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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그림&전시 감상 가이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분석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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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갤러리와 미술관을 다니기 시작한 때는 20대 초반이었다. 서울로 올라온 후부터였다. 당시에 난 그저 예술이라는 걸 알고 싶었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고 싶었다.


전시장에서 나눠주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자를 읽고 작품 앞에서 한참 동안 서서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미술사에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컬러 구성과 구도를 분석하고 나의 경험을 연관하며 그림을 감상했다.


이런 방식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전시회를 갔다 오면 피곤함을 두 배로 느꼈다. 남들이 보면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하겠지만 그땐 이렇게 해야 직성이 풀렸다.

아트 관련 서적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건 서울에 있는 큐레이터학과에 편입을 준비하면서부터였다(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전시를 보러 갈 때마다 난해한 현대미술을 보면서 사람들이 이걸 아트라고 간주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상자를 쌓아놓고 저게 예술이라고 한다면 나도 예술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나도 많이 했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와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와 같은 책들을 읽으면서 서서히 궁금증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유명한 미술관들을 많이 다녀봤고 유명한 그림들도 많이 보았다.


이제는 전시를 보러 가면 전시의 대략적인 개요와 구성을 파악하고 나의 시선을 끄는 작품 위주로 감상한다. 이제 더는 유명세에 따라 그림을 평가한다거나 관심을 두지는 않는다.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또는 그 작품을 보았을 때 머릿속에 무엇이 떠오르는가에 집중한다.


그림 감상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감상은 매우 주관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림을 감상하거나 전시를 보는 것에 흥미를 붙이고 싶은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초반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안내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다양한 감상법을 아래에 소개한다.



1. 마음이 가는 작품, 감동이 오는 작품 위주로 보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고, 스페인 포토그래퍼 알베르토 가르시아 알릭스(Alberto García-Alix)의 삶과 연륜이 묻어나는 사진을 보며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

A moment of eternal silence by Alberto García-Alix

2. 시각적으로 예쁜 작품


위의 첫 번째 방식과 비슷한 맥락이다. 첫눈에 강렬한 느낌을 받거나 시각적으로 예쁘다고 느껴지는 작품 위주로 감상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의 보는 눈은 매우 비슷하다. 컬러나 구성면에서 강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이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I and the Village by Marc Chagall

3. 내 방에 걸어 두고 싶은 작품

작품을 볼 때 ‘이걸 내 방에 걸어 놓는다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내 방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부터 시작해서 집에서 이 작품을 보면 영감을 받을 거 같다든지,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왔을 때 이 작품이 따뜻한 위로를 줄 거 같다든지. 이런 단순한 질문으로 예술 작품 감상을 시작할 수 있다.



4. 디자인 관점으로 접근하기


작가가 작품에 이용한 소재, 재료의 특징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효과, 컬러 구성, 공간 구성, 형태 등을 분석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

Composition II by Piet Mondrian

5. 질문하고 상상하기


‘작가는 왜 이것을 여기에 그려 넣었을까?’ 사진인 경우 ‘왜 이 피사체를 찍었을까?’라는 물음으로 출발해서 ‘작가는 당시에 어떤 상황이었을까’, ‘어떤 감정이었을까’, ‘나라면 어떤 오브제를 선택했을까’라는 식으로 질문과 대답을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다.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이야기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Betty by Gerhard Richter

6. 미술사/디자인사/미학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배경지식이나 미학 관련 지식이 있으면 좀 더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다. 알몸의 정부를 그린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당시에 논란을 일으킨 배경을 안다면, 아르누보 다음에 아르데코가 시작된 이유를 안다면 작품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진다.

Le Déjeuner sur l'herbe by Édouard Manet

7. 전시 구성과 목적을 파악하기


관람하는 전시의 큐레이터가 되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왜(why) 이 시기(when)에, 이 장소(where)에서 이와 같은 주제(what)의 전시가 기획되었는가. 큐레이터는 이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이 전시의 주제는 어떤 사회적인 이슈와 관련이 있는가.전시를 구성하는 요인들, 즉 작품이 놓인 동선, 조명, 전시 디자인, 팸플릿 등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감상한다.



마치며


혼자 가는 것도 좋지만 친구와 함께 또는 그룹으로 가는 것도 추천한다. 전시를 관람한 후 느낀 점과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하면서 내가 지나쳤던 것들을 발견하거나 사고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미술이 난해하다면서 피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처음부터 현대 예술은 어렵다고 고정관념을 갖기보다 ‘어떤 사물에 대해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감상하는 게 좋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변기를 예술 작품이라고 명한 아티스트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생각은 당시 예술에 대한 일반적인 사고 체계에 완전히 반하는 개념이었다.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는 자신의 작품에 전혀 관련 없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가게끔 했다. 이런 상식을 벗어나는 생각과 행위는 아트라는 범주 안에서 가능하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분석할 필요는 없다.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끼러 간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미술관을 방문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비슷하고 규칙에 얽매인 삶 속에서 기발하고 엉뚱한 아이디어가 담긴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잠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다면 예술은 우리 삶의 활력소가 되어 있을 것이다.


원문: designbu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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