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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공채 폐지는 취업 난이도를 높인다

조회수 2018. 11. 19.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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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각박하고 치열해지는 시대

대기업 공채의 핵심은 원래부터 입도선매였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서는, 가진 거라곤 대학 졸업장 하나밖에 없는 ‘복사부터 가르쳐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갑자기 대학 시절엔 상상하지도 못한 임금을 보장하고 최소 5-10년은 키울 각오로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기업이 하는 거였다.


그 정도의 결정을 매년 100명 단위로 할 수 있는 기업은 원래도 제한적이었고, 나름의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었으며, 때로는 정권의 요구에 따라 ‘통 큰 채용’ 식으로 활용되기도 해왔다.

출처: 뉴스1

뽑아봐야 2~3년은 밥값조차 못할 것이 명백한 사람들을 목걸이 하나씩 달아주고 기다리는 이 방식이 IMF를 지나고 고도 =성장이 꺾이면서도 유지되었던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공채 나름의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중장기적 채용을 통한 인적 리소스의 내재화이고 또 다른 측면은 공채 간의 네트웍 효과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로스 최소화였다.


30살짜리 신입사원 100명을 한 해에 같이 뽑아 놓고 합숙연수를 시키면서 춤을 추라고 시키고 이상한 조별과제를 줘서 부딪히게 하는 게 업무와의 관련성은 하나도 없겠으나, 막상 현업에 배치되고 나서 무작위의 일이 떨어질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주는 효과는 확실했더라는 것이다.


어느 부서에나 아는 사람이 대강 한 명은 있으니, 맨바닥에서 문제를 풀기보다 전화통을 들고 몇 번 연락하고 나면 대강의 가닥이 잡힌다. 그런 관계가 5년, 10년, 15년 이어지면 회사의 입장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쉽게 확보하기 힘든 인적, 사회적 자원을 얻게 된 셈이 된다.


이러한 구조가 일반적인 사회에서 공채 입사자가 타 회사로 경력직 이직을 원하는 경우는 처우 상승이 확실할 때뿐인데, 기존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모두 포기하고 맨바닥에 부딪혀야 하는 상황이 되니 굳이 회사에 대한 ‘로얄티’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탈을 주저하게 되고, 회사로서는 인력 유출을 최소화할 하나의 장점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뽑는 ‘공채 신입사원’들이란 사실은 정말로 고만고만해서, 사실 최종면접장에 온 4:1 경쟁자 중 누구를 뽑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자격을 가진 응시자들이 쏟아지는 형편이다. 다른 기업에서 2~3년 신입 생활을 이미 해 본 ‘중고 신입’도 즐비하다.


이들을 택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다듬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가장 몸값이 높은 건 대리 말년인데 이미 회사가 돌아가는 방식은 대강 다 알고, 그에 비해 급여 수준은 중간 이하고, 부려먹기는 가장 좋기 때문이다.

출처: 전자신문

공채의 폐지는 결국 우량 직장에 대한 청년 취업의 난도가 훨씬 더 올라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하긴 중학교 때 이미 대입을 위한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짠다는 세상에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기업들은 이제 중장기적 채용이라는 전제를 점차 포기하고 있다. 당장 내년, 후년을 걱정해야 하는 빠른 세상에서 100명씩 신입을 뽑아 10년씩 투자하겠다는 것은, 이제는 너무도 나이브한 구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의 유연화. 좋은 말이다. 지금 이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다른 괜찮은 직업을 쉽게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만 있다면. 서로 간의 자리바꿈의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죄는 없다. 그러나 현대차는 비록 미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을지언정 공채로 들어갈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직장 중 하나였다. 앞으로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들어가기는, 아마도 대단히 어려워질 것이다.


‘복사부터 가르쳐야 하는 신입’이라고 하지만 대졸자의 지적·실무적 역량은 냉정히 말하면 역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다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뿐인데, 기업은 인적 투자를 줄이겠다고 선언했고 알아서 준비해올 것을 요구한다. 갈수록 각박하고 치열해지는데 결국은 리그에 들어와 있는 기성세대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부메랑 칼임을 너무 쉽게 잊고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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