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일잘러'의 슬픈 착각 13가지

조회수 2019. 1. 21. 11: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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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을 할 때 냉정한 것과 싸가지 없는 건 다릅니다.

간만에 일 얘기로 좀 돌아왔어요. 오늘은 일잘러 얘기랍니다.


브런치나 구글, 1boon, 카카오채널, 블로그, 팟캐스트, 유튜브 등등 모든 채널에 ‘일’ 에 대한 얘기가 가득해요. 대부분 두 가지 아젠다가 있더군요.

  1. 일을 잘하는 방법
  2. 일을 못 하는 이유

이겁니다. 모두의 행복한 업무 생활을 위한 좋은 콘텐츠들이지만, 이런 테마가 이래저래 공유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일을 잘해야 하고, 일을 못 하는 건 일종의 죄처럼 여겨지는 부분도 생기는 듯해요.


일정 부분 동의하긴 해요. 일을 못 하는 건 어떤 측면에서 민폐가 될 수 있겠죠. 냉정한 말이지만, 결국 당신의 일 못함은 다른 누군가의 피해와 희생을 요구하거든요. 그러니 업무적으로 여러 가지 열폭 컨텐츠가 등장하는 것이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좀 불편한 부분이 있었어요.


소위 자칭 ‘일잘러’들의 미묘한 깔아봄이 있더라구요? 마치 일 잘하는 사람이 조금 더 나은 우성 종자 같은 행세를 하고 다닌다는 거죠. 그리고 자꾸 일손이 느리거나 실수가 잦은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거나(기분 나쁘게) 또는 깝깝하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했어요. 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죠.

뭐지 저 자의식은? 어디서 ‘일 잘함’ 인증이라도 받아온 건가 싶은…

물론 그럴 수 있죠. 진짜 일 처리가 AI마냥 정확한 종족들이 있어요. 그럼 그냥 본인에게 좋은 일이죠. 빨리 끝내고 빨리 퇴근하고 쉴 수 있으니 부모님께 감사하면 될 일입니다. 그래요 이분들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종종, 아무리 봐도 일을 잘 하지 않는데 본인이 일을 잘 한다고 착각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오늘은 자칭 일잘러들의 슬픈 착각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 멋진 단어 VS 쉬운 단어

일잘러는 중학생들도 블록체인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분들입니다. 자칭 전문가라며 말도 안 되는 영어와 약어, 전문용어를 마구 섞어서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대충 느낌은 알겠습니다. 의사들의 처방전 같은 전문성을 어필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파스타 속의 브로콜리마냥 굉장히 거슬리는 거에요. 빼고 먹고 싶은데 자꾸 달팽이관에 걸려서 불편하달까요. (전 브로콜리를 싫어해요.)



2. 말이 많은 것 VS 말을 잘하는 것

LA들어간다 귀벌려

본인의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수백 마디의 근거와 예시가 필요하다면 이미 그 주장은 힘이 없는 거예요. 가끔 목소리 크고 또박또박한 발성으로 몇 시간 내내 트렌드와 동향, 방대한 자료와 근거를 들어 주절주절 멋진 일대일 강의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말을 잘하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귀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구요.


계절밥상에서 2시간 내내 계속 다른 메뉴 먹는 느낌이야. 배는 부른데 뭘 먹었는지 모르겠어. 짧고 간결하지만 쏙쏙 이해되는 어휘로 명확한 근거 하나로 부연하는 게 능력이예요.



3. 냉철한 것 VS 싸가지없는 거

3. 냉철한 것 VS 싸가지없는 거

3. 냉철한 것 VS 싸가지없는 거

일을 할 때 냉정한 것과 싸가지가 없는 건 다릅니다. 일을 하라고 했지 인격을 건들라고는 안 했거든요.


가끔 ‘결과를 잘 내기 위해서’ 냉정하고 사정 봐주지 않는 오더를 내리시는 분들이 있는데, 진짜 일을 잘하시는 분들은 사람의 소중함을 먼저 캐치하시지 않을까요? 도깨비방망이마냥 사람을 갈아 넣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이 없을 뿐.



4. 빨리하는 것 VS 대충하는 것

이렇게 빨리해도 잘해야지.

빨리 하라고 했지 대충하라곤 안 했습니다. 자기는 일 잘한다고 후다닥 끝내놓고 커피 한 잔 마신다고 나가 있고 그러는데… 막상 인수인계 받아서 작업해보면 빈 구석이 너무 많아서 다시 피드백 요청해야 하고, 아니면 내가 그냥 다시 만들어야 해요. 그러면 더 느려지죠.


‘빠르게만’ 일처리를 하고 딩가딩가 놀러 다니는 건 일을 잘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빠르고 정확하게’ 해야죠.



5. 완벽주의 VS 그냥 일손이 느린 타입

어우, 저는 완벽주의라서요! 꼼꼼하게 하나하나 보는 타입이예요.

꼼꼼하게 보고 완벽하게 하는 거 다 좋은데, 마감 시간은 맞췄으면 합니다. 그냥 일손이 느린 거에 대한 묘한 변명 같아요.



6. 프로다움 VS 그냥 드러운 성격

거들먹거리는 말투로 ‘나랑 일하기 힘들 거야.’ 이라고 자기 어필 하시는 사수가 있더라구요. 뭐 어쩌라는 걸까요? 싸우자는 걸까요, 오지 말라는 걸까요. 그게 소위 프로다움이라고 여기시는 분들이 종종 있더라구요. 밑에 부사수를 조지면서 이런 말을 하는 거죠.

