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미래

조회수 2018. 11. 1. 14: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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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는 소비자인 당신입니다.

※ 지난 5월, 블룸버그(Bloomberg) 편집장 존 미켈스웨이트(John Micklethwait)가 쓴 「The Future of News」를 번역한 글입니다.


4월 28일, 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옆에 앉아있는 대신 흥미로운 밤을 보냈습니다. 보통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대통령은 단장이 속해있는 언론사의 편집장 옆에 앉죠. 이 영광은 저한테 올 예정이었으나 안타깝게도 트럼프는 다시 한번 주요 언론사를 무시하기로 하며 2년 연속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저는 저녁 대부분을 미국 저널리즘의 연단에서 기자들을 보고, 중세의 취한 군인처럼 테이블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2006년 《이코노미스트》의 한 표지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 표지는 제가 잡지의 편집장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왔습니다. 표지는 우리에게 친숙한 신문 제호에 쓰이는 글꼴을 하나씩 잘라 붙여, 몸값을 요구하는 포스터처럼 이렇게 외쳤죠.

누가 신문을 죽였는가?
출처: 이코노미스트

좋건 나쁘건 그 후 이 표지는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올드 미디어”가 허핑턴포스트, 버즈피드,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같은 새로운 매체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언론사가 신문 인쇄 제작을 포기하고(인디펜던트), 회사가 파산하며(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모기업 트리뷴 퍼블리싱),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기자들이 해고되고, 구글과 페이스북에 광고를 뺏기면서 표지의 문구는 적중한 예언처럼 되었죠. 또한, 2006년은 이 행성에서 가장 큰 신문이 될 무언가가 시작된 해이기도 합니다. 바로 트위터입니다.


저널리즘의 경제적 위기는 “가짜뉴스”를 둘러싼 언론의 타당성과 효율성 논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여기에는 트위터의 등장도 영향을 미쳤죠. 자유 세계의 대통령은 언론사를 통하기보다 유권자들과 직접 280자의 창에서 말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우리를 속이며 즐거움을 얻습니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 내용이 맞다면, 러시아는 한 달에 100만 달러가 조금 넘는 비용으로 미국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기존 미디어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진보적인 시각에서는 저널리즘이 트럼프를 추궁하거나 브렉시트를 막지 못했다고 비판합니다.


언론에 의심스러운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옳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대통령의 백악관 기자단 만찬 불참 소식은 (실제로 제 옆에 앉았던) 코미디언 미셸 울프의 발언을 두고 다투는 보도에 압도되었습니다. 울프는 그날 대통령과 백악관 직원들을 향해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마저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할 정도의 혹평을 쏟아냈죠. 트럼프는 그 만찬이 실패한 것을 기뻐하는 트윗을 올려 다시 한번 기자들을 조롱했습니다.

언론사의 일원 중 몇몇은 울프의 발언이 검열되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수정헌법 1조를 수호해야 하는 언론인들이 꺼내기엔 아무래도 이상한 주장이죠.



저널리즘은 정말로 위험한 상태인가요?


더 가까이 들여다봅시다. 사실 뉴스는 쇠락하기보다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뉴스는 더 디지털화되고, 개인적이며, 자동화되고, 유료의, (궁극적으로는) 덜 가짜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습니다. 역사는 여러모로 반복됩니다. 기존의 미디어는 살아남았고, 좋은 저널리즘은 여전히 사람들의 삶을 바꿀 영향력과 역량을 가졌습니다.


언론사는 독자를 효과적으로 분석한 유료 기사 서비스를 도입해 이미 부활했습니다. 광고를 싫어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돈을 받고 광고 대신 기사를 보여주지만, 웹사이트를 가끔 방문하는 독자들에게는 돈을 받는 대신 광고를 노출하죠. 200만 명의 디지털 구독자를 확보한 뉴욕타임스는 구독자 수를 1,00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매달 뉴욕타임스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은 1억 명이나 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모두 수익 대부분 구독료로 창출합니다. 콘데나스트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같이 광고에 의존하던 언론사들도 유료 온라인 구독 체계를 빠르게 정립했죠. 대부분 사람이 자본주의와 거리를 둘 거라고 생각하는 르몽드와 같은 언론사도 이제 유료 기사 서비스를 도입해 수익을 냈습니다.


블룸버그도 자체적인 소비자 구독 사업모델을 정립하며 이러한 추세에 동참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시장 데이터를 유료로 판매하는 가장 수익성 높은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죠. 이제 우리는 지난해 만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유료 서비스를 블룸버그 온라인 사이트 전체로 확장하려고 합니다.

