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는 왜 마켓을 넘어 '콘텐츠 서비스'가 되고자 할까?

조회수 2018. 10. 10. 17: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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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발견하는 재미를 위해

매일 꼭 들어가 보는 앱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카카오톡, 자투리 시간에 재미있는 영상을 찾아보기 위해 들어가는 유튜브,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들어가는 네이버, 팔로워한 분들의 소식이 궁금해 들어가는 SNS 정도가 제 기준의 데일리 앱입니다.


그런데 요즘 제 데일리 앱 리스트에 추가된 앱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앱스토어’입니다. IT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새로운 서비스를 살펴보기 위해 다른 분들보다는 자주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매일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많아 봐야 2-3일에 하루 정도였고 바쁠 때는 한 주 건너뛰고 들어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매일 앱스토어에 들어갑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앱스토어가 다루는 콘텐츠 때문입니다. 들어가면 하단 탭에 ‘투데이’가 있습니다. 오직 콘텐츠만 있는 공간입니다. 1인 개발자가 앱을 만들고 출시하기까지의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 현직 사진작가가 개발자와 협업해 만든 유료 카메라 앱 이야기,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다큐를 큐레이션 해주는 콘텐츠 등이 이곳에 있죠.

매일 1-2개의 콘텐츠가 새롭게 올라오는 ‘투데이’가 앱스토어에 등장한 것은 2017년 9월입니다. 1년이나 흘렀지만 관심 있게 보지 않다가 몇 개 콘텐츠에 ‘취향 저격’당하고 나서는 매일 챙겨봅니다. 1주일이 지나면 그 전의 콘텐츠는 사라지니 더 챙겨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곳을 통해 다운을 받은 앱도, 유료로 결제한 앱도 많습니다. 앱스토어가 왜 앱 마켓을 넘어 앱 콘텐츠 서비스가 되고자 하는지 주관적으로 느꼈던 점을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앱 포화시대를 맞이했다


앱 마켓은 스마트폰의 시작과 함께 급격한 성장을 거두었습니다. 각 카테고리에서 명확한 상위권이 없던 시절에는 상위권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앱이 출시되고 사용자의 선택을 기다렸습니다. 사용자는 비슷한 앱 사이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최종적으로 선택했고 그렇게 선택받은 앱은 카테고리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차트는 그대로 굳었습니다.


국내 메신저 시장을 예시로 살펴보면 카카오톡, 라인, 네이트온, 틱톡 등이 처음에는 대결 구도를 가졌습니다. 사용자는 여러 서비스를 다운받아 사용했고 결국은 카카오톡만 남기고 다른 앱은 지웠습니다. 그렇게 왕좌를 차지한 카카오톡은 수년째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카테고리의 1위입니다.

수년째 소셜 네트워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톡. 아래 상위권 앱 역시 몇 년 동안 변화가 없다.
있을 앱은 다 나온 것 같다.

IT 서비스에서 회자되는 말입니다. 그야말로 앱 포화시대입니다. 나올 앱은 다 나왔고 설치될 앱은 사용자 폰에 설치됐습니다. 이 말은 사용자가 새로운 앱을 찾고 설치하기 위해 앱스토어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카테고리별로 사용자가 즐겨 쓰는 앱은 자리 잡았습니다.


새로운 앱을 다운받아 사용하면서까지 기존 앱을 교체해서 사용하려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앱에 대한 학습 비용이 필요한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앱스토어는 새로운 앱을 발견하고 설치하는 곳이 아니라 단순히 설치된 앱을 업데이트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고착화된 랭킹, 앱 생태계가 돌아가지 않게 되다


기존 앱스토어를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랭킹’이었습니다. 유무료 앱 순위부터 카테고리별 상세 랭킹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랭킹 서비스는 매우 유용한 서비스입니다. 수백 만개가 넘는 앱 중에서 많은 사용자의 선택을 받는 서비스를 단번에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랭킹 덕분에 ‘탐색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밴드 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의 부작용이었습니다. 밴드 왜건 효과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살펴보며 이들과 함께 움직이려고 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대세를 놓치지 않고 나도 따라 하려는 것입니다. 랭킹은 좋은 큐레이션이기도 하지만 밴드 왜건 효과의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앱스토어 랭킹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앱을 나까지 받으며 다운로드를 더하니 랭킹은 고착화되고 움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몇 년째 무료 앱 순위를 보면 카카오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네이버 등 메인 플레이어 사이에서 순위만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새로 등장한 앱은 더욱 발견되기 힘들어졌고 발견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 사용자는 앱스토어를 들어오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진 것입니다. 건강한 앱 생태계를 지향했지만 점점 병들었습니다.



‘데일리 앱’을 지향하다


앱 마켓은 어떻게 보면 기능성 서비스로 볼 수 있습니다. 앱을 설치하고 업데이트하는 공간이죠. 기능성 앱의 장점은 일단 스마트폰에 설치는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기능이 필요할 때만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콘텐츠 서비스의 장단점은 기능성 서비스와 반대입니다. 기능성 서비스에 비해 콘텐츠 서비스는 설치되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나의 취향, 관심사와 밀접한 관련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장점은 맘에 들 경우 하루에 몇 번이고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켜는 것도, 네이버 웹툰을 하루에도 수없이 켜는 이유도 모두 콘텐츠 서비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앱스토어는 기능성 서비스의 한계를 넘어 매일 들어오는 서비스가 되고 싶었습니다.


