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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해 때로는 '나쁜 사람'이 되어라

조회수 2018. 11. 19. 10: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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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 욕먹기 싫어서' 벌인 일의 영향

주변에서 ‘넌 참 착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남을 살뜰히 챙기고 많이 도와주는 사람들. 곁에 이런 사람이 있을 때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낀다. 많이 도와주니까. 많이 챙겨주니까. 이들은 정말 착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대부분 ‘착하다’는 평가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 스스로 누군가를 챙겨주는 일을 ‘기쁘게’하는 것이 아니라 강박적으로, 또는 의무감으로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것은 스스로의 마음 건강을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주변으로부터 ‘착하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자신이 실제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에너지를 투입하고 스스로는 그로 인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덧붙여 이런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무리가 주변에 끼면 ‘착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에너지만 계속 낭비하게 되고, 상대방은 과한 요구를 하게 된다. 이 상하 관계가 형성되면 상대방에게 ‘그럴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조차도 어려워진다.


그러나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문제를 묻기 전에, 어쩌면 스스로가 착하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과하게 행동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호의나 친절은 내 스스로가 감내할 수 있을 수준일 때까지만 베풀어야 한다. 자신의 할 일을 못 하면서, 자신의 앞가림에 문제가 생기면서 타인을 챙기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이다.

친구랑 만나는 게 좋다고 경제적으로 어려운데도 마구 술이나 밥을 사는 사람. 상대방이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과한 친절을 베푸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이 친절을 베풀면서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지 말이다.


소위 ‘착한 사람’은 스스로도 문제지만 사실 이 사람들이 가진 ‘나는 착해야 해’라는 마인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특히 ‘힘들지만 할 말은 해야 할 때’에 더욱 안 좋은 성향으로 발현된다. 이런 사람들은 어떠한 일에서 단호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를 못 한다.

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너 나쁜 사람이구나.

이런 류의 말을 듣는 것을 절대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상호, 그리고 집단의 이익을 생각했을 때 최악의 결과를 낳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이 해야 할 말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은 당신이 착하다는 것이 아니라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결국 상대방에게 잘못을 어떻게든 돌리게 만든다. 상대방이 복장이 터져가며 ‘그래 내가 나쁜 놈이지’라는 말을 들어야만 슬그머니 물러난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심한 사람은 일단 자기 귀에만 들리지 않으면 주변에서 무어라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어쩌면 가장 이기적인 짓이기도 하다.


꿩이 사냥꾼에게 쫓길 때 자기 머리만 박아놓고 몸통은 훤히 드러낸 상태에서 자기가 숨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단호해야 할 때 단호하지 못한다. 그러나 단호하지 못함으로써 받는 피해는 모든 사람에게 균등 배분된다. 결국 ‘나 하나 욕먹기 싫어서’ 벌인 일이 상대방과 집단 전체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다.

예의만 바르게 한다면 관심 없는 카드 전화와 보험 전화가 왔을 때 ‘저는 관심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가입할 것도 아니면서, 휴대폰 교체를 할 것도 아니면서 ‘관심 없다’는 말을 꺼내지 못해 지지부진하다 시간이 한참 지나 결국 못하겠다 말하면 텔레마케터도 시간상 큰 손해를 본 것이고 자기 자신도 괜한 시간을 허투루 쓴 것이다.


관계의 단절을 고할 때도 그렇다.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되기 싫은 사람은 정말 온갖 핑계를 댄다. 결국 다 모아보면 ‘나는 당신이 맘에 들지 않아요’ ‘우리는 더 만나도 진전이 없을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든 상대방이 그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 안심이 된다. 왜? 자기가 그 말을 꺼내면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되는 거니까. 그 말이 자기로부터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안심한다. 그럼 뭐하나? 당신은 이제 완전히 신뢰를 저버린 사람인데.


개인 대 개인은 그나마 낫다. 개인 대 단체의 경우는 더 골치 아픈 일이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일을 일단 거절 못 해 받아와 놓고 시간을 질질 끌다 결국 일에 문제가 생겨서야 강제적으로 오픈이 된다. 애당초 내가 처리할 수 없다고 잘라내야 했을 일을 질질 끌다 조직 전체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다. 꿩처럼 머리를 풀숲에 박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동아리 활동에서 회장 역할을 맡았을 때 두 명이 있었다. 둘 다 의무 활동 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한 명은 ‘이런 사정이 있고, 그래서 안타깝지만 다음 학기 활동을 할 수 없을 것 같으며, 대신 상황이 나아지면 반드시 돌아와서 활동을 마치겠다’고 말을 했다. 교환학생 1년을 다녀와야 했던 그 친구는 단호하게 말했지만 그 뒤의 약속에는 힘이 있었고 실제로 그 약속을 교환학생 다녀온 뒤 지켜냈다. 그 친구는 아직도 우리의 이너서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다른 한 명은 내가 ‘나올 수 있느냐, 회비 마감은 언제까진데 가능하냐’고 말할 때마다 ‘알겠다, 최대한 참여하겠다’고 질질 끌더니 결국 나중에는 내 전화나 연락도 받지 않고 잠적해버리고 말았다.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자신이 하기 어려운 말을 꺼내야 할 때가 있다. 그 말을 꺼내는 것 자체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조금 힘든 말을 지금 당당하게 한다면 당신은 더 먼 관점에서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착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당신. 그냥 솔직히 인정하자. 당신은 진짜 착한 게 아니라 주변의 인정 욕구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상대방에게 선의를 베푸는 것이 다신 스스로를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소위 할 말 하는 사람을 ‘나쁘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할 말 하는 것이 ‘나쁜’ 행동이라면, 차라리 때로는 ‘나쁜 사람’이 되기를 권한다. 당신이 순간 용기를 내어 나쁜 사람이 됨으로써 당신과 다른 사람, 조직 전체가 오히려 더 건강해질 수 있다.


원문: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작가 김재성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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