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과 우리에게 남은 '노회찬들'

조회수 2018. 7. 31. 10: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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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술값만 아꼈어도 우리 곁에는

정치자금법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 법률이다. 2004년 3월 9일 국회를 통과했다.


누구든지 자유의사로 하나 또는 둘 이상의 후원회의 회원이 될 수 있다. 후원인이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은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

출처: 국회톡톡

1. 후원금 신고 


국회의원 후보자 등 후원회의 경우는 연간 120만 원, 정당의 중앙당·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자 후원회의 경우는 연간 500만 원을 초과해 기부한 고액 기부자의 인적사항(주민등록번호, 주소, 직업 및 전화번호, 납부일자 및 그 금액)을 공개하도록 한다.


후원회는 우편·통신에 의한 모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작한 정치자금영수증과의 교환에 의한 모금 또는 신용카드·예금계좌 등에 의한 방법 등으로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으나, 집회에 의한 방법으로는 후원금을 모금할 수 없다. 후원회가 후원금을 기부받은 때에는 정치자금영수증을 후원인에게 교부해야 한다.


2. 후원한도와 처벌


개인이 국회의원 1명에게 후원할 수 있는 한도는 500만 원이다. 국회의원 1명당 후원금 모금 한도는 연간 1억 5,000만 원이다. 선거가 있는 해는 3억 원이다. 개인을 제외한 법인과 단체는 일절 정치자금 수수가 불가하다.


한도를 넘어 받는 순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이어진다. 정치자금법을 위반하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은 5년간, 그리고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은 10년간 공무담임권이 박탈된다.


3. 처벌 사례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뇌물죄’는 구체적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어야 성립된다. 하지만 직무의 범위를 넓게 보거나 대가 관계를 광범위하게 판단할 경우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된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2010년 강원도지사에 당선됐지만 2011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지사직을 잃었다. 박연차의 ‘순수하고도 대가성 없는 돈’은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홍준표 자한당 전 대표는 2011년 6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1억 원이, 2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결국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고, 홍 전 대표는 대선에 출마했다.

보좌진 급여를 빼돌려 불법 정치자금으로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자유한국당 이군현(66)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의원직 박탈에 해당하는 형이 내려졌다. 이 의원은 지난 2011년 5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1억 6,000여 만 원에 달하는 보좌진의 급여를 입금받아 국회에 등록되지 않은 다른 직원의 급여와 사무소 운영비 등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노컷뉴스, 2018-07-09). 


보좌진 등의 급여를 대납받아 정치 활동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 원이 구형됐다. 황 의원은 18대 의원 시절인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좌진 등의 급여 일부인 2억 8,000여만 원을 기부받아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황 의원은 16회에 걸쳐 별도 계좌에서 경조사비 명목으로 293만 원을 지역구 군민에게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고 있다(뉴스1, 2018-07-19).


지역 정치인과 사업가 등에게서 10억 원대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이우현(61·용인갑) 국회의원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이 의원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양주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공명식 전 남양주시의회 의장에게서 공천 청탁과 함께 5억 5,500만 원을 받는 등 19명의 지역 정치인과 사업가에게 총 11억 8,1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기호일보, 2018-07-20).



노회찬의 위법


노회찬 의원은 드루킹으로부터 4,00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대가와 청탁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 영수증이 없고 포괄적 뇌물죄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저 못된 홍준표보다 성완종의 유서를 더 믿지만 ‘법관’들은 홍준표의 손을 들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법관들의 판결에 동의하지 않지만 위에 제시된 다른 판결을 보면 내가 판사들의 판결에 대해 결사 항전할 근거는 그리 많지 않다. 적어도 이 사례들만으로 판단할 땐 그렇다는 것이지 다른 사건에서도 내가 사법부판단에 동의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정치자금법 개정? 


노회찬 의원의 비보를 접하고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애석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런 중에도 머리가 복잡하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많은 이가 정치자금법을 문제 삼는다. 정치자금법이 정치 활동을 옥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난한’ 정치인의 정치 활동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참에 정치자금법을 대폭 손질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규제를 완화’해 돈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자는 취지다.


나는 이 주장을 그리 지지하고 싶지 않다. 규제가 완화된 시장에서는 돈이 가장 힘을 얻는다. 부자들의 큰손이 누굴 후원할지 불을 보듯 뻔하다. 돈에 대한 규제가 사라진 정치 공간은 시장으로 타락하고 만다. 좋은 정치는 실종되고 강자들의 나쁜 정치만 번영할 것이다. 법을 지키자. 그리고 정치자금법을 지켜내자. 노회찬 때문에 정치를 강자들의 시장으로 타락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보의 도덕 과잉


이런 주장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곧 진보의 과잉 도덕성에 한탄하며 우리도 저들처럼 좀 더 ‘더럽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극단주의의 무용성과 파괴적 역할, 그리고 비현실성을 비판해 온 나로서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도덕주의의 극단성은 계급주의의 극단성 그리고 경제주의의 극단성만큼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나는 이 법이 우리에게 극단적 도덕주의를 요구한다고 보지 않는다. 돈 있는 자만 정치 권력을 장악해 세상을 장사꾼의 난장판으로 만들지 못하게 해주는 정도, 그러니까 상식적이면서도 좀 더 균등한 기회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노회찬의 비극 때문에 진보가 도덕성으로부터 퇴각할 이유는 없다. 건전한 상식, 그리고 최소한의 도덕을 지켜내자. 수많은 ‘양심적’ 중도세력은 진보의 도덕성과 희생정신에 숨죽여 감동해왔다는 사실도 상기하자.



노회찬을 살리는 방법

노회찬. 내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던 정치인이다. 개인의 영리 영달을 멀리하고 오로지 사회적 약자, 눌린 자,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살아왔다. 실로 그는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나는 그에 대한 존경을 거두지 않으련다. 그의 헌신적 삶에 비하면 그의 위반행위는 너무 작기 때문이다. 정말 새 발의 피다. 


던질 돌보다 바쳐야 할 꽃이 훨씬 더 많은 분이고, ‘내로남불’의 조롱과 비난보다 미안함과 감사의 말이 먼저 떠오르는 분이다(노회찬 의원의 ‘전용운전기사’ 운운하는 최근 조선일보 기사는 실로 악마적이다. 나는 조선일보 기자들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악마의 피를 받지 않은 한 이런 기사를 쓸 수 없다).


우리는 이런 사람이 스러지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애석함을 대신하는 버릇이 있다. 힘들어하며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바라만 보는 것이다. 그러다 쓰러지면 ‘지못미’다. 돈 없어 배고프면 장발장도 빵을 훔친다. 돈이 필요한 정치판에 최소한의 정치자금마저 없으면 ‘순수한’ 목적의 돈을 받게 된다. 진보정치인은 물도 안 마시고 한 벌 옷으로 평생 견디는 천사인가?


‘지못미’, 그딴 소리 그만하고 의인들에게 후원하자. 우리들이 낭비하는 술값만 아꼈어도 우리 곁에서 노회찬은 여전히 촌철살인 비유로 진보에 희망을 주었을 것이다. 어디 노회찬뿐이랴. 오늘도 수많은 노회찬이 도덕과 현실 사이에서 ‘정신’으로 겨우 버티는 중이다. 하지만 그거 오래 못 간다. 그리고 그런 걸 요구하는 우리는 너무 야비하지 않은가?


원문: 한성안 교수의 경제학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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