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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다 사실일까?

조회수 2018. 11. 16. 15: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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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프레디 머큐리 말고도 퀸 멤버가 솔로앨범을 냈습니다!

개봉 후에도 한참을 못 보고 있다가 드디어 봤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퀸 노래를 많이 들려주면서, 그 사이 사이에 스토리를 배치하느냐를 고민한 영상물, 즉 초장편 뮤직비디오에 해당하는 영화이므로 영화 자체의 만듦새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할 얘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내용이 사실이라고 곧이곧대로 믿을 분들이 아무래도 80% 이상이라는 점에서, 왜 줄거리가 이렇게 짜여졌는지가 좀 의아해집니다.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영화 제작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프레디 머큐리의 솔로 앨범 출시가 퀸의 분열 내지는 심각한 갈등으로 비화했다는, 별로 믿어지지 않는 스토리가 왜 영화의 축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더라는 것이죠.


일단 이하 내용은 스포일러일 수도 있으니, 그만 보실 분은 여기에서 그만두시길.



0.


잠시 영화 진행 리마인드. 매니저 중 하나가 "CBS에서 400만 달러에 솔로 앨범을 내라는 제안이 들어왔다"며 프레디 머큐리의 귀에 속닥거리죠. 여기 솔깃한 머큐리가 솔로 앨범을 내겠다고 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다른 멤버들은 "너는 퀸을 죽였어!" "어떻게 상의도 없이!" 하고 흥분하고 등을 돌리고, 상심한 머큐리는 더욱 매니저의 말만 들으면서 앨범 작업만 합니다.


심지어 매니저는 라이브 에이드에 나가라는 말조차도 차단해서 알려주지 않고, 결국 전 애인인 메리가 나타나서 모든 걸 알려주기 전까지 머큐리와 다른 멤버들의 갈등은 깊어지기만 하고… 그래서 반성한 머큐리가 친구들에게 사과하고 다시 라이브 에이드 무대에 서고… 이런 스토리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1.


퀸 멤버 중 솔로 앨범을 낸 건 머큐리 혼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 머큐리가 첫 솔로 앨범 『Mr. Bad Guy』를 내기 전 로저 테일러는 이미 두 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밴드 전체의 음악성과 별개의 '자기 음악 세계 실현'은 퀸 뿐만 아니라 많은 밴드에서 이뤄진 관행.


그러니 머큐리가 솔로 앨범을 낸다고 해서 다른 멤버들이 "어떻게 니가 그럴 수가!"라고 분개하는 건 좀 이상한 일입니다. 신해철이나 김종서처럼 밴드를 버리고 아예 솔로 가수로 새 길을 걸은 것도 아니고.

로저 테일러의 솔로 앨범 『Fun in space』 표지.



2.


라이브 에이드가 85년 7월 15일의 일이니 영화상으로 표현된 심각한 갈등과 머큐리의 고립은 85년 상반기의 일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85년 상반기 퀸은 84년 앨범 『Works』의 홍보를 위한 전 세계 순회공연 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84년 8월 시작된 이 공연은 85년 5월 15일 일본 오사카에서 끝났습니다.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야 고작 2개월.


즉 실제로는 매일 같이 먹고 자고 비행기 타고 다음 공연장으로 이동해서 다시 공연하고 먹고 자고 파티하고 하고 있을 시절인데 영화 속에서는 서로 얼굴도 안 보고 어딘가 따로 떨어져서 남남처럼 지내고 있었다는 얘기죠. 여기서부터 영화와 현실의 시간표는 완전히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3.


『MR. BAD GUY』 앨범은 83년부터 녹음을 시작해 85년 4월 29일 발매했습니다. 그러니까 머큐리가 이 시점에 솔로 음반 발매 계획을 털어놓고, 갈등을 빚고, 멤버들과 소원해지고, 라이브 에이드라는 것이 열리는 지도 모르고, 화해하고, 다시 라이브 에이드에서 멋진 공연을 펼친다는 건 몽창 지어낸 이야기인 거죠.


갈등이 있었다면 『The Works』 앨범을 녹음하기 이전의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83년쯤인데, 이미 그 갈등을 극복하고 앨범을 내고, 같이 전 세계 투어도 다닌 다음인 85년의 라이브 에이드에다 이 갈등을 갖다 붙였으니 이건 실제 역사와는 영 딴판이 되어 버리는 것이죠.



