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페이스북이 선동과 날조 세계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해요

조회수 2018. 8. 31. 16: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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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로 구겨진 플랫폼 명가, 회복할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가 왔다. 5월에 쓴 「많은 사람이 언론인에게 기대하는 생각은?」이라는 글에서도 언급했듯 요즘엔 페이스북보다 인스타 메시지가 더 많이 온다. 플랫폼이 기운다는 걸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지표다.


지난번 메시지는 20대 후반의 남성분이 보냈지만 이번엔 10대 고등학생이었다. 경북에서 학교를 다니는 고3이라고 소개한 학생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출처: 짱기자
학생의 허락을 받고 올린 메시지

경북이라고 하니 개인적으로 친근감이 생겼다. 학생은 몰랐겠지만 대구에서 근무할 당시 취재차 대구, 달성, 경산, 영천, 안동, 의성, 군위, 칠곡, 김천, 상주 등 경북지역을 두루 다녔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격차가 없어진 듯하지만 아직도 지역은 서울에 비해 정보의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체감하기도 했다. 뉴미디어와 마케팅뿐 아니라 교육과 청년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학생들에겐 더욱 마음이 쓰인다.

출처: TTimes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다르다

내가 커트라인으로 겨우 속하게 된 밀레니얼 세대를 넘어, Z세대라 불리는 친구들이 플랫폼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궁금해 가볍게 물어봤다. 학생은 말했다.

저 포함해서 많은 친구들은 페이스북을 보고 매일 대화하거든요. 근데 전 페이스북이 선동과 날조 세계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해서(물론 아닌 부분도 있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스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ㅠㅠ 예를 들면 인사이트 같은 유사언론 같은 곳…

저 말고도 다른 친구들도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그나마 제일 정보를 빠르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 페이스북이라고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접하고 있어요 ㅠㅠ 물론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찾아보긴 하지만…
출처: 짱기자
가볍게 물어봤는데 자세히 답변해준 학생에게 감사를
출처: 짱기자

짧은 메시지였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이 담겨 있는 좋은 내용인듯해 의식의 흐름을 따라 간단히 적어본다.



첫째, 젊은 층의 페이스북 이탈은 자충수다


페이스북은 초창기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피키캐스트, 인사이트, 위키트리 같은 유사언론들을 방치했다. 그들은 큐레이션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타 언론사들이 취재한 글이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내용도 복붙하는 수준으로 기사 콘텐트를 컨베이어 벨트 공장처럼 찍어냈다.


물론 타 언론사의 인터넷뉴스팀도 이런 제목 장사 작업을 하기 때문에 언론사들도 비판에서 자유롭긴 힘들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사는 짜깁기 하며 속보를 담당하는 인터넷뉴스부를 제외하고 오리지널 취재를 하는 부서와 인력이 존재한다.


반면, 큐레이션을 표방하는 그들은 자체 취재는 거의 없고, 조직적으로 베껴 찍어내는 양태가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함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참고로 작년에 인사이트는 오리지널 영상을 촬영하는 비디오 팀을 꾸렸지만 가성비 문제 때문에 하루아침에 팀을 날렸다. 그리고 다른 언론사에서 만든 영상을 임베디드 링크로 계속 복붙하는 우라까이 조직만 남기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유사 언론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눈감아주며 그들과 같이 스케일 업하며 승승장구했다. 덕분에 페이스북은 짧은 시간 안에 플랫폼 세계를 평정했고, 철옹성 같은 독점적 1위 플랫폼 굳히기 전략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신뢰도는 조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신뢰도 높은 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가 미국의 13~17세 대상으로 SNS 플랫폼 이용도를 조사했는데 페이스북은 2년 전보다 20%나 떨어진 수치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냅챗에 이어 탑3에도 들지 못하는 굴욕적인 4위를 기록했다. 나이 든 분들은 아직 못 느끼겠지만 페이스북은 더 이상 독점적 플랫폼이 아니다. 마치 ○이버처럼 이미 Z세대에겐 동메달도 딸 수 없는 포지셔닝으로 전락했다.

