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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빈부격차다

경제 슬로건도 ‘소득주도성장’에서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한다.
ㅍㅍㅅㅅ 작성일자2018.12.18. | 4,171 읽음

경제 사령탑의 동반 퇴장이 결정된 지 3주가 지났다. 어떤 면에서는 현명한 인사다. 김동연 부총리만 물러났으면 시장은 ‘소득주도성장이 더 강화되는구나’ 지레짐작하고 투자는 더 위축되었을 것이고, 장하성 수석만 물러났으면 ‘소득주도성장은 이제 접혔나 보다’ 하는 판단 때문에 진보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정책 후퇴라는 비난이 거세졌을 것이다.


둘 다 물러나게 했으니 시장의 경제적 판단이건 특정 지지그룹의 정치적 판단이건 다 유보되었고 불협화음을 공격 테마로 삼던 조중동도 할 말이 없다. 게다가 조중동과 자한당이 좋아라 하는 김동연 부총리는 아직까진 자리를 지키니 언론도 공격 유보 중이고, 새로 선임된 경제수석은 장하성 전 수석이 빨간 주머니와 파란 주머니를 주었다고 하며 비판적(?) 지지그룹의 기대를 유지했다.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수석

출처 : YTN

문제는 그 이후다. 둘의 동반 사퇴는 현 정부의 경제 방향성 문제에 대한 궁여지책이지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난한 자가 가난한 자를 책임지는 구조


최저임금제는 전략이 아니라 전술일 뿐이다.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서 저소득층의 삶의 질도 개선하고 경제도 살리겠다는 것인데, 전술 하나로 민생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지난 대선에서 진보와 보수 가리지 않고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 1만 원을 내세운 건 기업가도 서민도 전 국민에게 다 매력적인 카드였기 때문이다. 진보 쪽은 서민을 위해 이 정책을 쓰면서 ‘이것을 하면 경제도 산다’고 반대편의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고 보수 쪽은 경제를 위해 이 정책을 쓰면서 ‘서민들에게 우리는 따뜻한 보수다’라며 생색을 낼 수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일거양득 카드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그 휘두름이 정확하지 않으면 휘두른 자가 다친다. 왼쪽으로 휘두르건 오른쪽으로 휘두르건 파괴력을 가진 ‘검’이 한쪽 날만 가진 ‘도’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것은 혼자 상상으로 휘두를 땐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것 같던 검이 실제로 전장에서 휘두르면 옆과 뒤에 있는 나의 편을 죽이기 때문이다.


나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열렬한 지지자지만 동시에 이것에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해왔다. 프렌차이즈 가맹주, 지입 사업자, 대기업과 계약된 개인 사업자는 사업자가 아니라 사실상 노동자로 보아야 하며 쉬운 노동과 어려운 노동을 구분해서 최저임금이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고용을 창출해 나가는 소기업에는 특별한 지원이 선행되어야 하고, 머리 위에서 사업자들을 짓누르는 지대소득 문제해결이 선행되지 않으면 최저임금 인상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말했다. 중요한 건 내 결론은 항상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을 유보하자’가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을 정교하게 잘하자‘였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에서 쉽지 않은 실행이라는 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소득 구간과 분포만 보면 쉽게 나온다.

출처 : 뉴스1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진행될수록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여성 노동자의 거의 절반에 달하고 남성 노동자의 20%를 넘는다. 노동자 5명 중 1명은 최저임금이 올라갈수록 혜택을 받는다. 내후년이면 혜택 대상은 4명 중 1명에 가까워진다. 얼마 안 올리는데 이렇게 비중이 확확 올라가는 이유는 현재 이 150~200만 원 구간에 노동자건 사업자건 가장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규모 영세 사업주들인데…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 구간 노동자 다음으로 많은 것이 이 책임 노동자인 소규모 영세 사업주와 그들의 가족 노동자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사장이란 타이틀을 단 사람들의 대다수가 실질적으로는 노동 시간 대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 사업체의 88%가 3억 미만의 매출을 올리는데 이 기업 대부분이 사장 급여를 제외한 영업이익률이 10%(3,000만 원)라 간주하더라도 사장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산술적으로 최저임금 노동자보다 낮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저임금 노동자들 상당수가 이들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가난한 자가 가난한 자를 책임지는 셈이다.


이들의 생활이 그렇게 궁핍해 보이진 않는다. 명목상으론 임금 노동자보다 많은 급여를 받고, 최저임금 노동자보다 소비가 크다. 하지만 이 책임 노동자들은 자신의 급여로 노동자들의 급여를 충당하고(회계상 대표이사 가수금) 그래도 모자란 부족분은 대출을 받아서 충당한다. 이 악순환은 고스란히 가계부채로 넘어가 쌓인다. 이들이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핵심 구간이다.


최저임금 구간의 노동자들이 가계부채가 제일 많을 것 같지만, 오히려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가계부채가 이들보다 적다. 명목급여가 낮은 사람들에겐 은행이 대출을 안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최저임금보다 더 심각한 시한폭탄이고, 그 자체로 직접적인 경제 문제다.



정말 내년에는 상황이 좋아질까?


