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작은 생각에서 시작해서 큰 생각을 만드는 정리의 힘: 이상혁 헤드헌터 인터뷰

조회수 2018. 7. 27. 11:3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메모, 논리를 뽑아내는 생각 정리의 기술입니다.

일단은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정리가 시작된다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뭘로 먹고 살고 계십니까?


이상혁(헤드헌터): 원래 직업은 헤드헌터예요. 헤드헌팅 관련해서 준비를 하고 있죠. 준비가 필요한 직업이어서요. 그 외에는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리: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이것저것 하신 덕후로서 인지도가 있죠?


이상혁: 그렇죠. 아직도 팟캐스트 <노트 대마왕>과 <노트의 기술> 책 썼던 걸로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강의도 그때 만들어 둔 소스를 주로 쓰고 있고요.

이런 책을 쓴 사람이다

리: 정리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상혁: 처음에는 공부 때문이었고, 노트를 쓰면서 공부를 더 좋아하게 됐죠.


리: 노트와 메모가 먼저고, 거기에서 공부가 출발한 거군요?


이상혁: 네. 처음에는 저도 리갈 패드에다가 메모해서 정리했어요. 그런데 리갈 패드는 쓰다 보면 낱장으로 찢어지잖아요? 그래서 노트를 쓰고 싶더라고요. 몰스킨 네 권을 사서 나누어 쓰기 시작했어요. 하나는 업무일지, 하나는 취미, 하나는 일기 이런 식으로요.


리: 네 권으로 갈라서 쓴다는 게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데요-_-;;


이상혁: 안 그래도 불가능하겠구나 싶어요(웃음). 아내가 맨날 제가 하는 방법 중 일부가 사람들 어려워하겠다고 그러거든요.


사실 저에게 특별한 기술이 있는 건 아니에요. 메모를 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노트를 쓰면서 중요한 팁이 생각난단 말이죠? 저에게는 무척 간절한 팁들이기 때문에 좋게 느껴지는데, 이걸 그냥 가르쳐주면 그 사람은 왜 필요한지 처음에는 잘 모르더라고요.


리: 제가 <노트의 기술>을 끝까지 못 봤어요. 온갖 유용한 방법들이 있지만, 내가 막상 적용하려고 하면 안 맞는 게 있더라고요.


이상혁: <노트의 기술> 책은 시간이 지난 후에 열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책 속에 막 견출지 붙이고 이런 팁이 나오면 처음 읽을떄에는 그냥 넘어가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견출지 붙일 일이 생기는 거예요. 그렇게 책을 다시 본 다음 연락을 해요. “견출지 어떤 게 좋아요?”부터 해서 “테이프 어떤 거 붙여야 해요?” 이렇게 말이죠.


그래서 <노트의 기술> 책은 실제로 메모를 하시게 되면 그때그때 경험에 따라서 보이는 게 달라지실 거예요.

모르게 지나갔지만 나중에 보면 유용한 팁들이 마구마구 숨어있다

리: 메모도 개인 수준차가 있더라고요. 정리를 못 해서 배워야 하는 분들이 있고, 안 배우고도 잘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분들은 쓰라고 해도 잘 못 써요. 이런 분들에 대한 팁이 있을까요?


이상혁: 메모를 잘하시는 분들도 처음부터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사람이 머릿속에 기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요.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요. 그래서 최소한 반나절이나 하루 안에 그 내용을 메모해야 해요. 그런 방식에 적응하기 힘드신 분들은 아예 메모하는 시간을 정해두세요.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에는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메모하는 시간을 정해두고 썼어요.


리: 너무 긴데요… 하루에 2시간이나 메모를 한다고요?


이상혁: 그때는 노트를 13가지나 썼으니까요.


