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좌제는 안 되죠, 그런데 말입니다

조회수 2018. 12. 5.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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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본인의 음악으로 떴더라면

연좌제는 안 됩니다. 법적으로는 물론이고 도덕적으로도, 부모의 죄 때문에 자식을 힐난해선 안 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죠. 그런데 말입니다… 마이크로닷(이하 마닷) 부모의 사기 혐의… 말인데요.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참 악질적인 범죄죠. 그로 인해 몇 집이 풍비박산 났다고도 하고.


일이 이렇게 커진 건 마닷 측의 초기 대응이 나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사실무근, 법적 대응’부터 천명해버리는 바람에 기름을 제대로 부었어요. 마닷 형제에 대해 도는 여러 썰이 아니더라도, 이 초기 대응이 완전히 망한 게 마닷을 실드치기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출처: 연합뉴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인데요. 먹고 자며 하루를 보내는 한 사람의 ‘인간’ 마닷, 예능인이라는 ‘직업인’으로서의 마닷, 매니저부터 방송작가까지 수많은 사람이 협력해 만든 예능 ‘상품’으로서의 마닷… 이게 엄밀히 말하면 서로 구분되어야 하는데, 연예인은 그게 잘 구분되질 않아요.


특히 요즘처럼 생활 밀착형 예능이 대세가 된 시대에는 더욱더 그렇죠. 차라리 마닷이 본인의 음악으로 떴으면 모르겠는데, 그의 이름을 알린 건 ‘도시어부’라는 생활 밀착형 예능이란 말이죠.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공중파까지 진출하면서 이 사달이 난 거고. 이런 생활 밀착형 예능에서는 더욱이 ‘인간’ 마닷과 ‘예능인’ 마닷이 구분되질 않아요. 물론 ‘상품’ 마닷도.


여기에 또 한 가지. 요새 연예계, 그중에서도 특히 힙합 씬의 분위기가 또 맞물려 있습니다. 소위 ‘스웨그’라고 나 잘났다 자랑하는 거야 유구한 전통이니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게 요새는 특히나 물질적인 데 집중되는 느낌이에요. 나 잘 산다, 나 돈 많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 집 잘 산다, 부모님 대단하다… 이런 걸 예능이나 힙합이란 포장지로 싸서 상품으로 낸단 말이죠.


그러다 보니 어려워집니다. 마닷도 예외는 아니라, 그동안 저런 캐릭터를 열심히 만들어 팔아왔고요. 그렇게 구축한 ‘상품’ 마닷은 이제 퇴출당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부모의 사기 범죄가 본인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그의 여유로운 일상, 전국을 누비며 즐기는 낚시, 성공한 삶을 자랑하는 모습을 더 이상 상품으로 뽑을 수는 없단 말이죠.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당연하고, 사실 보통 시청자들에게도 이런 상품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요.

출처: 채널A

그런데 이 ‘상품’이 퇴출당하면 자연히 ‘직업인’으로서의 마닷도 퇴출당해요. 이걸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 둘은 사실 같은 사람이니까. 그리고 이건 결국 ‘인간’ 마닷에게 책임을 묻는 셈이기도 하죠. 부모의 죄를 두고 ‘인간’ 마닷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 되죠, 안 되는데… 그래도 결국 ‘상품’ 마닷을 아니 퇴출시킬 수가 없단 말이죠.


마닷이 이제 와서 랩으로 갑자기 천하 대통을 이루어 예능인 대신 순수한 래퍼로 인정받는다면 모르겠지만요. 이건 결국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부모가 죗값을 치르고 나서 마닷이 성공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자랑하는 것 말고 다른 ‘상품’을 개발해낼 수 있다면 모르겠는데, 일단 전자부터 뭔가 지지부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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