캐나다, 독일, 호주 등 최저임금을 올렸던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장하성의 말은 부분적으로 맞다. 대부분 1년 차에 비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고, 2년 차에 사라졌던 비정규직 일자리의 ¼~⅓에 해당하는 정규직 일자리가 생겼다. 불행해진 3명 중에 1명은 과거보다 훨씬 행복해지고 2명은 계속 불행하다. 이 2명도 행복해질지는 통계가 나오지 않으니 아직 모른다. 여하간 2년간의 결과만 놓고 보면 3명이 도박판을 벌여 1명이 따는 고스톱판처럼 보인다.


최저임금과 실업률에 관한 한 한국은 수치상으로는 이들 국가보다 선방한 것처럼 보인다. 2017년의 실업률과 2018년의 실업률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것은 정책의 승리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적·기질적 차이에 기인한다. 월급쟁이야 월급 3개월 밀렸을 때 퇴사하고 노동부에 고발하면 그만이지만 사업주는 돈 떨어졌다고 3개월 만에 회사를 닫진 않는다. 오히려 부채 때문에 못 닫고 부채의 눈덩이를 굴린다.


결국 이것은 더 큰 문제로 돌아온다. 지금처럼 선행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무시하고 기계적으로 최저임금만 올리면 일자리는 내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영세한 1인 사업자, 요즘 〈골목식당〉에 자주 보이는 최저임금 이하의 가족 사업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할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된 〈골목식당〉 홍탁집 모자

출처 : SBS

한편 장하성 교수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는 걸 잘 안다. 아니, 싫어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서 현 정부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은 현 정부의 경제 정지 상태가 최저임금제 때문이며 장하성 탓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최저임금 인상은 대선 때부터 현 정부의 공약이었으며 장하성은 그 시절에 안철수 선본에 있었다. 그에게 책임을 묻는 건 좀 무리로 보인다. 그리고 8월에 기자들이 ‘우리나라 경제사령탑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그가 한 대답(“나는 정책실장이 된 이후로 장관회의를 주재한 적이 없다”)은 그에게 사실상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할 실권이 쥐어진 적이 없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청와대는 처음부터 남인 장하성 실장을 초기 땜빵할 사람으로 썼을 뿐이고, 경제를 살리는 진짜 방법은 ‘남북 경협은 대박이다’였을 것이다. 남북 경협이 최저임금 문제도, 영세사업자 문제도, 해외로 탈출하는 공장들의 문제도 다 해결해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런 이유로 남북경협이 조속히 실행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대박의 꿈은 트럼프에 의해 커졌다가 다시 트럼프 때문에 갈 길을 잃었다. 중간 선거 전후의 트럼프 정부의 북한 태세를 통해 그의 대북 전략을 추정해볼 때 트럼프는 2020년까지 북한 개방 시점을 늦출 것이다.


청와대가 부동산 및 프렌차이즈 가맹비 같은 소상공인의 지대 문제 선행 없이, 영세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 없이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올리면 명목 소득만 높고 가계부채가 높은 구간의 가구들(우리나라에서는 최저임금 영향 구간 다음으로 숫자가 많다)이 붕괴한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아니,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대북 경협에 더 집착했을 것이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는 빈부격차와 불균형이다


나는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대북 협력 추진과 경제 불평등을 해결하는 두 가지 미션에 힘의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힘이 너무 전자에 쏠려 있었다. 경제 슬로건도 ‘소득주도성장’에서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상승이라는 전술을 포장하는 모호한 구호일 뿐 정책들의 방향성을 정렬해주는 철학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내수소비주도성장’이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영세한 소상공인들도 실직적인 소득증대가 이뤄질 것이고 저소득층 소비에는 혜택을 부여하는 방법은 최저임금 효과도 강화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는 빈부격차의 문제고 불균형의 문제다. 아까 우리나라 노동소득분포 그림은 최저임금 구간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기 위해 가져왔지만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알려준다.

다시 한번 보자

우리나라 노동소득분포는 왼쪽으로 기울어진 종(Bell) 모양이다. 그리고 최저임금 구간이 분포의 중심에 있다. 건강한 경제라면 최저임금 구간은 분포의 왼쪽에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최저임금이 분포 평균 중 하나인 최빈값(mode) 자리에 있다. 최저임금의 변화가 주는 경제 영향은 심대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최저임금의 인상은 종의 중심을 우측으로 밀어내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 중심(250~400 구간)을 무너뜨려서 아예 종 모양을 더 불균형하게 만든다(중산층 붕괴와 양극화 심화).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종의 중심을 우측으로 옮기는 작업(최빈값과 중윗값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선행되거나 병행되어야 한다.


모래 쌓기와 같다. 왼쪽으로 기울어진 모래성을 최대한 안 무너뜨리면서 우측으로 옮기려면 우측 끝단에 흩어진 모래를 먼저 쓸어서 중심부 근처에 최대한 모아놓고 왼쪽을 살살 밀어야 한다. 그것이 어떤 정책을 의미하는지는 다들 아실 것이다.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이 글은 정부에 대한 비판 글이 아니라 그동안 최저임금제를 옹호해왔던 내 생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인 동시에 해명이다.


원문: 장가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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