리: 헐-_-;;


이상혁: 물론 누구나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렇게 시간을 내어서 내 하루를 회고한다는 거예요. 보통은 일기를 많이 쓰는데, 일기에는 감정이 많이 들어가요. 그래서 밤에 쓰는 일기는 굉장히 비관적이고 우울해요. 그러니 메모를 할 때 한 번에 몰아서 하되, 하루 일과 끝나는 시간에 하시는 게 좋아요. 5~6시 즈음에 30분이나 1시간 정도면 충분해요. 일단 적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죠.


리: 메모하는 것 이상으로 되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지는데, 그렇다면 당일 생각난 건 당일 바로 정리하는 게 나을까요?


이상혁: 그쵸. 보통 우리가 메모하는 스케줄러는 하루, 1주일, 1달 단위로 나누어져 있잖아요? 잘하시는 분들은 하루 단위 일지를 잘 쓰세요. 그걸 기본으로 1주일 단위, 1달 단위로도 쓰시는 거고요.


그런데 처음에는 잘 안 되니까, 하루 단위로 적되 그날 있던 것들을 형식이나 틀 없이 그냥 적는 게 좋아요. 다만 명심할 것은, 내가 적는 이 내용이 내 감정을 통해서 걸러진 것인지 아니면 진짜 팩트인지 생각하고 적는다는 것이죠.


리: 팩트요?


이상혁: 네. 메모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어떻게 보면, 내가 적는 걸 팩트와 내 생각으로 잘 나누는 데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트레이닝하려면 내가 적은 메모를 보고 계속 첨삭해야 해요. 예를 들어 이건 팩트예요.


  • 팩트: A와 미팅을 했는데 이런 상황이고 이런 제안이 있다.


그리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할 수 있어요. 

  • 생각: 내가 이 부분은 생각을 못 했는데 이렇게 진행할 수 있겠다.


이건 저의 생각인 거죠. 그런데 이걸 사실, 경험, 감정으로 나누지 않고 뭉뚱그려 적게 되면 이렇게 돼요.

  • 팩트+생각+경험+etc: A를 만나서 미팅을 했는데 이런저런 진행 상황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음.


이건 팩트를 판단해서 적은 게 아니라, 자기 경험이 들어간 이야기인 거죠.  

출처: GM
객관을 가장한 주관을 노트에도 쓰면 안 된다

리: 그렇다면 좌변, 우변으로 나눠서 각각 팩트와 의견으로 분류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겠네요?


이상혁: 그렇죠. 노트가 양쪽으로 펴지잖아요? 그러면 한 쪽만 쓰는 거예요. 오른쪽에 주로 쓰고, 왼쪽에 첨삭하는 식이죠.


리: 또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이상혁: 저는 3가지로 나눠요. 첫 번째는 팩트, 두 번째는 내 의견, 그리고 이 2가지를 적고 나면 세 번째로 ‘내가 할 일’이 생겨요. 팩트와 자기 의견을 나누는 법을 익히고 나면 자연스럽게 내 할 일을 통찰할 수 있게 돼요.

이러이러한 팩트에 대해서 내 의견은 이렇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다음에 할 일은 이것이겠구나

이렇게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거죠. 이것을 바탕으로 to do 리스트를 작성하거나 업무 계획을 짜는 거죠.


리: 개인으로서는 굉장히 파워풀한 방법 같네요. 팀에서 작동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상혁: 요즘은 좋은 툴이 많잖아요. 에버노트도 있고, 워드도 요새는 클라우딩이 돼요. 구글도 있고요. 공유문서 쓰는 걸 생각해보실 필요가 있어요.


보통 회의할 때 회의록을 쓰죠. 회의는 둘 중 하나예요. 의미가 있는 회의와 업느 회의. 의미가 있는 회의는 정보를 전달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다 같이 찾아요. 그런데 이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때의 이야기고,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는 대부분 제일 높은 사람의 생각을 따르게 돼요.

어차피 부장님 맘대로 할 텐데요 뭐…

그래서 그걸 메모나 노트로 대체하려면, 한 주제를 놓고 기한을 줘야 해요. 에버노트나 공용 프로젝트 폴더에 몇 페이지가 됐든 상관없으니 몇 일까지 리서치해서 자료를 모아보자. 그리고 다 같이 보는 거예요. 그걸 바탕으로 서머리를 하고, 필요한 것을 솎아내는 거죠.