출처: Pew research center
페이스북은 4위…

이 점을 인지했는지 페이스북은 지난 6월 6일 자체 뉴스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CNN, 폭스뉴스, ABC, 유니비전 등 6개 방송사와 협력해 자체 뉴스쇼를 페이스북의 비디오 서비스 ‘페이스북 워치’를 통해 방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NN의 앤더슨 쿠퍼 등 미국 유명 언론인들과 손잡고 자체 뉴스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데 가짜 뉴스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털고 신뢰성 높은 서비스로 거듭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한번 마음을 굳힌 사람의 생각을 바꾸긴 쉽지 않다. 페이스북이 지금이라도 신뢰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한다는 관점에서는 칭찬하지만, 이 프로젝트만으로는 “페이스북이 선동과 날조 세계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하는 10대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듯 보인다.



둘째, 페이스북은 대체재가 나오면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


고등학생은 말했다.

그나마 제일 정보를 빠르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 페이스북이라고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접하고 있어요.

좋아서 쓰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쓴다는 뜻이다. 마치 외국에서 찰기가 있고 쫀득한 쌀밥이 먹고 싶은데 부스러지고 입에서 날아다니는 안남미 쌀(베트남 쌀)밖에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먹는 상황과 비슷하다.

출처: Market kurly
사실 안남미 쌀이 우리가 먹는 쌀보다 메이저급 쌀이라는데…

한국의 중·장년층은 네이버 밴드에 이어 페이스북도 상당히 사용한다(이 점이 10대들의 페이스북 이탈도 부추긴다는 관점도 있다). 사람들과의 이해관계가 촘촘히 얽혀 쉽게 페이스북을 탈퇴하기 힘든 중·장년층과 달리 10대는 페이스북을 적극 사용하는 활성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눈팅이나 메신저 위주로 사용하는 느슨한 관계이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으로 이주해도 오프라인 인간관계나 삶에 큰 타격도 없다.


페이스북의 대체재가 나온다면 디지털 피로도가 높아진 20~30대 밀레니얼 세대까지 Z세대를 따라 함께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이 상태가 가속화된다면 지상파 방송의 평균 시청 연령이 50대라는 최근의 조사처럼 페이스북도 40~50대 이상의 늙은 플랫폼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출처: 한국기자협회

플랫폼을 운영하는 페이스북 직원이라면


플랫폼을 운영하는 페이스북 직원이라면 다양한 B2C 기획과 밀레니얼+Z세대를 위한 프로그램 제작 지원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페이스북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를 증가시키고, 이에 대한 피드백과 데이터들을 취합해 기업들에 마케팅 전략을 컨설팅해주는 B2B 전략으로 수익을 증대하면 어떨까.


동시에 유사언론과 불법 영화, 드라마 동영상 라이브 등에 대한 제재 강화를 통해 타임라인을 정화하며, 워치 뉴스 서비스 등과 같은 콘텐트 제작 지원을 통해 제작자들의 신뢰도까지 증가시킨다면 4위의 굴욕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출처: 짱기자
페이스북 페이지 도달률이 떨어지니 상대적으로 도달률이 높은 개인 계정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불법 영상을 공유하는 계정들이 많다

콘텐트를 최대한 많은 플랫폼에 퍼블리싱해 다양한 직·간접적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콘텐트 사업자라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집중해야 한다. 해외 퍼블리싱을 생각한다면 스냅챗 포함.


이 플랫폼들은 페이스북처럼 텍스트 기반이 아니다. 그동안 웹에서 해왔던 복사, 붙여넣기 방식으로는 유의미한 수치를 내기 힘들다. 방식을 상당히, 아니 전부 바꾼다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은 (스냅챗을 카피해 만들었는데 더 잘나가는) 스토리 기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130년의 역사를 지닌 영국의 최고 신문 중 하나 《파이낸셜 타임스》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FT는 1년 전, 인스타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팔로워를 4만 명에서 28만 명으로 확장했다. 성공 요인은 타 인스타 계정과 달리 게시물에 FT만의 독특한 말투와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었다. FT는 인스타그램에 친숙한 사진도 사용했지만, 친숙하지 않은 차트도 사용하며 FT만의 포지셔닝을 구축했다.

출처: 짱기자
FT의 인스타그램

1년 후 팔로워가 28만 명에서 69만 명으로 또다시 대폭 증가했다. 성공 요인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으로 평가된다. 페이스북과 비교해 인스타그램의 인게이지먼트는 13. 4배나 높다. 참고로 가디언의 인스타그램 참여율은 페이스북의 2.5배 수준이다.

