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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글을 "오글거린다"고 하는 사람부터 멀리하자

조회수 2019. 1. 11. 19: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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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가볍게, 일단 쓰자.

꼭 특별한 것만 글로 써야 하나?


사진 잘 찍는 사람은 자기가 뭘 한다는 걸 사진 찍어서 올리고, 영상 잘 찍는 사람은 동영상 찍는 것처럼 나는 무슨 일이 있으면 글을 쓰는 것에 익숙했던 것 같다. 별다른 것을 쓰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저기 부딪치고 상처받고, 엉망진창으로 버려지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앞으로야 잘 될 수 있겠지만, 그냥 지금이 나는 이렇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썼다.

편입에는 실패했다. 나는 '낀 대학'으로 다시 돌아왔다. 패배감과 시간을 허비했다는 조급함에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괴로움 안에 예전과 같은 컴플렉스는 없었다. 새삼 학벌은 허상이고 오로지 내 능력이 중요하다는 무지갯빛 희망을 가지게 된 건 아니었다. 내 상처는 단지 학교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도, 언제나 그 위는 존재한다. 나는 또 위를 바라보고 내가 가지 못할 세계를 꿈꿀 테고, 그들의 일상이 너무나도 일상적임에 상처받겠지.
  • 「아무것도 아닌 폭력」 中

글을 쓰기 위해 거창하게 준비한 것도 없다. 그냥 습관처럼 핸드폰 메모장에 끄적거렸다. 이론적이거나 논리가 강한 글이 아니다 보니, 메모장 휘갈기듯 쓰면 나 스스로가 덜 부담스러웠다. 그 후 조금씩 고쳐가고, 또 고쳐가는 과정의 반복들.

아무 생각 없이 일단 하는 거다

무슨 번뜩이는 영감이 있어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특별한 경험도 없는 내가 쓸 수 있는 글이라고는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슨 감정이 있었는지를 오래 생각하고 세밀하게 써 내려가는 것 밖에 없었다.

5학년이 되면 부여로 가던 2박 3일짜리 수학여행은 우리가 5학년이 되던 때부터 1박 2일짜리 수련회로 변했다. 그마저 안 가는 애들도 적지 않았다. 내가 다니던 동네 속셈학원은 1년 새 학생이 절반으로 줄었다.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갈 곳도 없어진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300원짜리 컵떡볶이를 들고 킬킬대며 해가 지도록 떼 지어 몰려다녔다.

누구도 자기 집이 가난하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전부 가난해지고 있다는 걸. 웃고 떠들고 싸우며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궁핍에 익숙해져갔다.
  • 「그 기억에는 소리가 없다」 中

보여줄 필요가 없으니 나도 마음이 편했다


이런 글이다 보니 누구에게 보여줄 일이 없었다.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으니 부담도 적었다. 가벼운 소재들을 편하게 쓰게 되었다.


이런 영화를 봤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던가, 이런 풍경을 봤는데 이런 감정이 들었다는 순간의 기억들. 그렇게 찰나가 지나면 사라질 만한 것들을 그때 기록해 두는 것이 모이니 즐거웠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내가 쓴 것에 ‘글’이라는 표현 자체를 잘 못 붙인다. 무척 쑥스럽다. 그래서 그냥 “내 얘기”라고 많이 표현한다. 그저 내가 겪은 걸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접근하는 게 스스로도 부담이 덜했다.

그런데, "내 얘기"에 생각보다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참 여유가 없을 때, 나는 늘 2천 원짜리 매니큐어를 샀다. 매니큐어는 활용도나 실용성을 따지지 않고 오롯이 내 취향만을 기준 삼아 고를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빨간색이든 노란색이든 펄이 잔뜩 박힌 흰색이든 상관없었다. 늘 이제껏 안 사 본 색, 그날 유독 눈에 끌리는 색을 사곤 했는데, 그건 당시 무채색에 가까웠던 일상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어떤 색깔이었다.