리: 어떻게 보면 이게 생각 정리의 기술이라기보다는 함께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상혁: 그렇죠. 회의 시작할 때 “무슨 내용이에요?” “어, 와 보면 알아” 이게 아니라, 회의 전에 자료 주고 정보 주는 거예요. 그렇게 사람들이 인지한 후에야 회의가 가능하죠. 내용 모르고 하는 회의는 임기응변밖에 안 돼요. 어떻게 보면 회의 이전이 더 중요한 거예요.


리: 요새는 ‘칸반’이라는 방식을 많이 이야기하더라고요. 그걸 잘 활용하는 회사로 캐시슬라이드를 운영하는 NBT를 꼽을 수 있는데, 거기서는 팀별로 칸반을 조직해서 쓰더라고요. 중요한 건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과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상혁: 중요한 건 결국 경험이에요. 칸반은 나 혼자만의 메모가 아니라, 여러 명의 메모를 같이 보는 작업이에요. 메모를 보는 사람들의 직업, 구성원, 업종이 모두 다르단 말이죠. 그러면 사람마다 팀마다 쓰는 방법이 달라져요. 그러면 결국 그 팀에 맞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겠죠. 그런데 시작할 때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해”라는 기대치를 가지고 칸반을 시작하면 점점 힘들어지죠. 딱딱한 룰을 접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설렁설렁 편하게 경험을 쌓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오히려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질 거라 생각해요.



깔끔한 카테고라이징과 To do 리스트의 비결


리: 그렇군요. 그렇다면 개인의 레벨에서 팩트와 의견을 나눈 후 다음 절차는 뭔가요?


이상혁: 두 번째는 그룹을 묶는 카테고라이징을 하는 거죠. 모아둔 메모, 스크랩한 자료를 보면서 비슷한 것끼리 모으는 ‘짝짓기’를 하는 거예요.


리: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개념이 ‘태그’죠. 카테고리만으로는 엮을 수 없으니 나오는 거잖아요?


이상혁: 카테고리와 태그에는 차이점이 있어요. 보통 카테고리는 한 가지 자료에 하나의 카테고리가 들어가요. 그런데 태그는 여러 개가 들어가요. 그래서 카테고리는 정리를 의미한다면, 태그는 활용 쪽으로 보시면 되는 거죠. 같은 자료가 ABCD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있다 해도, 이걸로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세우느냐에 따라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이 달라질 거예요.


리: 태그는 디지털로 안 할 때는 상당히 힘들잖아요?


이상혁: 힘들죠. 그래서 포스트잇의 색깔 별 태그를 자료별로 붙여서 쓰기도 하죠. 그런데 회사에서 태그까지 쓰면서 업무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리: 아날로그가 디지털보다 효율적일 때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떨 때 그럴까요?


이상혁: 모니터로는 한 번에 하나의 데이터밖에 못 봐요. 파일 하나 열고, 다른 거 열고 싶으면 끄고 또 열고. 그런데 아날로그는 쫙 펼쳐놓고 볼 수 있죠. 그러면 아까 말씀드린 카테고라이징도 하기 쉬워져요.


카테고라이징이 좋은 건, 중요도를 따지기 쉬워진다는 거예요. 자료가 난잡하게 있을 때는 저것도 맞는 것 같고, 이것도 맞는 것 같지만 그룹을 짓고 쓸모없는 걸 솎아내면 뭐가 더 중요한지 알 수 있어요 . 그게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고, 문제 자체가 될 수도 있죠. 그러면 그걸 중심으로 소위 논리나 플롯을 풀어나가는 거예요.


리: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쓰는 디지털 툴은 몇 개 정도 되세요?


