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스타트업의 공통적인 문제점

조회수 2018. 11. 5. 11: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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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라면 배임 행위로 책임져야 할 수준

이번 달에 스타트업 코칭을 5팀이나 맡게 돼서 오랜만에 멘토링에 시간을 쓰는데, 그간 수백 건의 컨설팅 경험에서 느낀 바와 같이 업종이 달라도 스타트업이 가진 문제는 대부분 비슷하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스타트업의 문제는 디테일이 아니라 기본이다

보통 초도면담을 하면 거의 모두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을 원하지만 그건 대부분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원인을 찾아 내려가다 보면 결국은 기본적인 부분이 안 되어 모순이 발생하는 게 대부분인데, 보통은 전략 방향이 잘못된 경우가 가장 많다. 현상 해소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회사가 어려울수록 더더욱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



2.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자율이 아니라 규율이다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대부분 수평적 문화, 자유로운 근무 환경, 좋은 복지 혜택 등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그것은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회사 조직에서의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창업자의 경우 자율성을 강조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그 결과는 방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대표는 어떻게 지시해야 하는지 모른다.


정말로 지시 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업무의 프로세스를 시스템으로 돌아가게 하는 규율 및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준수하게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수평적 문화는 커뮤니케이션이 수평적이라는 것이지 직급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규정과 소통의 단계가 있으면 문제지만 자유롭게 운전할 권리를 위해 신호등을 없애자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



3. 방향성만 일치시켜도 대다수 문제는 해결된다


회사의 방향성은 ‘왜(Why)’를 말한다. 이는 창업자의 철학에서 시작되어 명문화된 회사의 사명(Mission)과 비전(Vision)으로 선언해 모든 조직원에게 내재화되어야 한다. 사명과 비전의 수직선 위에 전략(Strategy)과 운영 계획(Operation plan), 업무 내용이 일직선으로 같이 가지 않으면 새나가는 자원이 넘쳐나게 된다.


회사가 친환경을 지향하는데 매장에서 플라스틱 컵을 쓰면 어떻게 될까? 테이블을 깨끗이 닦으라는 사장의 지시로 손님들이 식사하는 중간에도 걸레질하고 다니는 직원이 있으면? 전체 큰 그림을 못 보고 자신의 업무만 근시안적으로 보는 경우다. 실제 기업 조직문화 컨설팅을 가보면 이런 전략 방향성의 정렬(aligning)이 커뮤니케이션과 더불어 가장 많이 수행되는 사례다.



4. 돈은 기업 활동의 피다

“저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사회적 가치를 더 우선시합니다”, “저는 회사를 크게 키우는데 욕심이 없습니다” 이런 멘트를 정말 너무나 많이 들었다. 기업가로서 무책임한 말이다. 만약 기업 오너로서 자신이 월급 주는 전문 경영인이 저런 말을 공개 석상에서 한다면 어떤 기분을 느낄까? 주식회사라면 저건 배임 행위로 책임져야 할 이야기다.


기업이 돈을 목표로 사업을 할 수는 없지만 돈이 없이는 사업을 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비전과 꿈이 있더라도 수익성(profitability)에 집중해서 사업하지 않으면 그 계획을 유지할 수가 없다. 즉 소셜벤처나 사회적 기업, 심지어 NGO조차도 그 좋은 공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캐시 플로우(Cash flow)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우리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라 한다.


여담으로 요새는 굳이 소셜벤처나 사회적 경제 조직이 아니라도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대기업이라고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포기합니다”며 일을 하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가장 CSR 예산을 많이 쓰는 곳이 삼성전자다.


사업으로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면 2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수익을 사회에 기여하게 만드는 CSV 모델이 있고, 둘째는 그냥 삼성처럼 큰 회사를 만들어서 사회공헌을 많이 하면 된다. 가뜩이나 얼마 벌지도 못하는 돈 쪼개서 사회 기여하겠다는 소셜 벤처 중 성공사례를 본 적이 없다.



5. 화살은 두 개인데 다섯 개의 과녁을 맞출 수는 없다


자원의 재배분(Resource allocation)이 경영전략 수립의 핵심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필연적으로 자원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 리소스를 어디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기업에서 자원이라 함은 보통 자본(capital), 시간(time), 인력(man-power)을 말한다.


몇 명 되지도 않는 사람이 모여서 모든 연령대의 B2C, B2B, B2G와 제조-유통-판매-마케팅을 다 하고 제품 라인업도 엄청 많이 갖춰 놓는다? 이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모델이다.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효율성이 굉장히 낮다.


