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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학이 왜 문제인가] ① 과연 수능의 범위는 타당할까?

조회수 2018. 9. 6. 17: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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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 필요한 건 범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다.

일전 정부가 발표한 대입/수능 발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접했다.

  • ‘뿔’난 과학기술계, 2022학년도 대입 수학·과학 축소에 ‘발끈’」, 머니투데이, 2018.7.28
  • 2022년 수능 축소 논쟁에 과학기술계도 가세… 기초과학 저하 우려」, 중앙일보, 2018.7.25
  • 교육부 2022 수능서 수학·과학 범위 축소… 엇갈린 시선」, JTBC뉴스

이와 관련해 최근에 페북친구 된 분께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주시기도 했다.

이 글을 적은 페친 분의 의견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원래 기사에서 모 교수가 언급한 ‘우리(교육부)는 범위를 줄이기만 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매년 수능 범위가 정해질 때면 수학/물리의 범위나 난이도에 대학(학계)와 당사자(학생)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있었고 갈수록 이런 상황은 악화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학생에게 있는 것도 아니요 학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사실 따로 있고 나는 그(부류)를 ‘볼드모트’라 칭한다. 어쨌든 이번에 연재를 이어갈 글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변하고자 함이다.

  1. 과연 수능의 범위는 타당할까?
  2. 수능 수학이 어려운 이유
  3. 근본적인 문제는?
  4. 대체 ‘볼드모트’는 누구인가?
  5. 각자의 입장에 따른 대입 전략

위의 질문에 다 대답할 때까지 이 글을 이어가겠다. 이 연재가 얼만큼 진행될지, 이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여러분의 관심을 끌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과연 수능의 범위는 타당할까?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범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다.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외국의 교과 과정과 비교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한국 학생들이 가져야 할 적정한 수학의 수준은 초6+중3+고3 12년 동안 배우는 범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범위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미국계 학제인 K-12 과정, 영국계 학제인 Y13 과정을 주축으로 국가에 맞게 변형(즉 국가별로 역사, 문학 등이 포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필자가 많이 접한 학제를 중심으로 설명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프랑스나 독일 및 북유럽에서의 수학 과정은 필자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니 논외로 하겠다. 미국이나 영국의 학제가 가장 많이 알려졌기에 우리나라 교과 과정과 비교해보는 데는 크게 무리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과정은 미국계 학제인 K-12를 기반에 둔다(중간에 일본이 K-12를 먼저 수용했고 한국이 이를 따르는 형국이긴 하지만). 수학 또한 마찬가지로 K-12를 따른다. 그래서 초·중·고 때 배우는 거의 대부분의 수학은 K-12 과정과 동일하게 대수학(Algebra)을 근간으로 이후 대학 진학이나 진로 등에 따라 미적분학(Calculus)을 포함(Pre-Calculus)한다.


대수학에 포함되는 내용 및 범위는 수(Number Theory), 기하(Geometry), 해석학(Analysis), 미적분학에서는 미/적분 등을 포함한다. 배우는 단계에 따라 대수학은 기초 대수학(Pre-Algebra)과 그냥 대수학으로 나뉜다. 미적분학 또한 유사하게 기초 미적분학(Pre-calculus)과 그냥 미적분학으로 나눈다. 통상 대학수학으로 명명된, 대학교 1학년생이 배우는 수학 수준이 바로 미적분학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3까지 배우는 수학 과정을 정리해보면,

  • 기초 대수학: ~K11/K12(미국), ~Y9/Y11(영국; GCSE), ~중3/고1(한국)
  • 대수학: ~K12/AP(미국), ~Y12/Y13(영국), ~고1/고2 (한국)
  • 기초 미적분학: SAT-Subject/AP(미국), A-Level/IB (영국), ~고2/고3 (한국)


정도다. 대수학의 일부 내용과 기초 미적분학에서 다루는 내용이 고급(Higher) 레벨로, 이·공계 진학할 학생들에게 필수로 이수할 것을 권고한다. 동네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학 수준, 즉 고등학교를 졸업한 최소의 수준은 기초 대수학을 마친 수준(미국 대학들) 내지는 대수학을 마친 수준이다. 사실 기초 대수학은 대수학과 배우는 범위가 거의 동일하다. 다만 더 깊고 복잡한 것을 다룬다. 당연히 난도도 올라간다. 이 점은 기초 미적분학과 미적분학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미국 대다수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학의 최소 수준은 대수학을 마친 수준이다. 여기서 최소 수준이라 함은 대수학을 이수하지 않으면 미적분학을 바로 수강할 수 없다. 따라서 고등학교 때 고급 수학을 이수하지 않고 입학한 신입생을 위해 대수학 수업을 개강하며, 이를 이수해야만 대학수학(미적분학)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경우가 많다.


