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가 '야키니쿠'가 되기까지

조회수 2018. 10. 18. 12: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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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캐치프레이즈는 '본고장의 불고기'였다.

먹거리를 논할 때 일본인들의 경우 ‘혼바(本場)’라는 말을 자주 쓴다. ‘혼바’는 말 그대로 본고장을 의미하는 단어이고, ‘혼바노아지(本場の味)’는 즉 ‘본고장의 맛’이라는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식당들이 원조라던가 정통이라던가 하는 걸 내세우는 것처럼 일본에선 이 ‘혼바’를 내세우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영미권에서는 Authentic이 되는 거지.


1930년대에 도쿄에서 개점한 ‘메이케쓰칸(明月館)’과 오사카에서 개점한 ‘쇼쿠도인(食道園)’의 두 가게가 일본에서는 ‘야키니쿠’를 일본에서 처음 서빙한 가게라고 알려져 있다. 두 가게 모두 폐점한 지 오래지만 여전히 같은 이름의 야키니쿠집이 일본에 가면 즐비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바로 이 가게들이 개점 초기에는 ‘야키니쿠’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들의 캐치프레이즈는 바로 ‘본고장의 불고기(本場のブルゴギ)’였다는 거, 즉 저 문구로 손님들을 끌어모았다는 거다. 연세를 지긋이 잡수신 일본인 노인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바로 나온다. ‘야키니쿠는 요즘 거’라고.


그리고 ‘메이케쓰칸’과 ‘쇼쿠도인’ 모두 한반도(조선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차린 가게라는 건 한국 일본 양국의 식도락가들과 요리학자들, 그리고 음식평론가들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니 황교익 씨의 주장은 허망하기 그지없다는 거.

아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불고기’가 ‘야키니쿠’로 변신한 계기는 다름 아닌 1965년에 한국과 일본 사이에 맺어진 한일기본조약에 그 뿌리를 두었다는 주장을 하는 일본인들이 있다.


일본에서 거주하던 재일동포들이 민단 계열과 조총련 계열로 나뉘어 크게 대립하던 그 시절에, 대한민국과 일본이 정식으로 수교를 하면서 일본이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일절 끊어버리면서 조총련 계열 가게들의 입장이 곤란해져 버렸다는 것.


특히 민단 계열의 한식당들이 한국전쟁과 이후 한일 수교를 계기로 가게 명칭을 모두 ‘한국요리집(韓国料理屋, 간코쿠료우리야)’를 표방하게 되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세우자 ‘조선요리(朝鮮料理, 쵸우센료우리. 참고로 1950년대 이후 일본에서 조선은 북한을 의미한다)’를 표방하던 조총련계 가게들이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타계하기 위해 ‘불고기’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북한이 연상되는 이미지를 벗기 시작했고 그래서 탄생한 게 ‘야키니쿠텐(焼肉店)’이라는 설이다.


이러한 설은 특히 재일한국인 차별 문제와 부락민 문제를 다년간 연구해온 도노무라 마사루(外村大)나 혼고 고지(本郷浩二) 같은 학자들의 저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견해들이고, 현재 메이지 대학에서 일본 근현대사 연구자로 명성을 날리는 마지마 아유(真嶋亜有) 교수의 저서들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틀린 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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