블룸버그의 유료 서비스

페이스북과 구글이 기존 미디어들의 콘텐츠를 받기 위해 돈을 지급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무료 뉴스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인 가디언조차 이제 매우 정중하게 독자들에게 기부하겠느냐고 묻습니다. 가디언의 수준 높은 저널리즘을 응원하는 독자 80만 명이 기꺼이 가디언을 후원했죠.



이러한 변화는 왜 일어나는 걸까요?


부정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이제 독자의 수와 상관없이 어떠한 미디어도 광고를 통해서는 큰 수익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죠. 소비자들이 돈을 낼 것이라는 점입니다.


2006년, 소비자는 이코노미스트 같은 소수의 매체를 제외하고는 모든 웹 콘텐츠를 무료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의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었죠. 소비자들은 이제 콘텐츠에 돈을 낼 의향이 있습니다. 생각과 정보가 중요한 지식 경제사회에서 뉴스는 아직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카푸치노를 사 마시는 돈이면 당신은 위에 언급된 모든 상품을 살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새로운 경제로부터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만한 제프 베조스는 2013년에 워싱턴포스트를 사들이며 질 높은 저널리즘에 투자했고, 유료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이제 2006년 당시에는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던 대다수 미디어는 어떻게 해서든 유료 구독자를 모읍니다.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좋은 소식이죠. 광고주를 쫓아다니는 것보다 독자들에게 수익을 의존하면 편집국도 윤리적 딜레마를 겪을 일이 아무래도 줄어듭니다. 신문이 더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의존하지 않게 되면서 해당 기업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가 많아진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겁니다.

그럼 이제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먼저 유료 서비스가 모두에게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지역 언론들은 여전히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지역 신문들은 광고를 잃지 않기 위해 탐사 보도나 정치 관련 보도를 자제합니다. 즉 민주주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지역 정부는 여전히 어둠 속에 가려져 있습니다.


둘째, 위의 경제 모델을 뒷받침하는 제품인 뉴스는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있지 않습니다. 뉴스의 형태는 기사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바꾸는 기술에 발맞추어 변하죠. 그중 하나가 자동화(automation)입니다. 제가 블룸버그에 온 2015년만 해도 편집국에는 이른바 “속보 전담팀”이 있었습니다. 속보팀 기자들은 회사의 수익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오랜 라이벌인 로이터 통신보다 몇 초 더 빠르게 제목을 뽑아 기사를 여러 언론사로 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초 단위로 승패가 갈리는 속보 전쟁이 끝나면 약 10분 정도 뒤에 다른 기자가 숫자들을 합치고, 시장의 반응이나 전문가의 평가를 따옴표에 넣어 좀 더 틀을 갖춘 완성된 기사를 내보내죠.


요즘 기자들은 회사의 수입 구조를 분석해내는 ‘사이보그’라는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기사 서식을 준비합니다. 사이보그는 즉석에서 헤드라인을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필요한 모든 숫자와 배경 데이터를 모아 순식간에 짧은 기사를 써냅니다.


이런 변화는 로이터뿐 아니라 전문적인 뉴스 스크랩 사이트와의 경쟁 때문입니다. 뉴스 스크랩 사이트는 100만분의 1초 차이로 이익을 보는 헤지펀드에 뉴스를 공급하죠. 이제 전장은 (중국에서 팔린 아이폰의 숫자와 같은) 2차 자료 분석으로 옮겨갔습니다. 이는 수익보다 주식 시세를 다룬 기사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블룸버그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의 4분의 1은 어느 정도의 자동화 과정을 포함합니다.


변화가 경제지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워싱턴포스트는 고교 스포츠 경기 내용을 보도할 때 자동화 기술을 사용합니다. 사회부 기자를 통해 뉴스를 받던 언론사는 이제 “폭발,” “사임,” 심지어 “카다시안” 등과 같은 단어를 포함한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살펴보며 기사를 찾습니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없던 시절, 언론사는 단순히 기사를 서식에 맞게 잘 써내는 것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와 차이를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보도되지 않은 생생한 뉴스는 매우 큰 가치가 있었죠. 당신은 주식이 상장된 직후 십수억 달러의 가치로 매매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뉴스가 정말 새로운 소식인 기간은 그것보다도 짧습니다.


사실관계 확인 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하던 기자들은 이제 왜 그런 일이 발생했고, 다음엔 어떤 일이 생겨날지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두 기업이 인수 과정 중에 있거나 정치인의 부패와 같은 컴퓨터가 알아내지 못하는 뉴스를 밝혀내는 일은 이제 더욱 큰 가치를 지니죠. 사실이 모두에게 공개된 현시대에서 논평의 중요성은 더 커졌습니다: 좋건 나쁘건 당신은 맷 리바인의 뇌를 디지털화할 수 없습니다.