데일리 앱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기존 앱의 ‘업데이트’를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앱을 업데이트 하지 않는 사용자는 많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서비스만 봐도 그렇습니다. 필요한 앱을 다운받는 것이 아닌 이상 앱스토어에 들어오는 일이 없으니 업데이트도 자연스럽게 놓치게 됩니다. 물론 앱스토어에 자주 들어온다고 업데이트가 늘어난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존재 자체가 잊힌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들어와야 자주 업데이트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앱 업데이트를 잘 하지 않는 사용자가 생각보다 많다.

각 앱의 업데이트가 왜 애플에 중요할까 싶지만 iOS의 최신 기능을 사용자가 체감하기 위해서는 앱 업데이트가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면 위젯 기능이 새롭게 OS에 추가되었고 각 앱이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해도 사용자가 앱을 업데이트하지 않아 체감할 수 없다면 애플 입장에서는 OS를 업데이트한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은 매일 사용자가 들어오는 데일리 앱 서비스가 되어야 새로운 앱을 발견하기도 하고 기존의 앱을 업데이트도 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마켓에서 ‘콘텐츠’까지 확장


병들어가던 앱 생태계를 극복하고 데일리 앱으로 포지셔닝 하고자 앱스토어는 ‘콘텐츠’를 내밀었습니다. 고착화된 앱 랭킹을 보여주고 신규로 출시된 앱을 단순히 아이콘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앱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어 사용자를 불러오기로 말이죠. 마켓에서 콘텐츠 서비스로 앱스토어의 성격을 바꾼 것입니다.


투데이의 콘텐츠는 애플 에디터들이 직접 작성합니다. 신작 앱을 소개하기도 하고 앱을 직접 사용해보고 이용 팁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앱 생태계의 중요한 플레이어인 개발사에 집중한 인터뷰 기사도 있습니다. 개발 과정의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콘텐츠도 있습니다. 에디터들은 팀 회의를 통해 어떤 앱을 어떻게 소개할지 결정한다고 하니 디지털 매거진과 닮았습니다. 앱 매거진이 앱스토어 안에 있는 셈입니다.

한국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오늘의 테마’ 앱을 볼 수 있다.
앱 개발 에피소드를 담은 콘텐츠도 있다.
넷플릭스 내 다큐 콘텐츠에 대한 큐레이션 콘텐츠.

그뿐 아니라 각 나라마다 다른 콘텐츠를 선보입니다. 대한민국 마켓에는 9월 3일 대학교 개강 관련 콘텐츠가 올라왔지만 다른 나라 마켓에는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국가 앱스토어에 올라온 콘텐츠는 대한민국 앱스토어에는 올라오지 않죠. 국가마다 매일 1-2개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엄청난 공수에도 애플이 추진하는 건 앱스토어도 콘텐츠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는 의지가 높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스토리 공유’입니다. 재미있게 읽은 앱 콘텐츠를 지인에게 공유할 수 있습니다. 모든 스토리 하단에는 ‘스토리 공유’ 버튼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제 경우 사진작가가 만든 사진 앱의 앱스토리(App Story)를 지인에게 공유했더니 지인도 스토리를 본 뒤 앱을 구매했습니다. 마치 소호 몰에서 친구의 취향에 맞을 것 같은 제품을 발견한 경우 URL을 공유해주고 친구가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었습니다.

현직 사진작가가 만든 사진 앱 콘텐츠. 앱을 만든 사진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인에게 앱도 선물할 수 있습니다. 유료 앱의 경우 제가 비용을 미리 지불한 뒤 상대방 메일로 보내면 끝입니다. 상대방은 메일에 있는 링크를 열어 유료 앱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죠. 선물과 함께 스토리 링크를 보내면 상대방은 제가 어떤 선물을 보냈는지, 그리고 왜 보냈는지 맥락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모두 앱을 콘텐츠로 발전시켰기에 가능해진 일입니다. 개인적인 행위가 연결 행위로 전환되며, 사용자는 앱을 토대로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앱스토어의 콘텐츠에 끌리는 이유는 화법이기도 합니다. 일반 디지털 매거진에서는 만날 수 없던 ‘힙’함과 애플 고유의 커뮤니케이션 화법이 묻어납니다. 자신감 넘치고 할 말은 하는 직설적인 페르소나로 이야기하는 콘텐츠 화법에 묘하게 빠져들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입니다.

캠퍼스마다 개강을 맞았습니다. 더불어 ‘개강 런웨이’도 시작됐죠. 흠, 표정을 보아하니 첫날부터 기가 죽은 것 같군요. 하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앱의 도움을 얻어 ‘패션 피플’의 반열에 올라보죠.
시즌에 맞춰 앱스토어의 여러 앱을 엮어서 보여주는 콘텐츠.
매년 고만고만한 추석 선물. 고르기도 어렵고 받기도 난감했죠? 이젠 추석 선물도 새로워질 때가 됐습니다. 올해는 조금 더 특별하고 정성스러운 추석 선물을 마련해 보죠. 선물 준비를 도와줄 다양한 앱을 모아봤어요.

애플 코리아 공식 웹사이트에 투데이를 소개하는 문구 중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발견하는 재미를 위해’. 앱과 콘텐츠가 만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자연스럽게 앱을 발견하는 재미를 찾고 다운을 받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매일 앱스토어 투데이를 보며 다양한 앱스토리를 만나고자 합니다.


원문: 생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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