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와 문재인

조회수 2018. 11. 21.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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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을 싸잡아서 매도할 수는 없다.

※ 11월 4일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증시가 파도를 치자 대통령을 성토하거나 비호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진다. 패닉을 느낄 만큼 급락할 때는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다!’며 극렬히 비난하는 사람이 제법 보였다. 그러다가 11월 2일에 기록적인 반등률을 찍자 열성 지지자들이 ‘이게 다 문재인 덕분 아니냐!’며 반격을 가했다.


나처럼 줏대 없는 중립충은 피로를 느낀다. 대통령 때문에 급락한 것도 아니고 대통령 덕분에 급등한 것도 아니니까. 올해 내내 미국을 제외한 세계 증시가 나란히 휘청거렸다. 그러다 미국마저 흔들리니 난리가 난 거다. 조촐한 내수시장을 가진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우리가 그에 동조하는 건 자연스럽다. 다만 짚어볼 대목은 있다. 우리의 경우 떨어질 땐 더 떨어지고 반등할 땐 덜 반등했다. 만약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면 딱 이만큼에 국한해야 한다.

출처: 뉴시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첫날 코스피.

실제로 올해 정부의 정책은 여러 경제지표가 가리키는 방향과 다른 쪽을 취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숱한 고언을 쏟아내도 아랑곳 않았다. 지난 몇 년간 경제를 지탱해온 반도체 산업이 고점 논란을 맞으며 불안이 커졌고, 조선업과 자동차업은 극심한 불황기를 보내고 있다. 모두 우리 경제의 중추에 해당한다. 한데 펀더멘털을 점검하고 심리를 다스려야 할 때 정부는 별다른 코멘트를 내지 않았다.


시장에 개입해서 왜곡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해법을 고민하는 중이라는 시그널 정도는 제시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러나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오직 남북관계, 최저임금, 서울 집값에만 집중했다. 물론 다 중요한 문제이긴 하나 만사를 제쳐두고 당장 올인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지도층의 이데올로기가 경제 정책마저 지배하는 느낌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도 정확히 이 대목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이뤄지는 비판은 대통령 지지자도 존중해야 한다.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다!’는 멍청하고 간악한 비난임에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문재인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는 비판마저 싸잡아서 매도할 수는 없다. 그건 기만이자 폭력이다.


사실 참 애매한 이야기다. 외부 요인과 내부 요인을 딱 발라내서 책임 소재를 산출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작업이니까. 외부 요인 또한 꼼꼼히 따져보면 우리에게 특히 불리한 측면이 있다. 현재 논점은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IT/커뮤니케이션 업종의 고점 논란인데 재수 없게도 우리 산업 구조로는 그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누가 대통령이어도 매한가지다. 하지만 이를 방패로 삼아 그동안의 경제 정책까지 몽땅 옹호하기는 힘든 노릇이다.


증시는 기대를 먹고 자란다. 그리고 그 기대는 바로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증시 상황이 안 좋다는 건 전망이 나쁘단 의미다. 투자자들이 몇 푼 잃고 마는 그런 상황이 아니란 소리. 다른 나라에 비해 흐름이 특히 안 좋다면 경제 펀더멘털과 정책 방향성을 진지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시그널 아닐까?

출처: 뉴시스
10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만사를 정치 논리로 풀어가는 이가 너무 많다. 한데 그 정치 이야기조차 특정 정치인과 집단을 지지하느냐 거부하느냐의 양상으로 전개된다. 피로하다. 정치보다 정책이 중심에 서는 토론을 바라지만 요원해 보인다. 누군가는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조차 고까워하며 재수 없게 여길 테지. 대체 넌 누구 편이냐고 물으면서. 그러지 말자고,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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