미국 대학 입학 규정은 한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편이다. 이공계를 전공한다고 해서 굳이 상급 수학을 이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초 대수학 수준의 수학만 이수했더라도 고급 수학을 필요로 하는 전공으로 진학 가능하다. 진학이 가능하다고 해서 필요한 수학을 건너뛸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고 필요한 만큼의 수학을 수강하거나 시험 성적 등으로 증명해야 한다. 반대로 고등학교 AP로 미적분학을 수강(Pass)했을 경우에는 미적분학 과목을 면제(waive)해주기도 한다.

이 글을 읽다가 ‘그래서 기초 대수학의 범위가 어디까지라는 거냐?’ 내지는 ‘대수학의 범위가 어디까지라는 거냐?’ 하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언급했듯 중3에서 고1 초반까지 대한민국 수학 교과 과정에 있는 내용이 바로 기초 대수학에 해당한다. 따라서 미국에서 K-12(공립)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한국이 배우는 수학의 범위가 미국보다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수능에 해당하는 미국의 SAT에 출제되는 수학의 수준은 기초 대수학의 범위에서 나온다. 영국 학제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통상적으로 배워야 할 수학의 범위는 한국이 영국보다 많다. 이렇게만 봤을 때는 정부나 교육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한국 수학(고3) 범위가 다른 국가보다 더 많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입이라는 인자를 포함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즉 고3 과정을 마치면서 최소한으로 배워야 할 범위와 대학 입시의 변별력을 위한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다. 대학 입학 시 전공을 어느 분야로 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공계를 지원할 경우 SAT-Subject 수학 성적을 IB나 A레벨 정도 요구한다(물론 해당 과목의 성적이 없어도 지원은 가능하다. 합격 가능성이 작아질 뿐).


이런 경우 고3 수준에서 배워야 할 수학의 범위는 대한민국의 자연계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 범위인 공통수학, 수학I, 수학II와 거의 일치한다. 다시 말해 현재 배우는 대한민국 고3까지의 수학의 범위는 절대로 과하지 않다. 대학 입시에서의 변별력을 전제로 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혹자는 ‘비이공계 전공자들에게는 범위가 과한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할 것이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관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대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 수준의 수학, 즉 대입을 위한 수학은 이공계냐 아니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과를 전공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된다. IB 과정 수학의 경우 문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요구하지 않지만 경제(Economics)를 하는 경우에는 요구한다. 이럴 경우 당연히 기초 미적분학에 해당하는 미적분 등 지금 고3이 배우는 과정이 당연히 포함된다.


또 하나, 위에 기사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한다고 논란이 되었던 기하나 벡터는 사실상 대수학 혹은 기초 대수학에 해당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기하나 벡터는 이공계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고3을 마치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범위에 해당한다는 거다.

출처: 한국일보

대한민국 수학 교육 과정은 잘 되어 있는가?


필자가 수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2000년대 후반 한국의 초등학교 수학 교과 과정과 영국의 수학 과정(GCSE IB/A-Level)를 알아볼 기회가 있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유학을 준비하던 시절(1990년대 후반)에 미국의 수학 과정을 알아볼 기회와 싱가포르의 교과 과정, 호주의 교과 과정, 미국의 교과 과정, 영국의 교과 과정 중 수학·물리 등을 분석할 기회도 있었다.


비록 학력고사 세대라도 한국에서 고3까지의 과정을 충실히 마쳤기에 한국 수학도 어느 정도 안다 하겠다. 이런 분석 내용을 듣기에 앞서 여러분이 알아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1. 초·중·고 12년 동안 배우는 수학의 범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2. 교수법(가르치는 법)과 시험 유형은 많이 바뀌었다.

가끔 주위에서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학원이나 강사에게 별도로 수학 과외를 시키는 경우를 보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초등) 공교육을 믿을 수 없어서”라고 한다. 이는 최근 초등학교 수학 교과 과정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일 것이다.


초등학교 수학(6년 과정)의 경우를 보자.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배워야 할 범위는 내가 배우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 사칙연산, 도형, 히스토그램 정도가 초등학교 6년 동안 배울 수학 범위다. 내가 수학을 배웠던 1980년에도 그랬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교수법에 있어서는 정말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우리나라 수학 국정교과서는 전 세계 최고라고 장담할 수 있다. 이런 교과 과정의 이해는 특정 학년의 수학 교과서를 봐서는 알 수 없다. 6년 과정 전체를 봐야만 이해될 것이다. 우리나라 교과서를 만드는 데 참여한 교수 및 현직 교사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한국의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는 말 그대로 교과서만 공부하면 된다. 즉 다른 부교재가 필요 없이 6년 전과정을 따라 가면 높은 수준의 수학 능력을 가지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단 순서에 맞게 차근차근 따라 가면 말이다.


