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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여주는 만큼만 알라’는 국회

의원 재산정보는 개인정보라 가공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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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작성일자2018.09.03. | 578 읽음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상 신분을 보장받으며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기능하는 헌법기관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스스로 국정에 참여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대표로 뽑아 법을 만들고 정부를 견제하도록 위임해놓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에 관한 정보는 주권 행사를 위임해놓은 유권자들에게 투명하고 상세하게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국회의원이 유권자들 뜻을 제대로 대변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관련 정보공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단비뉴스》가 점검했다.



국회 “의원 재산정보는 개인정보라 가공 막아놓았다”


한 중앙일간지에서 데이터 분석기법으로 뉴스를 제작하는 ㄱ 차장은 지난 3월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을 국회 웹사이트에서 내려받아 분석하려다 울화통이 치밀었다. 국회의원 300명이 공개한 700쪽에 이르는 재산 변동 내역의 파일 형식이 이미지형 pdf 파일이라 분석작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재산은 내용분석이 쉽게 되지 않는 PDF 파일로 만들어져 있다.

출처 : 국회공보

국회의원 개인별 재산 변동 내역을 작년과 비교하고 의원 개인별 증감내역과 증감폭이 큰 의원들을 순서대로 분석하려면, 내려받은 자료를 엑셀 같은 프로그램으로 돌려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도록 해놓은 것이다. 그는 하는 수없이 pdf 파일로 된 국회 자료를 일일이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으로 옮겨 분석작업을 하느라 상당히 긴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서야 의원들의 재산증감내역 분석기사를 보도할 수 있었다.


재산증가 폭이 가장 큰 의원들을 순서대로 뽑아내고 명단과 함께 증감 사유를 취재 보도함으로써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국회의원들의 재산증가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ㄱ 차장은 “엑셀 형식으로 공개하면 될 것을 굳이 분석을 위한 자료가공이 불가능한 pdf 파일로 공개한 것은, ‘우리가 주는 대로만 보고 자세히 알려고 분석 같은 것은 하지 말라’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대표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능과 특성을 모를 리 없는 국회 사무처가 굳이 분석이 불가능한 파일형식으로 재산 정보를 공개한 것은, 정보의 가공과 활용을 어렵게 하려는 고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미디어담당실은 “국회의원의 재산 공개 관련 정보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가공이 불가능한 pdf 파일로 배포하는 것이 맞다”며 “그동안 계속 pdf 형식으로 해왔고 그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재산정보를 개인정보로 규정하고 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가공이 불가능한 파일로 공개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이광재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정보공개는 정보를 공개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는 사람 입장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며 “헌법상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라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 공공의 정보”라고 말했다.

법률로 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한 것은 공직자의 청렴의무와 부패방지를 위한 조처로, 공개된 정보는 자세히 분석돼 국민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런 만큼 국회의원의 재산정보를 개인정보라는 명분으로 가공을 막아 놓은 것은 말이 안 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국회 특수활동비”


이것만이 아니다. 국회는 매년 80억여 원의 특수활동비를 정부로부터 받아 사용한다. 특수활동비는 증빙자료 없이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돼 ‘눈먼 돈’으로 불리는 예산이다. 그동안 국회 특수활동비는 관행적으로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고 영수증조차 첨부하지 않은 상태로 집행돼왔다. 국회의장단, 교섭단체대표, 상임위원장들이 지급 대상이다. 일부 의원은 이 돈을 생활비로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5년 5월 국회에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국회사무처가 비공개 결정을 통지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이 2017년 9월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대법원이 지난 5월 3일 원심을 확정함으로써 공개가 이뤄졌다. 특수활동비보다 규모가 더 큰 의원들의 ‘입법정책개발비’도 곧 공개될 전망이다.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가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서울고법이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출 증빙서류를 공개하라’고 판결하고 국회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이 부분도 공개가 이뤄지게 됐다.


국회는 그동안 특수활동비 등이 공개되면 의정활동이 위축되고 국회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지급받는 특수활동비나 입법 정책개발비 등은 의원 개인에게 지급되는 돈이 아니다. 헌법상 국가기관에 지급되는 예산이고, 유권자인 국민을 대신해서 받는 돈이다. 따라서 법원 판결로 마지못해 버티다 하나씩 둘씩 공개하지 말고 국회 스스로 의원들의 정보를 주권자인 국민에게 상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공개된 특수활동비의 일부.

출처 : 참여연대

이런 흐름 속에서 고 노회찬 의원, 나경원 의원 등이 국회의원의 ‘특수활동비 전면 폐지’를 주장해 왔지만 호응이 별로 없었다. 고 노회찬 원내대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의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예산 집행을 차단하기 위해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와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으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의전비, 수행비 등으로 사용된다. 이런 점을 고치기 위해 고 노회찬 의원 측은 정의당 이정미, 심상정, 바른미래당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표창원 의원 등과 함께 국회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다른 의원들은 동참을 꺼렸다.



