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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의 중국 진출, 비판받아야만 하는가?

조회수 2018. 12. 13.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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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조금 더 관심을 받을 뿐이다.

축구 국가대표 김민재가 중국 리그에 진출한다는 뉴스가 연일 화제다. 김민재의 소속팀 감독이었던 최강희 감독이 얼마 전 이적한 텐진 취안젠으로의 이적이 유력해 보였으나, 베이징 궈안이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을 제시하며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소식이다.


이적료는 100억 원에 이르고, 선수 측에 제시한 연봉은 40억 원가량이다. 김민재가 전북 현대에서 받았다는 연봉의 수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적료 100억 원은 소속팀 입장에서도 반가운 액수다. 전북의 에이스 이재성이 독일 2부 리그의 홀슈타인 킬로 이적하며 받은 이적료가 20억이니 어림잡아도 5배 정도는 된다. 팀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는 액수고, 선수로서도 혹할만한 제안이다.

김민재

하지만 이 뉴스로 인해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한바탕 격정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물론 그 토론의 방향은 선수의 이적에 부정적이다. 이적료와 연봉 때문은 아니다. 행선지가 중국 프로팀인 게 문제다. 사람들은 앞으로 축구 국가대표팀의 중앙 수비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김민재가 자칫 중국에서 돈에 눈이 멀어 실력 향상은 제쳐둔 채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며 막대한 돈이나 벌고 올까 봐 전전긍긍한다.


지난 아시안 게임 금메달로 군대까지 면제를 받은 마당에 유럽이 아닌 중국으로 행선지를 고민하는 것도 눈엣가시다. 군 면제를 통해 벌게 된 시간으로 한국 축구 발전에 이바지할 도의적인 책임이 생긴 선수가 유럽 진출이 아닌 중국 리그에 진출함으로써 후배 선수들에게 안 좋은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중국화’는 몇 년 전부터 한국 축구 공공의 적으로 부상했다. 중국 리그로의 진출이 선수 개인의 실력 향상 또는 축구 선수로의 명예를 위한 이적보다는 거액의 연봉에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선수는 중국에 진출하며 K리그는 물론 유럽 리그의 주요 팀에서도 받기 어려워 보이는 연봉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리그 진출에 대한 팬들의 불만은 이천수의 발언과 기성용의 일화가 알려지며 더욱 불거졌다. 이천수는 〈썰전〉에 출연해 “아무리 좋은 선수도 2~3년 중국리그에서 뛰면 중국화 된다”는 견해를 밝혔고, 국가대표팀 주장 기성용의 아버지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기성용이 중국 상하이 상강의 연봉 220억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이 한 수 아래 중국 프로리그에서 뛰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례들은 축구 팬들이 중국으로 진출하는 선수에게 비판을 남길 때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다. ‘기성용처럼 전성기를 지난 선수마저 돈보다는 꿈과 명예를 좇는데, 어째서 젊은 선수들이 벌써부터 돈을 좇느냐’는 거다. 게다가 높은 연봉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 사이 빈부격차가 발생해 팀 내 분위기가 악화할까 염려하기도 하다.

기성용

하지만 기성용은 러시아 월드컵을 두고 기자들에게 되려 “중국화란 발언은 자제해 달라. 선수들이 위축된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 때문이 아닌,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 여론과 기사 때문에 팀 내 분위기가 나빠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중국화’라는 단어는 자극적이다. 한편으로는 실체가 없기도 하다. 여느 스포츠와 리그를 막론하고 용병 선수는 팀 전력의 강화를 위해 존재한다. 용병이 더 이상 팀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금세 낙오된다. 이는 중국 리그도 다를 바 없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선수 가운데 출중하지 않은 선수는 없다. 국가대표팀에 중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많은 건 그만큼 그들이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이를 입증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기량을 유지하지 못하면 소속 팀에서의 입지는 좁아진다. 리그에서의 출장 시간이 줄어들면 국가대표팀과도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다. 그 빈자리는 다른 리그에서 뛰는 선수 또는 K리그에서 실력을 입증한 선수들이나 유망주들이 채우게 될 것이다. 국가대표팀은 철저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선수들이 다시 한번 베스트 11에 속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다. 중국화된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거듭 선발되어 결국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이 약해질 거라는 건 기우에 가깝다.


한편으로는 유럽으로의 이적이 정답인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유럽 진출 자체가 절대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축구 팬들은 단순히 유럽에 진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박지성, 기성용, 손흥민, 이영표처럼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자랑스러운 업적을 남길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수준 높은 유럽파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큰 부상을 입거나 자리를 잃은 선수들에게 ‘시간 낭비하지 말고 K리그로 돌아와라’ 같은 비아냥 섞인 댓글이 달리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게다가 유럽에 진출한 모든 선수가 국가대표로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기량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때로는 중국에 진출한 선수보다 더 많은 비판을 받는 일이 허다하다. 독일의 도르트문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박주호에 대한 비판, 빅리그의 중위권 팀에서도 주전 자리를 꿰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임대를 전전한 지동원에 대한 불만, 바르셀로나 1군으로 승격하지 못하고 현재는 각각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2부리그에서 뛰는 백승호와 이승우에 대한 비아냥, 그 외 유럽 중소 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에 대한 무관심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 진출은 축구 선수가 가질 수 있는 훌륭한 목표라는 건 변함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실력을 갖춘 모든 선수가 유럽에 진출할 필요는 없다. 진출하고 싶다고 진출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또한 병역 면제를 받은 선수가 유럽으로 가면 공익이고, 중국으로 가면 공익이 아니라는 발상도 멀리해야 한다. 군 면제를 받은 스포츠 선수가 해당 스포츠의 발전에 앞으로 이바지해야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공익은 스포츠 선수가 추구해야 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부분이 아니다. 나라와 공익을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면 박수는 보내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손가락질을 해도 되는 건 아니다. 김민재의 중국 이적보다 오히려 이적 뉴스 하나에 열을 내며 인격적인 모독까지 쏟아내는 지금의 분위기가 오히려 향후 선수들의 행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축구는 국기가 아니다. 축구 선수는 나라에서 주는 특혜가 아니다. 그들도 하나의 직업인이다. 단지 우리보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의 조금 더 큰 관심을 받을 뿐이다. 선출직도, 공직도 아니기 때문에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할 까닭 역시 없다. 나라 역시 법 조항으로 이를 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직업인으로서 스스로의 이익과 상황에 맞는 길을 택할 권리가 있다. 김민재 역시 마찬가지다.


김민재의 중국행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스포츠에서는 소위 말하는 ‘옷피셜’이 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이적 소식도 믿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향후 이 이적 건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선택은 김민재의 몫이다. 선택으로 인한 결과가 본인에게 미칠 파장 역시 온전히 김민재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여기서 팬들이 감내해야 하고 이겨내야 하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적의 옳고 그름을 지적하고 따지는 현재의 분위기가 마냥 달갑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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