우선 보조 교재가 필요가 없다. 수학책과 수학익힘책으로 이루어진 학기당 2권의 수학 교과서만 있으면 별다른 보조 교재 없이 교과 과정을 실습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놀이가 접목된 학습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단순암기식으로 수학을 배웠던 1980년대 초반 필자의 세대와 비교해보면 정말 놀랄만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로 교과서만 따라가면 수학을 아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구성으로 짜여 있다.

두 번째는 예전의 수학 교수법이 종(Vertical)적인 방식이었다면 2000년대의 수학 교수법은 횡(Horizental 혹은 Layered)적인 방식이다. 쉽게 예를 들어 수와 사칙연산을 배운다고 하자. 예전에는 수를 배울 때는 한 자릿수, 두 자릿수, 세 자릿수 등을 먼저 배웠다. 덧셈도 한 자릿수 덧셈부터 세 자릿수 덧셈까지를 배웠다. 이후 한 자릿수 곱셈(구구단)을 하고, 두 자릿수 한 자리/두 자리 곱셈을 배우고 나눗셈을 배우는 식이었다. 즉 정해진 주제를 끝내고 그다음으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2000년대 이후 과정을 보면 수를 두 자릿수(99)까지 배우고, 한 자리+한 자리 덧셈을 배우고, 한 자리x한 자리 곱셈을 배운다. 이후 더 큰 수를 배우고, 두 자리+두 자리 덧셈을 배우고, 두 자리x한 자리 곱셈을 배우고, 그러면서 나눗셈이 추가된다. 다음에는 더 큰 자릿수 덧셈을 배우고, 더 큰 자릿수 곱셈을 배우고, 더 큰 자릿수 나눗셈을 배우고…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을 때 해당 학년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학년이 올라가면서 좀 더 심도 있게 배우는 식으로 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도형의 경우는 어떤가? 도형의 넓이를 구하는 것 또한 처음 교과서에 소개할 때는 삼각형 넓이, 사각형 넓이 같은 공식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곱셈에서 출발하도록 구성되었다. 공식은 그다음 학년에 관련 내용을 이으면서 소개하는 식이다. 그러니 교과 과정을 순서대로 익히면 초등 6년 수준에 필요한 수학을 모두 익힐 수 있다. 이런 교과 과정에 가장 큰 복병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선행학습이다.


교과 과정상 곱셈을 처음 소개할 때는 원리를 중심으로 하고 덧셈을 기반으로 한다. 덧셈을 기반으로 한다는 의미는 5×4를 계산할 때 5×4=20(구구단)으로 계산하지 않고 5개의 돌을 4묶음으로 만들어 총 몇 개인지 확인하는 방식을 뜻한다. 곱셈의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덧셈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덧셈을 기반으로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한다. 또한 구구단을 익히고 나서부터는 곱셈을 덧셈 기반으로 계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들 알겠지만 이후에는 구구단을 기반으로 한다.


이렇게 원리를 배워야 할 시기의 학생이 구구단을 이미 안다면 덧셈에 기반 둔 곱셈을 배울 때 그 시간이 전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곱셈의 특성상 덧셈을 기반으로 곱셈의 원리를 가르칠 때는 사용하는 수가 클 수가 없다. 곱의 결과가 몇백이 넘어가면 덧셈으로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구구단을 익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덧셈을 기반으로 한 곱셈의 원리 학습을 할 때는 문제 풀이에 있어서 월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선행학습의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뺏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구구단을 먼저 알면 더 이상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이후 더 커다란 문제가 생기는데 이 점은 이후에 설명하겠다).

반면 중·고등학교 수학은 어떤가? 최근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를 볼 기회는 없었지만 수학 참고서를 확인해볼 기회가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사용했던 『수학의 정석』이었다. 범위는 예전과 조금 달라진 것 같긴 하지만 내용 자체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여전히 『수학의 정석』이 여전히 고등학생들이 봐야 할 수학 참고서인 점을 감안하면 교수법 자체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단 시험 문제는 확실히 어려워졌다. 그리고 여기서 (수능) 수학 문제가 어려워졌다는 것은 변별력과 관련이 깊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나중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도 언급했듯 그냥 배우는 과정의 범위로 봤을 때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12년 수학 과정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내가 접했던 웬만한 나라의 수학 교육 과정보다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 과정이 우수하다 할 수 있다.


원문: Amang Kim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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