일을 가르쳐 줄 거다, 그러니 너가 내 속도에 따라와라.

하지만 여기는 군대가 아니에요. 그건 프로다운 게 아니라 사람을 다루지 못 하는 미숙함이고, 그냥 성격이 더러운 거죠.



7. 빠른 의사 결정 VS 독선과 고집

의사결정이란 건 일단 듣고 각 의견의 장단점을 구분해서 취사 선택 또는 합의점을 도출하는 거에요. 팀원들이 20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10가지 피드백을 냈는데, 결국 피드백은 쌩까고 본인이 낸 아이디어를 선택했다면 그걸 의사결정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종종 이런 독단을 ‘난 쿨하게 의사결정하는 편이야! 길게 끌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거 아닙니다. 그냥 고집쟁이인 거예요.



8. 자기반성 VS 정신승리

페이스북에다가 자꾸 자기반성 글 쓰시는 분들 있어요. 회고 비슷하게 말이죠. 다 알겠는데, 자기반성은 개선점이 행동으로 드러나야 의미가 있는 겁니다. 페이스북에다가 의지만 불태우는 건 그냥 정신승리에요. 뭔가 문제가 있었고 갈등이 있었다면 재빨리 해결하고 당사자에게 사과를 구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면 될 일입니다.



9. 일잘러 VS 뒷담쟁이


일을 잘한다는 건 벼슬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깔 일도 아니죠. 항상 내가 일 잘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그런 생각이 든단 것 자체가 ‘지금 내가 좆밥이구나’ 라는 걸 잘 기억해야 합니다.



10. 이론쟁이 VS 재수탱이


일을 교과서로 배웠는지 자꾸 연습 문제 뒷장에 있는 ‘생각해봅시다.’ 같은 질문들만 던지고는 팔짱을 끼는 분들이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잘 팔아먹는 단어가 ‘기획’과 ‘전략’이죠. 하지만 기획은 책상 앞에서 펜대 굴리면서 하는 게 아니더라구요. 이론만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디어만(그것도 시덥잖은) 내놓고 자꾸 데카르트 같은 딴지만 거는 분이 있다면 조용히 집에 가라고 속삭여주세요. 지금 발로 뛰면서 현장 조사 다니고 레퍼런스 찾기도 바쁘니까.



11. 인사이트 VS 헛소리


‘인사이트’라는 단어가 21세기 멋진 단어 BEST5에 등극한 모양인데, 사실 인사이트라는 것은 심도를 꿰뚫는 깊이와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내는 가설이자 관점입니다. 페이스북에서 공유해온 글3, 4개 읽고 떠들고 다니는 ‘내 생각’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디서 복제해온 정보들을 내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돼요.



12. 유도리 VS 가라


일을 유연하고 상황에 맞춰 해결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린 이걸 유연성 내지는 유도리라고 하죠. 근데 이게 모든 일을 그냥 대충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처리하란 얘기가 아니에요. 가끔 직급이 올라가고 권한이 생길수록 이 유도리를 시도 때도 없이 써먹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 “그냥 대충해, 내가 잘 말할게!”
  • “아, 그 분 내가 아는 분이야. 그냥 그렇게 한다고 해.”
  • “이번 거 그냥 사. 내가 이사님한테 말할게. 술 사드리면 풀려.”

직원 입장에선 개쿨하고 능력쩌는 상사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런 식의 일처리는 어느 지점에선 터지게 되어 있거든요. 가라와 유도리는 좀 다릅니다. 정상적인 절차 내에서도 효율적인 결론을 만들 수 있어야 레알 일잘러죠.



13. 용기 있는 1인 VS 딴지쟁이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말하는 소신 있는 일잘러분들이 있어요. 좋아요. 그런 자세.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위해 전투적으로 리스트를 도출하고 어필하는 거 좋습니다. 한편으론 ‘불평만 말하지 말고, 해결책을 가져와라’ 라는 말도 있던데, 솔직히 해결책 안 가져와도 됩니다. 리스크를 발견한 것만도 대단한 거예요.


문제는 그 리스크가 진짜 유의미한 리스크인가 하는 거죠. 괜히 색이 마음에 안 들고, 디자인이 별로고, 자세히 보니 느낌적으로 별로인 것 같고, 사람들이 안 좋아할 것 같네? 내 친구들 3명에게 물어봤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더라… 이런 식의 피드백은 그냥 딴지일 뿐입니다. 남의 말 잘라 먹고 자기주장 하기를 좋아하며 불평을 똑 부러진 말투로 늘어놓는 것뿐이죠.



마치며


일을 잘하는 건 ‘기획안을 몇 분 안에 만들 수 있느냐’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또박또박과 똑 부러짐, 전문적임, 말 빠름, 목소리 큼, 성격 급함, 까칠함, 고집 있음은 사실 일잘러의 자질과는 별 상관이 없어요. 그건 그냥 성격이거나 성향 문제일 뿐이죠.


회사와 동료 앞에는 모두 co- 접두어가 들어가잖아요. 일의 본질은 ‘함께’ 하는 겁니다. 지가 못 하는 게 있으면 도움을 빠르게 요청하고, 내가 잘하는 게 있으면 부족한 분과 콜라보해서 빨리 끝내는 것. 이렇게 일을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이 진짜 일잘러가 아닐까 싶네요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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