출처: 짱기자
FT와 가디언의 인스타 스토리 하이라이트 비교 캡처
출처: 짱기자

FT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콘텐트 유형은 크게 퀴즈형과 기자 팟캐스트 소개형이 있다. 퀴즈형은 다양한 퀴즈로 독자의 참여를 유도한 뒤 Swipe up을 노출해 웹사이트 방문을 통한 기사 소비를 장려한다.

최종 목적은 웹사이트 유입을 통한 기사 확산

기자 팟캐스트 소개형도 주목할만하다. FT는 매주 화요일, 회사에서 진행하는 공식 팟캐스트를 출연자가 홍보한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 친근감이 떨어질 수 있는 팟캐스트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인 영상 노출을 통해 환기한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도 기자가 등장하는 소개형 스토리 콘텐트를 제작한다. FT와 다른 점은 웹사이트 유입 목적이 아닌 스토리에서만 소비되는 콘텐트를 제작한다는 점이다. 

출처: 짱기자
가디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콘텐트형은 다양한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기획기사를 홍보한다. 간단한 스토리텔링으로 기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스토리 콘텐트의 인게이지먼트는 페이스북에 비해 월등히 높다. FT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378만 명,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는 페이스북의 5분의 1 수준인 69만 명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의 팔로워가 페이스북보다 훨씬 높은 인게이지먼트를 보여준다. 팔로워도 매주 5,000명씩 증가 추세다.


영국에서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잘 활용하는 FT와 가디언만 지속적으로 구독자가 상승했다. 참고로 BBC와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활용해 뉴스레터 가입을 독려하는 중이다.

FT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이미지와 이모지를 적극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FT뿐 아니라 다른 퍼블리셔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지난 1년간 FT의 페이스북 페이지 상위 10개의 기사를 보면 모두 전통적인 기사들이다. 수치를 보면 FT는 페이스북 팔로워를 378만 명이나 보유했지만 인스타그램에 비해 평균적인 참여율이 훨씬 낮다는 점을 알 수 있다.

FT는 인스타그램의 전략을 페이스북과는 다르게 접근했다. 인스타는 시각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기사보다는 Photo Diary 같은 이미지 시리즈 게시물로 브랜드를 강조하는 전략이다. FT의 디지털 전략 담당자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시각적이기 때문에 페이스북 콘텐트 제작에 비해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의 포스팅은 헤드라인에 이모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FT가 스타트업이 아닌 역사가 깊은 보수적인 언론사 조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시도다. 인게이지먼트가 높은 상위 100위 포스트 중 67개는 이모지😎를 포함한다. 이를 통해 이모지는 감정을 자극하는 드라이버로 사용됨을 알 수 있다.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한국의 레거시 회사들은 인하우스에서 플랫폼의 특성을 파악하지 않거나 경험 없는 대행사에 턴키로 맡긴다.


때문에 인스타는 기존 페이스북에 올렸던 영상만 1분으로 줄여서 사용할 뿐 하이라이트 기능은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한다 해도 편성이나 콘텐트에 대한 개념 없이 단발적으로 만든다. 게시물에 퍼블리셔만의 말투나 캐릭터도 드러나지 않아 인게이지먼트가 개별 인플루언서들이 운영하는 계정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더 쓰면 길어질 듯해서 여기서 마무리.🖋



마치며

작년 6월,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사명을 ‘커뮤니티를 이루고 세상을 더 가깝게 만들 힘을 모든 이에게(Give people the power to build community and bring the world closer together)’로 변경했다. 13년간 유지해온 사명을 바꾼 것이다.


이 메시지에 공감하고, 적극 지지하는 사용자의 입장으로서 페이스북이 B2C와 B2B 전략을 통한 신뢰도 회복을 모두 성공시켜 4위로 구겨진 플랫폼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해 ‘선동과 날조 세계의 끝판왕’이라는 오명을 벗는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한다. 그래야 한국의 저널리즘은 물론, 민주주의와 교육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 페이스북이 선동과 날조 세계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해요”라는 고등학생 친구의 말에는 많은 함의가 담겼다. 좋은 나눔을 해준 친구에게 감사한다.🙏


원문: The School of News /필자: 짱기자(jjang@theschoolo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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