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닥은 정규직화 하지 못한다고?

조회수 2018. 12. 6.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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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책이 보여주는 철학의 일관성이다.

※ 주의: 이 글은 상당히 삐딱한 시선이라, 혹자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힌다.


나는 박사 후 연구원, 다시 말해 포닥이다. 과학기술력을 높이려면 포닥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국가가 과학기술력을 증진하겠다고 말한다면, 포닥들의 처우를 개선해줘야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시켜준다든가, 임금을 올려준다든가. 


그럼에도 최근 뉴스에서 학사/석사 출신 연구원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면서 포닥은 정규직화하지 못한다는 뉴스에 많은 사람이 분노하는 것 같다.


여기서부터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 누군가에는 나도 포함된다. 국가 운용의 차원에서 본다면 전체 근로자/산업종사자 중 포닥의 비율은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과학을 일반 산업의 하나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비판적으로 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경제'다. 안보 문제를 해결하려고 사회적 정의를 세우려고 한들, 경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경제지표/수치를 마사지하거나 왜곡하는 언론 혹은 가짜뉴스 생산자들이 차고 넘친다. 경제지표가 좋아지면 입을 닫고, 나빠지면 한국은 세상 최악의 국가라고들 말한다.


산업구조와 인구가 거의 고정된 상황에서 일자리를 어떻게 생산하는가의 방향은 결국 파이 나누어 먹기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경제활동 인구 중에서 학부/석사 졸업생의 숫자와 포닥의 숫자 중 누가 많을까.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해야 최대 다수의 국가 구성원이 가능한 최고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포닥이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오해를 막기 위해 말하지만, 포닥이 혜택을 박탈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던가, 희생을 강요당해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당연히 위와 같은 고민에 의해 정책이 결정된다면, 포닥에게는 다른 보상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책이 보여주는 철학의 일관성이다. "과학을 발전시키겠다"라면서 과학자를 무시하거나, 과학자들에게 처우가 좋지 않다고 가정해보자. 과학자들이 나라를 떠나는 것은 물론 과학 수준이 떨어지는 것 또한 당연하다.


허나 그렇다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적인 지원을 한다면, 그것 또한 다른 산업에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지 않을까. 여기서 다시 한번 드는 궁금증. 그 돈은 어디서 올까.


2016년도 통계지만 이미 한국의 GDP대비 R&D 투자비율은 세계 2위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엄청난 수치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뭔가 이상하다. 포닥 중 연봉 3,000만 원 가지고 버티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혹자는 박사 학위자의 숫자가 너무 많다고 한다. 혹자는 대학 탓이라고 한다. 혹자는 정부의 과학을 무시하는 태도/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혹자는 경제가 안 좋고 대기업을 때려잡아서 그렇다고 한다. 혹자는 북한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가 너무 많다. 그리고 절대적 해결책은 없다. 나 역시 그 문제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 당연히 누군가에게는 삶의 목줄을 흔드는 상황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좁은 삶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소리 내는 것뿐이다. 당연한 반응이다. 학부/석사들의 경제적 안정을 고려하듯 포닥의 삶의 질도 고려하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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