내가 그때를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런 작은 색깔들 때문이라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가성비를 따진다」 中

여기저기 공유되다 보니 매체 몇 군데에도 올라가고, 그러다 보니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살짝 겁이 났다. 원래 책을 쓰던 사람도 아니고 작가 지망생도 아니지 않던가. 무엇보다 업무시간에 딴짓으로 쓴 거라 그렇게 많이 퍼지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당신의 글을 오글거린다고 말하는 사람을 멀리하자


그런데도 책을 내기로 한 까닭은 ‘내 얘기 같다’는 사람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나는 나의 이야기들이 특별한 경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또래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서 글로 풀어냈을 뿐이었다.

그런데 참 희한했다. 내가 시시할 정도로 흔한 사람이라는 걸 내 입으로 이야기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더 이상 애써 무엇이 되려고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었고, 굳이 어떤 가능성을 보여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제야,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튀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자 되레 실체가 더 잘 보였다. 예전에는 대단치 않게 여기고 무시했던, 아주 시시한 일상들에 내 취향과 성격이 가장 짙게 배어 있었으니까. 괜찰해보니 나는 충동에 약하고 아침잠이 많으며 시끄러운 자리를 싫어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 것들을 하나 하나 인정해 가면서, 나는 비로소 내 보잘것없음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中

나는 국문학 전공도 아니고, 기술적인 글쓰기에 대해 ABC를 책처럼 알려드릴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무엇을 쓸 것인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무엇을 어떻게 봤는가. 그걸 잡아내어 첫 문장만 써도 나는 반은 성공이라는 것은 안다.

자꾸 미루지 말고 오늘 씁시다(…)

그러니 일단 쓰자. 이게 얘깃거리가 되나? 이렇게 써서 남에게 보여줄 수 있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똑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사람 성격이나 관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르지 않던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신체는 똑같아도 생김새가 다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아무리 흔한 경험이라도 너무 겁내지 않고 쓰셨으면 좋겠다.


특히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하는데 뭔가 ‘오글거린다’고 느끼지 말자. 기왕이면 글을 같이 보고, 쓰고 싶은 것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그래서 처음 한 줄을 쓰는 데 겁을 덜 낼 수 있는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가 올해의 당신에게 많아지길 바란다.


픗픗 글쓰기 스쿨: 작고 가볍게, 직장인 공감 글쓰기

픗픗 글쓰기 스쿨: 작고 가볍게, 직장인 공감 글쓰기(1/17, 24, 31)
쓴 글을 보여주면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돌아와요.
에세이 쓰기에 관심은 있지만 언제나 마무리가 힘들어요.

인기도서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작가님의 “작고 가볍게, 직장인 공감 글쓰기” 수강신청이 진행 중입니다. 일상의 소재를 하나의 글로 완성하는 특별한 경험을 지금 시작하세요.

  1. 특별한 경험, 일상에서 소재를 포착하고 재구성에서 하나의 글로 완성해봅니다.
  2. 글을 돌려 읽고, 공감되는 지점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합평을 진행합니다.
  3.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쓸 수 있도록 연습합니다.
  • 쓴 글을 남들에게 보여주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반응이 돌아오는 사람
  • 에세이 쓰기에 관심은 있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
  • SNS에 일상글을 쓰고 싶지만 마무리 짓지 못해 매번 비공개 글로 쌓아두는 사람
  • 글을 쓸 때마다 의도와 달리 문장이 지나치게 가벼워지거나 과하게 딱딱해져 고민인 사람

1주< 공감받고 싶다면 멋있는 글을 쓰지 마세요>


  • 에세이 장르의 특성을 이해한다.
  • 다양한 형태의 스토리 전개 방식을 비교해 본다.
  • 내가 쓰려는 글의 목적을 파악하고 대상 독자를 설정한다.


2주 <주제는 뾰족할수록 좋습니다>


  • 직접 써 보고 싶은 글감을 찾는다.
  • 글에 담고 싶은 내용을 정밀하게 다듬는다.
  • 관련된 피드백을 받는다.


3주 <실습 및 피드백>


  • 실제 글 작성을 진행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 감상 나누기 및 마무리
  • 장소: 마이워크스페이스 3호점(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369 에이플러스에셋타워 12층)
  • 2019년 1월 17일/24일/31일 (목요일)

※ 본 강연은 3주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정아 님 ㅍㅍㅅㅅ아카데미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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