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의 완성은 뒤태에서 나온다: 벤트 이야기

조회수 2018. 12. 21. 13: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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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이냐, 기능성이냐

재킷에서 제일 중요한 부위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물론 대다수는 라펠(lapel)이라고 할 것이고 그 의견에 물론 찬성하는 쪽이다. 모든 게 다 그렇지만 뒤보단 앞이 중요하게 마련 아니겠어. 남성의 가슴을 넓고 스타일리시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보니 뭐… 다른 데 다 좋아도 라펠 모양이나 라펠의 깊이 같은 것이 맘에 안 들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라펠

다만 재킷을 고르는 데 있어서 잘 신경 쓰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매우 중요하기도 하고 또 의외로 큰 영향을 미치는 파트가 하나 있사오니, 그건 바로 벤트(vent)다. 벤트라는 단어는 사실은 통풍구, 환풍구 등의 의미가 있다. 옷에만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고 그냥 뭔가 공기가 통하게 하기 위한 장치들을 뜻하는 단어다.


옷에서도 이런 의미에서(공기가 통한다는 의미 말고) 움직임을 편하게 하기 위해 갈라놓은 부분들을 뜻한다. 재킷에서는 대표적으로 양 소매 끝과 엉덩이 부분에 위치한다. 오늘 이야기할 부분은 재킷 뒷면 엉덩이 부분에 있는 벤트에 대한 것이다.

요기
요거

여러분의 재킷은 분명히 다음의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1. 싱글 벤트: 뒷면 하단 중앙에 위치
  2. 더블 벤트: 뒷면 하단 중앙 양옆에 위치
  3. 벤트 없음

우선 “왜 벤트가 필요한가”에 대한 답은 이미 위에 있다. 재킷은 기본적으로 갑옷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티셔츠처럼 옷이 알아서 몸에 맞는 타입이 아니라 재킷 안에 몸이 들어가게 고안된 옷이기에, 입었을 때 그리 편한 옷은 아니며 앉거나 뭔가 동작을 하기에 아주 불편한 옷이다 보니 그나마 움직임을 편하게 하기 위한 파트이다.


그래서 벤트가 없는 옷과 있는 옷은 단순히 멋이냐 기능성이냐로 구분할 수 있다. 애초에 벤트가 고안된 것은 말을 탈 때 재킷이 끼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벤트가 없는 옷이 무조건 멋있느냐 하면 그건 개인차이니 넘어가도록 하고, 그러면 싱글 벤트와 더블 벤트는 뭐가 다르며 각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1. 싱글 벤트

싱글 벤트는 가운데 벤트가 위치한다. 얼마나 깊이 벤트를 만들 것인가는 철저히 디자인적인 문제이며 기능에 방해가 될 정도로 짧지만 않으면 상관이 없다. 싱글 벤트는 주로 미국에서 디자인한 옷에서 많이 보이며, 싱글 벤트의 큰 장점은 입었을 때의 무브먼트가 최대한 보장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더블 벤트나 노 벤트 재킷보다 훨씬 움직이기 편하다는 것.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회사원들이 입는 재킷 대부분이 싱글 벤트다. 지하철이나 버스, 의자 등에 앉을 때도 뒤가 벌어지다 보니 옷이 구겨질 확률도 적고 허리를 굽히거나 몸을 쓸 때도 움직이기 좋다는 것. 그뿐 아니라 시각적인 효과로 더블 벤트에 비해 키가 좀 더 커 보이고 살짝 더 말라 보여서 뚱뚱하거나 근육맨, 특히 궁둥이가 네모난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편이다.


다만 싱글 벤트는 싸구려 재킷에서 대부분 사용되는데, 벤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 손이 필요하고 의외로 꽤 까다로운 공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두 개 다느니 하나만 달지 뭐~’라는 생각 때문에 ‘싱글 벤트=싸구려 재킷’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더블 벤트나 노 벤트에 비해 캐주얼해보인다는 점도 단점일 수 있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싱글 벤트와 더블 벤트

위 사진처럼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경우에 뒤에서 보는 모양이 굉장히 후지다는 시각적 단점도 있다. 양쪽으로 크게 갈라지는 폼이 움직임에는 도움을 주지만 결코 멋있지는 않다는 점, 그리고 재킷이란 아이템은 무조건 멋을 위한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그리 매력적이지 못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2. 더블 벤트

싱글 벤트가 캐주얼한 미국식 벤트라면, 더블 벤트는 클래식한 영국식이다. 더블 벤트의 가장 큰 장점? 다른 거 필요 없다. 멋있다. 위에 언급한 대로 벤트가 두 개인 옷은 대부분 핸드메이드거나 가격이 비싼 재킷이다.


‘신경 써서 만든 옷’이라는 징표도 되고, 클래식한 느낌도 난다. 기능적으로는 싱글 벤트에 비해 살짝 무딘 느낌은 있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자 재킷은 노스페이스 패딩점퍼가 아니다. 간지템인 거다. 그것만으로 더블 벤트를 고집할 이유는 충분하다. 나는 더블 벤트 아니면 아예 안 산다.


더블 벤트의 단점 역시 같은 이유다. 비싸다. 그리고 싱글 벤트완 달리 뒷자락에 넓은 사각 형태가 만들어지다 보니 궁둥이가 크거나 뚱뚱한 사람이 입으면 그 부분이 유독 더 뚱뚱해 보이는 현상을 야기하기도 한다.



3. 노 벤트

노 벤트 재킷은 일반적으로 턱시도처럼 장식적인 옷에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면 화려한 원단이라거나 아플리케나, 여러 가지 눈에 확 띄는 뭔가 있는 경우 시각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된다. 또 체형이 V자 형태로 어깨에 비해 허리부터 너무 마른 체형인 경우 좀 더 덩치가 있어 보이게 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신 움직임이 대폭 불편해진다는 것이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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