국회의원에게 돈 주고 사용명세 모르는 후원자들


주권자인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는 국회의 ‘깜깜이’ 예산은 특수활동비나 입법 정책개발비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 업무추진비, 예비금 등 아직도 사용명세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 돈이 많다.

시민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비공개 정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출처 : 세금도둑 잡아라

지금 우리 국회의원들은 한 해 1억 5,000만 원까지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들은 1년에 1인당 500만 원까지 후원이 가능하다. 부정한 정치자금 유통을 막고 건전한 정치 활동을 조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 여기서도 돈을 받은 것은 공개되는데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게 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갑) 같은 정치인이 개인적으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대략적인 후원금 사용내역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의무적으로 후원금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국회의원의 봉급이라고 할 수 있는 ‘세비’도 상세내역은 공개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연봉은 대략 1억 4,000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추가 세비를 포함한 국회의원 개인의 정확한 세비 내역은 공개되지 않는다. 국회 미디어담당실은 《단비뉴스》의 세비내역 공개에 관한 질문에 “공무원도 한 명 한 명 모두 급여가 다르지 않느냐”며 “국회의원도 공무원”이라고 답변했다.


국회의원 재산 증감내역을 공개해도 국회의원의 세비가 얼마인지를 모르면 세비 외에 다른 수입이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어 그 증액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자세하게 따져 보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세비 공개 없는 재산공개는 반쪽짜리 공개”라는 말이 나온다.



의원 출결 공개 않고 의정활동 정보도 부실


국회의원 정보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돈 문제만이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서 활동하는 의정활동 정보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이 뽑은 국회의원이 얼마나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는지 알아보려면 국회 출결 상황이 자세히 공개돼야 한다. 지금 국회 사이트에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출결 상황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없다. 국회 공보를 통해 본회의 참석자 수와 불참석자 수만 공개할 뿐이다.


국회 미디어담당실은 ‘의원 출결 상황’ 질문에 “국회 회의록에는 참석자 명단이 나와 있으니 직접 찾아보면 된다”며 “속기록을 이용하면 누가 출석했는지 알 수 있다”고 답변했다. 국회 회의록을 통해 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각 국회의원의 참여 횟수는 나와 있지 않다. 국회 미디어담당실 직원은 “웹사이트 제공 정보는 과거부터 하던 관행대로 했다”며 “개별 국회의원의 정보를 원한다면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회는 법률을 제정하는 권력을 가졌다.

출처 : 국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어떻게 국정을 감시하고 입법 활동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정보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의원의 입법 활동은 제안한 법률안의 이름과 개요만 있고 구체적인 법안 내용은 제대로 찾아볼 수 없게 돼 있다. 또 국회 발언 내용도 본회의나 상임위 속기록은 있어도 의원 개개인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속기록을 다 뒤져 읽어봐야 알 수 있다.


표결 내용도 유권자에게는 중요 정보인데 의안별, 의원별 찬반 여부는 나와 있지만 의원 개인의 표결 결과는 잘 알 수 없다. 국민을 대신해 의정활동을 하는 ‘우리 국회의원’이 무얼 하고 다니는지, 어떤 견해를 갖고 국정에 임하는지, 유권자들은 알 수 없다.


특히 예산을 마지막으로 세부 조정하는 국회 예결위 예산조정소위원회는 논의 내용을 기록하는 의사록도 없이 운영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모든 소위원회는 회의록 공개가 원칙이다. 특히 예산과 관련한 회의는 예산 증가액과 조정 이유 등을 투명하게 밝혀 합리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지게 해야 하는데도, 예산조정소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될 뿐 아니라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다. 참석한 의원의 이름만 남을 뿐이다. 국가적 목표나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원 개인의 정치적 득실이나 사적 이익을 위해 밀실야합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의원과 국회가 스스로 정보를 공개하기는커녕 자꾸 숨기려고 하다 보니 시민단체가 나서 정보 공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것이 우리 국회의 현실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열려라 국회’ 코너를 통해 국회의원 개인의 출석 현황, 상임위원회와 법안처리 활동 등 의정활동과 재산 변동 추이를 살핀다.


이정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본래 국회가 스스로 공개해야 하는 일인데 우리가 그 일을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회의록 등 관련 정보가 여전히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것이 많아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특히 개별 의원의 세비는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며 “국회의원 정보는 의원 개인이 유권자들에게 의정 보고를 한다는 자세로 모두 투명하고 상세하게 스스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문: 단비뉴스 / 필자: 권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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