자동화가 트렌드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하나는 개인화입니다. 오래된 미디어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독자가 알고 싶어 하는 뉴스를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작업을 잘 수행합니다. 제가 어디에 있든 BBC는 러틀랜드의 날씨와 레스터시티의 경기 성적에 대해 기쁘게 알려줄 것입니다.


경제지는 시간보다 돈이 많은 독자에게 알맞은 정보를 공급하는 데 가치가 있습니다. 당신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뿐 아니라 그들의 고객 및 업무 관계자에 맞춰서 뉴스를 전할 수 있습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주식을 매각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뉴스피드를 봅니다. 이런 방식의 한계 역시 존재합니다. 뉴스를 나누기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상품을 살 여유가 있는 독자들이 점차 개인 정보와 개성을 우선시하고, 종이 신문처럼 다른 기사를 보는 데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죠.


변화의 최종 단계는 형식의 다양성입니다. 기본적인 형식의 종이 신문은 이제 해설, 비디오 그래픽, 팟캐스트 등으로 세분화됐습니다. 편집장의 업무는 시간에 쫓기는 소비자들을 위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을 고르는 것으로 점차 변합니다. 뉴스는 더 짧아지고, 빨라지고, 그래픽을 포함하죠. 하지만 당신이 시리아나 암호화폐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면 여러 개의 짧은 기사를 끊임없이 읽는 것보다는 비즈니스위크나 뉴요커에서 긴 기사를 한 편 읽는 것이 오히려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입니다.

이 멋진 신세계에 나타난 가짜뉴스는 어떤가요? 가짜뉴스는 언제나 존재해 왔습니다. 루이스 라팜이 지적했듯이 트로이 목마도 가짜뉴스였죠. “유언비어”란 단어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포함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던 프랑스의 선전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허스트와 퓰리처 제국 간 경쟁으로 나타난 “옐로저널리즘”이 스페인-미국 전쟁 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가짜뉴스는 기술과 함께 자주 논의되죠. 1814년 증기력을 이용해 언론은 생산성을 10배 증가시켰고, 신문의 가격이 저렴해졌으며, 물의를 빚는 부정확하거나 인종차별주의적 이야기가 곳곳에 나타났습니다. 1835년 1페니였던 뉴욕의 더 선(The Sun)은 반은 박쥐고 반은 인간인 돌연변이가 달에 산다고 확신에 찬 보도를 내보냈죠. 이제 해당 산업은 깔끔하게 새 단장을 했습니다. 이는 광고주들이 질 낮은 기사 옆에 자신의 브랜드를 홍보하고 싶어 하지 않았고, 독자들이 더 좋은 콘텐츠를 알아보고 거기에 돈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트위터에 모인 사람들은 점차 같은 질문을 던지죠. “이게 과연 사실일까?”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를 확인해주는 트위터 뉴스 네트워크 틱톡 바이 블룸버그(TicToc by Bloomberg)를 시작하며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페이스북과 구글도 그들의 행동을 정화하기 위해 애쓰죠. 광고주는 더 까다롭습니다. 40만 개의 사이트에 광고를 내던 JP모건체이스는 이를 5,000개로 줄였습니다.



진지한 저널리즘은 중요합니다


뉴욕타임스의 하비 웨인스타인에 대한 보도는 목욕 가운을 떨어뜨렸다거나 몸을 더듬는 행위에 대한 외설적인 내용이 자세히 기술돼 있었지만, 전 세계에 있는 사무실과 공장, 언론사 내에서의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행동을 심오한 방식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백악관 연례 만찬에서 내 옆쪽에 앉았던 이집트계 미국 구호단체 여성 활동가 아야 히자지는 그녀에 대한 보도 전까지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해당 보도는 트럼프가 이집트 대통령 압델 파타흐 엘시시에게 탄원하게끔 했죠.


종종 미디어의 위선을 비난하는 트럼프의 주장이 옳을 때도 있습니다. 객관성이라는 명목하에 몇몇 기자들은 실제로는 그를 공격하죠. 하지만 대다수의 더 많은 기자는 단순히 그들이 맡은 업무를 하고 진실을 세우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베조스를 비롯한 사람들이 탐사 저널리즘에 투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미국을 위해 바람직합니다.

신문은 변화함으로써 죽지 않았죠. 뉴스는 과도기에 있습니다. 현재 새로운 기술과 오래된 진리는 함께 엉켜 있습니다. 기자로서 우리는 독자를 유지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적어도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낙관적입니다. 가짜뉴스는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짜뉴스의 영향력은 어느 수준을 넘지 못할 겁니다. 최후의 승자는 소비자인 당신입니다. 심지어 당신이 이를 위해 약간의 돈을 내야 할지라도 말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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