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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왜 내가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못 알아보는 거야?”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건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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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 좋은 제품인데요!

삼성화재RC로 보험영업을 하는 친한 형이 있다. 술친구다. 외대 앞에서 술 먹다가 만났고, 그 뒤로는 호형호제한다. 나도 지인도 형에게 보험을 한두 개 가입해두었다. 장애인인 내가 상해보험이 가입되는지 상당한 노력 끝에 알아봐 주시고, 그게 되지 않자 다른 보험상품을 통해 다소 보장받을 수 있는 대안적인 방안을 찾아주었다. 


특이한 건 이 형의 이력인데, 외대 이탈리아어과를 나오고 로마에 교환학생으로 유학까지 다녀왔다는 점이다. 더 특이한 건 명문 외고 출신이다. 이달리아어를 상당히 잘 구사하는데 왜 이탈리아어와 무관한 보험영업을 하느냐고? 그것이 그 형을 아는 모든 사람의 궁금점이었다.


형의 대답은 간결했다. 우연이었다. 어느 날 삼성화재 보험영업 입사설명을 외대에서 열었는데, 취업특강 출석 학점 채우려고 갔다더라. 그런데 그 채용설명회에 온 사람이 본인 혼자였다고 한다. 보험영업 채용설명을 듣고는 그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큰 고민을 않다가 지점장이 전화해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그 길로 보험영업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20대 중후반의 나이일 때였다. 그 당시 소식을 접한 우리 모두 형 정도면 공채를 써서 지점장으로 일을 하거나, 차라리 대기업-외국계 기업을 가지 왜 보험영업을 하느냐고 나무랐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형을 만났다. 아직 보험을 했다. 아직이 아니라, 전에 비해 상당히 거래처가 많아진 상태였다. 처음과 달리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입도 생겼다고 한다. 나는 요새 어떤 사업을 머릿속으로 구상했는데 때마침 영업맨인 그가 보기에 내 사업의 가능성이 있을지 물어봤다.

형. 이러이러한 사업을 고민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그는 잠깐 고민한 뒤, 이렇게 말했다.

아이디어는 좋아. 근데 그 사람들 아무도 필요성을 못 느낄걸?
왜요? 이 상품을 구입하면 해당 기업에 이익일 텐데요?


그건 네 생각이고

고객은 그 상품의 필요성을 아예 못 느껴. 네가 네 제품으로 어느 정도 기업에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 있지? 사업하는 사람들한테 그 정도 불편함 정도는 애초에 당연한 거야. 딱히 그 불편함을 줄이려고 시간을 투자해보려고 하거나 돈을 아껴보려는 생각을 안 해왔을 거라고. 아니 무엇보다도, 네 상품의 설명을 들어야 하는 그 시간이 제일 아까울걸.


내가 보험영업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게 딱 하나 있는데, 20대 내 나이에 보험영업을 3년 가까이 해온 사람이 정말 몇 명 없다는 거야. 보험영업은 진짜 무시당하는 직업이거든? 근데 딱 하나 좋은 점이 있어. 내가 일하는 만큼 벌 수 있고, 내가 하지 않는 만큼 벌지 못해.


결국 영업이라는 건 주어진 걸 계속 팔아야 하는 건데, 좋은 보험 상품이 주어지면? 잘 팔릴 것 같아? 아니야. 좋은 보험 상품을 소비자들이 못 알아보거나 안 찾는다니까. 그럼 내가 전화해서 이렇게 말하지.

좋은 상품이 있어서 연락드립니다. 고객님.

반응이 어떨 것 같아? ‘됐어요.’ 혹은 ‘괜찮습니다’로 끝나. 아무리 좋은 상품이 있어도 그 자체로는 설득할 수 없다고. 나는 한 번만 만나면 끝난다고 생각해. 네가 가진 아이디어도 한 번만 만나면 설득해볼 만해. 근데 그건 네 아이디어만 그런 게 아니라, 세상의 거의 모든 취급품이 다 그래. 쓸모없는 게 어디 있어. 그러니까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건 접근인 거야.


어떻게 접근할지 생각해야 해. 나는 하루에 수십 수백 통 전화하면서 생각해. 아웃바운드라고 하지? 아웃바운드 돌리고 뛰면서 그 생각만 해. ‘한 번만 만나면 그 자리에서 끝낸다.’ 딱 한 번만 만나면 돼. 그 기회를 갖기 위한 싸움이야. 그런데 영업을 모르는 사람들은 제품이 좋으면 알아서 훨훨 팔려나갈 줄 알아. 사업이 잘 안 되면 이렇게 절규하는 거지.

왜 내가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못 알아보는 거야!

왜 그런지 알아? 상품에 대한 자부심만 있는 거야. 만나서 영업하고 협상하는 과정은 머릿속에 딱히 없는 거라고. 애초에 영업은 무슨 물건이 주어지든, 주어진 물건을 설득해서 파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여지껏 필요하지 않다고 느낀 걸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하는 거야.


그건 딱 한 방에 끝내야 해. 한방이 주어지는 대표적인 기회가 나한테 보험을 가입한 이들이 주변 친구에게 권유해줘서 자리를 만들어줄 때. 그때 못 팔면 그건 진짜 내 잘못이야. 지인 소개를 보험 가입으로 연결하지 못했을 때는 뭘 잘못했는지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해.


그러니까 네가 머릿속에 구상하는 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네 상품이 얼마나 좋고 합리적인지 말하는 설명서를 제작하는 게 아니야. 어떻게 네가 설득해야 할 사람과 15분간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해.



형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꺼리는 영업직군, 특히 보험영업을 시작해서 3년간 버텨온, 어쩌면 외고-외대 졸업장이 무색한 일을 하는 형이었는데, 다른 사람 우려 속에도 스스로 배우고 자기 영역을 끊임없이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형은 우리가 생각하는 악명높은 보험판매인의 이미지가 아니고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주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중개인의 신뢰를 지키는 영업맨이었다. 아무튼 어제 다시 한번, 오랜만에 만난 형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원문: Jaewon Byun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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