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말하는 걸까? 업무용어 대혼종 BEST 20
세상에서 한국말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우리나라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막상 일해보면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듯한 묘한 착각이 들 만큼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렵습니다. 대부분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3가지 원인이 있어요.
1. 방향성이 다르다
나는 고객 만족 우선이라서 CS쪽을 강조하고 싶은데 저 사람은 내부 시스템이 먼저여서 업무 효율화를 먼저 얘기한다, 이런 건 잘 대화로 풀거나 설득을 하거나 대장님 말에 따르든가 암바를 걸면 해결이 돼요. 어려운 게 아니죠. 상대적으로.
2. 방법론이 다르다
나는 정량적인 걸 중요시해서 숫자를 중심으로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저 사람은 정성적인 만족감을 가지고 얘기해, 이건 서로 얘기하는 부분은 같은데 평가요소나 관점이 좀 다른 경우예요. 사실 이 경우는 크게 싸울 필요가 없어요. 둘이 합치면 되거든요.
3, 뭔 말인지 모르겠다
이게 문제라고요. 이게. 1, 2번은 기본적으로 상대가 뭔 말을 하는지는 알아듣겠어요. 그러니 싸울 수가 있는 거지. 근데 3번은 이게 무시무시해요. 언어의 주기능이 상실된 상태랄까요, 의미는 사라지고 소리만 남아있는 상태랄까요. 그래서 오늘은 3번에 대해 좀 알아보려고 해요.
1. 영한중 합성명사 저그프로토스 혼종
명사와 명사가 붙은 걸 합성명사라고 하는데 보통 단어란 것은 들었을 때 의미가 떠올라야 합니다. ‘논밭’이라는 말을 했으면 대략적인 두 가지의 이미지가 다 떠오를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위 단어는 어느 하나도 시각화가 되지 않습니다. 저건 그냥 갑골문자 같은 거죠. 거북이 등껍질에 적어놓은 동물 피 같은 느낌이에요. 단어를 합칠 땐 두 단어 모두 뜻이 명확해야 합니다.
2. 수동태에 한이 서림
우리나라 말에 이런 문법은 없습니다. 능동형으로 쓰는 걸 추천드려요. 유통하다. 기여하다. 제공하다.
3. 한영 키 성애자
이렇게 쓰면 안 힘들까… 싶어요. 뭐 어쩔 수 없이 영어 단어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글로 해석이 어려운 고유명사나 약어와 같은 것들은 영어를 쓰는 게 맞죠.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닌데도 한영 키를 저렇게까지 정성스레 사용한다면, 아무리 봐도 ‘한국어가 잘 생각이 안 나시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글을 사랑합시다…
4. 결투신청
이런 단어/표현/묘사는 없어요.
5. 이승철
숨을 쉬세요 숨을… 문장은 짧게 끊어주는 게 좋더라고요… 읽다가 눈이 숨차면 안 되니까.
6. 그거 아닌데요
명도는 진해질 수 없고 라운딩엔 힘이 실릴 수 없습니다. 적합한 단어를 써주세요. 명도는 밝거나 어두운 거고 채도는 진하거나 연한 겁니다.
7. 궁예
몰라
8. 적(=enemy)
느낌적으로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적으로’란 표현은 번역체인데 은근 자주 쓰입니다. 저도 많이 쓰기도 하고요. 정 써야겠다 싶으면 통상 아는 어휘를 써주세요. 색감적… 이런 말은 좀 애매하죠.
9. 메아리
로고의 재구성, 구성을 다르게, 구성의 디벨롭, 어레인지…다 똑같은 말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로고 다시 만들어주세요.’란 말이잖아요. 주로 이렇게 같은 뜻의 말이 반복되는 건 지나치게 예를 차리려고 하거나, 아니면 쓰면서 생각하면 이런 현상이 종종 나옵니다. 생각을 먼저 하고 잘 정리해서 쓰도록 해요.
10. 종결어미 창의대장
저렇게 쓰면 논설위원 같고 기자가 쓰는 말 같고 그래서 그런가 봅니다. 종결어미는 깔끔하게!
11. 잠깐잠깐 뭐라고?
저… 저도 질문이 있는데요!…
넘버링을 하고, 짧고 시원시원하게 질문해보아요.
- 제목에 폰트 변경 가능할까요.
- 중간에 사람 이미지 조금 부드러운 곡선으로 변경 가능할까요.
- 저희 측에서 나온 아이디어 취합해서 드리겠습니다.
12. 전문용어 폭격
쉽게 설명하는 건 좋은 능력입니다. 일단 내 사업과 분야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비유나 묘사가 가능하거든요. 예시를 드는 건 생각보다 고급스킬이더라고요. 내가 하는 일을 먼저 잘 이해하도록 합시다.
13. 개드립
아 눼…
14. 시간을 달리는 소녀
잊힌 공허의 시간 속에서 헤매지 말고 메일을 찾아보거나 슬랙을 뒤지도록 합시다.
15. 무효카드
상대방의 모든 패를 무효로 하고 게임을 원점으로 돌립니다. 사수나 팀장급 이상의 플레이어가 사용 가능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는 ‘사직서‘ 등이 있습니다.
16. 푸른 눈의 백룡 카드
상대방의 카드에 모두 반박하여 3,000의 데미지를 줍니다. 5턴이 지난 후 상대방은 마비되어 2턴간 카드를 꺼낼 수 없습니다. 언짢은 표정과 함께 발동할 시 효과는 배가됩니다.
자꾸 이렇게 딴죽만 걸고 방법은 얘기 안 하면서 불평불만만 많은 분이 가끔 복병처럼 존재합니다… 가급적 저런 사람과 안 만나길 기도드리겠습니다…
17. 하나도 정리가 안 됐음
일시와 과업 내용과 비용을 빼면 뭐가 정리가 된 거죠?…
18. 산파법
주로 갈굴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죠. 소크라테스도 질문을 통한 자기성찰 방식을 주로 활용했다고 하는데 이분이 맘 나쁘게 먹었으면 여러 명 멘탈 나갔을 겁니다. 차라리 “이건 아닌 것 같아.”라고 평서문으로 혼내세요. 자꾸 저렇게 물어보는 식으로 갈구면 시간만 길어지고 상처는 깊어집니다.
19. 도전장
잘 정리해서 가져와야죠.
20. 두괄식 통보
문장의 순서가 바뀐 것 같지 않나요?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태도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