4. 


라이브 에이드를 앞둔 화해(?)의 조건이 "앞으로 모든 노래를 니 노래, 내 노래 나누지 말고 모두 퀸의 이름으로 발표하고 수익분배도 1/4로 하자"는 것이었다고 나옵니다. 그래서 그 화해(?)의 산물로 나온 86년 앨범 『A kind of Magic』의 첫 곡 <One Vision>은 작곡자가 Queen이죠.


그런데 막상 타이틀 트랙인 <A kind of Magic>은 '로저 테일러 작곡'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역시 실제와는 영 딴판인 얘기인 셈입니다.



5.


퀸이나 핑크 플로이드가 위대한 점 중 하나는 10만 명씩 수용할 수 있는 웸블리 구장 같은 초대형 공연장에서, 어디서 들어도 훌륭한 음향 배치를 독자적인 기술로 실현할 수 있었다는 점(어딘가 인터뷰를 보면 브라이언 메이가 이걸 매우 자랑스럽게 얘기함)입니다.


그런 퀸이 '라이브 에이드에 나오라'라는 요청을 받으면 '거기는 음향 시스템을 어떻게 해놨대? 드럼 세트 하나로 다 돌려써야 한다는데?' 싶어서 참여를 주저하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닐까요?


아무튼 현실과 영화의 괴리는 이렇습니다. 그런데 영화 시나리오를 사전에 몰랐을 리 없는 퀸 멤버들이 왜 이런 요상한 갈등(?)을 영화에 넣는 데 반대하지 않았을까 매우 의문이 되네요.…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더 들더군요. 여기서부터는 아셔도 그만, 모르셔도 그만입니다.



1.


머큐리가 내놓은 문제의 솔로 앨범 『Mr. Bad Guy』의 수록곡 중에서 영화에 나온 건 단 한 곡입니다. 바로 죠. 머큐리가 폐인(?)이 되어가며 '다들 좋다는 얘기만 하는' 녹음실에서 솔로 앨범 작업을 하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뿜빰뿜빰 하는 그 곡의 전주가 잠시 흘러나왔죠.


(저도 아주 오래전 카세트테이프로 열심히 듣고 다녔죠. 곡들의 면면은 나쁘지 않았지만, 당시 음악 좀 듣는다는 친구들은 모두 이 음반을 싫어했습니다. 물론 그 친구들은 퀸의 앨범도 인정하지 않았죠^^)



2.


사실 이 앨범에서 현재 가장 유명한 곡은 많은 사람들이 그냥 '퀸의 노래'라고만 알고 있는 <I was born to love you>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곡은 다른 멤버들이 반주를 다시 녹음해 머큐리 사후 발매 앨범인 『Made in Heaven』에 슬쩍 끼워넣은 것입니다! (그것도 처음에는 일본 발매분에만 넣은 곡이었습니다!)

문제의 앨범 표지입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 보시면 반주가 두 가지입니다. 머큐리 솔로 앨범 버전은 전자악기 중심의 약간 저렴한 듯한 반주고, 퀸의 리메이크 버전은 처음에 천둥소리가 나면서 메이의 기타 사운드가 울려 퍼집니다.


아무튼 뭔가 께름칙한 부분이 있었는지, 웬만한 히트곡은 다 들어 있는 퀸의 『Greatest Hits』 1, 2, 3 앨범에도 이 곡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프레디 머큐리의 솔로 곡’이라고 족보를 제대로 찾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3.


전주가 잠시 나오는 것 이외에, 이 영화에 나오는 다른 밴드의 곡은 아마도 Dire Straits의 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라이브 에이드 무대에 서기 전, 퀸이 대기 중일 때 이 곡의 일부가 잠시 들리죠. 실제로 Dire Straits는 퀸의 바로 앞 순서는 아니었습니다. 2팀 전이었죠. 그런데 이런 것까지 정확하게 재현한 이 영화의 스토리가 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뭐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영화에서 스토리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노래가 주인공이고, 노래가 열일하는데 말입니다.


원문: 송원섭의 스핑크스 2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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