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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 뮤지컬에서도 드러나는 강형철의 야심

조회수 2018. 12. 26.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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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한 대부분의 한국 상업영화와 다르다

〈과속 스캔들〉과 〈써니〉의 강형철이 뮤지컬 영화들 들고 돌아왔다. 엄밀히 말해 〈스윙키즈〉가 노래를 부르는 뮤지컬 영화는 아니지만, 탭댄스가 등장하는 뮤지컬 장면이 수차례 등장하기에 뮤지컬 영화로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배경은 6·25 전쟁 중의 거제도 포로수용소. 주인공은 전쟁포로로 붙잡힌 북한국 로기수(도경수), 공산주의 북한국 병사들을 자유주의의 춤을 추는 광대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은 전직 브로드웨이 댄서 잭슨(자레드 그라임스), 돈을 벌러 군부대 인근으로 왔다가 잭슨의 팀에 합류하게 된 앙판례(박혜수), 남한의 민간인이지만 북한국으로 오인당해 포로수용소로 온 강병삼(오정세), 그리고 포로로 붙잡힌 중공군 샤오팡(김민호)이다. 다소 오합지졸로 보이고, 단지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뿐 아니라 어느 곳에 있든 아웃사이더의 위치에 놓일 사람들이 모여 춤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는 것이 〈스윙키즈〉의 줄거리다.

애초에 뮤지컬 장르는 전쟁과 연관이 깊다. 2차대전 이후 40년대 중반부터 50년대까지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뮤지컬 영화는 전쟁으로 인한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사업이었으며, 프랑스에서 제작된 뮤지컬 영화들은 전쟁으로 인해 만나고 헤어지는 인물들이 주된 등장인물로 등장하곤 했다.


어쨌거나 2차대전 종전을 전후로 해서 제작된, 또는 전쟁 중인 상황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은 뮤지컬 영화들은 전쟁으로 인한 대중의 우울감을 해소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스윙키즈〉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러한 영화들과 다른 노선을 택한다. 이데올로기 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이데올로기가 개인의 삶을 옥죔을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인지 〈스윙키즈〉는 내내 밝고 희망적이기만 하진 않다. 전장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신 거제 포로수용소는 이미 전장의 모습을 대리한다. 남한에 머물기를 원하는 포로와 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포로, 그 사이에서 포로들을 이용하려는 미군이 얽힌 포로수용소라는 공간은 이미 그 자체로 전장이다.


전쟁영웅의 동생인 로기수는 포로수용소 안에서도 북한으로의 귀환을 원하는 이들의 리더 격 인물로 다뤄지고, 수용소에서의 반란을 꿈꾸는 북한군들과 탭댄스를 함께 하려는 팀 ‘스윙키즈’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여기에 흑인으로서 1950년대를 살아가는 잭슨, 돈을 벌기 위해 양공주가 되려 했던 판례의 이야기 등이 얽히면서 이야기는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의 대결뿐 아니라 인종과 젠더의 이데올로기까지 이야기를 확장하려 한다.

이것들을 훌륭히 해냈다면 〈스윙키즈〉는 오랫동안 기억될 한국영화로 남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진 못한다. 다만 이러한 지점을 분명히 밝히고, 그것을 종종 황당하기까지 한 강형철 감독의 스타일로 그려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강점이다. 다소 격하게, 그리고 여러 차례 뒤바뀌는 영화의 톤이 조금 어지럽기도 하지만, 이렇게 오가는 톤이 영화가 그려내고자 하는 1951년의 거제 포로수용소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스윙키즈〉는 올해 개봉한 대부분의 한국 상업영화와는 다르게 영화 속 쇼트 대부분이 자신의 목표를 확실하게 잡은 채 촬영된 것들이었다. 스스로 어떤 영화가 되려는지 목표를 확실히 한다는 점에서 〈스윙키즈〉는 올해 한국 상업영화 중에 그나마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필모그래피를 쌓아갈수록 또래 남성 배우 중 독보적인 영역을 점유해가는 도경수의 매력은 덤이다.


원문: 동구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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