브랜드 포지셔닝 타깃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하고 그 시장을 먼저 선점한 뒤 확장하는 전략이 정석이다.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여러 개의 씨앗을 뿌려놓는 심리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런 전략이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희박하다.



6. 유통 네트워크는 절대악이 아니다

유통의 단계를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겠다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흔하다. 즉 자신의 플랫폼 하나만 이용하게 하겠다는 전략. 복잡한 유통의 단계가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유통이 되는 배경도 알아야 한다. 유통의 단계가 복잡해지는 이유는 그만큼 단계별 최적화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3~4단계의 네트워크를 1단계로 줄이려면 내가 그 3~4단계의 일을 모두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통은 단계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단계를 ‘최적화(optimization)’ 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통과 물류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 정도의 볼륨이 아니라면 병목 현상이 생긴다. 품질에 조금 차이가 있으나 거의 똑같은 과일을 제주도에서 서울로 3만 원에 가지고 오는 사람과 동남아에서 서울로 5,000원에 가지고 오는 사람 중 누가 더 실력 있는 사람일까?



7. 주문 생산 방식은 사치품에서나 유효


패션이나 공예품 등 기타 제조업을 하는 스타트업 중 “우리는 주문을 받으면 그때 제작을 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곳이 굉장히 많다. 그럼 삼성전자나 애플은 바보도 아니고 왜 재고가 있겠는가?


오더 메이드의 가장 큰 문제는 제조 시간과 제조 비용이다. 고가의 사치재가 아닌 공산품의 경우 주문에서부터 고객이 받는 순간까지의 시간이 고객 경험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더욱이 산발적으로 들어오는 주문의 경우 공정의 스케줄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다. 생산비용은 생산물량에 반비례한다. 보통 최소 주문량(MOQ) 1만 단위 넘어가는 제품의 경우 1개를 만드나 100개를 만드나 개별 단가는 별 큰 차이가 없다. 왜 제조업이 양산에 그렇게 목을 매는지는 경험을 해보면 안다. 따라서 적절한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적정 재고를 관리하는 것이 기술이다.


재고 없이 최대한 빠르게 합리적인 품질과 가격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건 최소 유니클로나 ZARA 정도 규모가 돼야 가능한 일이다(이들도 재고는 있지만 궁극의 수요예측으로 매우 적은 재고만 유지한다). 5만 원 하는 디자인 티셔츠를 몇 군데 입점몰에만 공급하는 사람과 5,000원 하는 티셔츠를 하룻밤 만에 동대문 전체에 1,000벌을 공급해 파는 사람 중 누가 더 실력 있는 사람일까?



8. 파트너십은 초기 단계가 아닌 성장 단계에서 필요

‘저희는 곧 ○○○와 같이 제휴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 교수님이 저희 프로젝트를 도와주시려고 합니다’, ‘모 대기업에서 협업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런 아무 결정도 나지 않은 뜬구름같은 이야기를 과시적으로 하는 팀들이 많다.


자기 사업에 자신의 역량이 아니라 파트너들의 간판으로 사업하겠다는 건 기업가 정신이라 볼 수 없다. 그런 이름만 빌려주는 사람들 없이 오롯이 자립할 수 있어도 될까 말까인데 자꾸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얹혀서 가려는 팀들이 많다. 이건 첫 단추를 잘 못 끼는 거다. 파트너십은 촉매 역할만 해줘야 한다.



9. 사업은 자격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저는 ○○○ 자격증이 있습니다’, ‘저는 ○○○ 교육 과정을 우수히 이수했습니다’ 이런 자기소개는 실제 사업 능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차라리 관련 업무를 한두 달 인턴으로라도 해보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로라도 비슷한 BM을 린(lean)하게 시도해 본 경험이 훨씬 더 유용하고 좋다.


그럼에도 스펙 중심의 평가 문화에 젖은 젊은 친구들은 자신이 좋은 스펙을 가졌으면 심사에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건 솔직히 기성세대로서 송구스러운 현상이다. 우리가 잘못했다.


취업도 그렇지만 창업이라면 더더욱, 자격증 등을 위해 시간 낭비해선 안 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직접 뛰어다니는 게 백 배, 천 배 더 중요하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 다들 명문대 입학하고도 그 시간이 아깝다고 자퇴한 사람들이다.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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