, 물건을 사람을 향해 집어 던지는 사람, 심지어는 왜 그렇게 생겼냐며 시비 거는 사람까지도.


덧붙이자면 어떤 미친 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까지 만난 모두 각각의 다른 사람들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장사를 하며 이런저런 상처가 쌓였다. 서서히 내 마음의 문을 닫게 됐다.


그 이후에는 적극적인 접객을 하려고 하기보다 이 고객은 진상이라는 핑계로, 저 고객은 돈이 안 된다는 핑계로 손님과 거리를 유지하려 하거나 때로는 모른 척을 해버리기도 했다.


처음의 그 마음가짐이라면 누군가를 진상으로 나누거나 내가 맞니 네가 맞니를 따지기보다 먼저 사과하고 먼저 웃었을 것 같다. 나는 계속 아니라고 했지만 어느새 내 머리가 많이 커져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왜 나는 머리가 커질수록 목이 뻣뻣해진 걸까. 이제야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아직 뭐 대단하게 잘된 것도 아닌데 겨우 이 정도에 벌써 머리가 커지면 이 정도 사람밖에 안될 텐데 걱정이다. 내 머리가 커진 만큼 고개를 더 많이 숙여야겠다.


사실 장사를 하며 상처를 받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존심을 팔라는 백종원 대표의 말은 상처받기 전 그 누구나 가졌을 초심과도 연결된다. 그의 말을 조금 다르게 풀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장사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역시 장사는 사랑만큼이나 어려운 일인가 보다.


원문: 경욱 님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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