이상혁: 저는 애플 제품을 많이 쓰니까 그냥 페이지, 키노트처럼 기본 프로그램을 써요. 할일은 옛날부터 omnigroup에서 나오는 ‘omnifocus’를 주로 써요. To do 리스트로 사용하죠 . 일반 툴들도 결국 구조는 비슷해요. 계층 구조의 문서, 혹은 리스트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죠.

기본 앱만으로도 얼마든지 정리를 잘 할 수 있다

리: 어떻게 하면 To do 리스트를 잘 쓸 수 있을까요?


이상혁: 사실 To do 리스트 툴은 쓰기 편하게 잘 되어 있지만 Todolist자체를 쓸 줄 모르면 다른 툴도 못 써요. 처음에는 가급적 노트에 손으로 쓰시는 게 좋아요.


리: 제가 To do 리스트를 왜 잘 안 쓰냐면, 이 일도 해야 하고 저 일도 해야 해서 추가하다 보니 너무 많이 쌓여서 그렇거든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상혁: 일단 To do 리스트는 모아서 한 번에 정리해야 해요. 완료한 것들은 빨리 솎아내야죠. 한 건 지우고, 다시 새롭게 정리해서 적어야 해요. 왜냐하면 완료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내용만 엄청나게 많아지고 관리가 안 되는 건 일을 안 했다는 뜻이죠…


리: ……


이상혁: 중요한 건 할 일과 계획을 분리하는 거예요. 우리가 연초에 세운 다이어트, 금연 같은 계획을 To do 리스트에 적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담배를 끊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해요?


리: 금연보조제를 받으러 병원에 간다든가…


이상혁: 네, 그러면 ‘병원을 간다’라는 액션이 생기겠죠? To do 리스트에 적을 건 이런 액션이에요. 병원에 간다, 금연초를 산다. 그런데 계획을 집어넣으면 머리만 아파요. ‘아, 이걸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이미 To do 리스트가 아니에요.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적어놓은 게 To do 리스트거든요.


리: To do 리스트를 정리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이상혁: 저는 To do 리스트를 일주일 단위로 묶어서 위클리에 정리해요. 위클리를 딱 펴면 왼쪽에는 한 주의 매일매일을 적는 란이 있고 오른쪽에는 노트가 있어요. 왼쪽에는 있었던 일을 날짜별로 적고, 오른쪽에는 날짜 상관없이 주간 단위로 To do 리스트를 적는 거죠.



각자의 것을 할 줄 알아야 생각 정리도 가능하다


리: 생각 정리로 넘어가서, 이건 개인보다는 팀 차원에서 많이 쓰게 되죠?


이상혁: 생각보다 기업에서 많이 안 해요. 많이 하고 싶어들 하죠. 특히 소규모 스타트업은 모든 직원이 모여서 기획 등등을 하고 싶어 해요. 그런데 무조건 다 모인다고 좋은 건 아니거든요. 사람들에게는 각자 역할이 있어요. 아이디어 내고 기획하는 사람, 그걸 팔로우 업 하는 사람 등등. 무조건 공평하게 아이디어 낸다고 좋은 건 아니에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개인의 생각 정리 역량이 훈련되어야 하죠.


리: 일단 개개인이 생각 정리를 할 줄 알아야 된다?


이상혁: 그래야 대화도 가능하고 토론했을 때 결론도 지을 수 있겠죠. 제일 좋은 건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서 서로의 핀트를 맞춰보는 거예요. 그러면 위에서는 모아진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회사에서 진행이 가능한지, 우리 리소스로 진행할 수 있는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겠죠.

개개인의 정리된 생각을 모아 핀트를 맞춰야 한다.

리: 그러면 개인 단계에서의 생각 정리라는 건 기본적으로 무언가 주제가 있을 때 쓰는 게 맞는 건가요?


이상혁: 주제가 있는 게 맞기도 하고, 주제 없이 모아진 생각들이 주제를 만들기도 하죠. 예를 들어 아까 제가 처음에 노트 네 권을 나눠서 썼다고 했는데,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됐을까요? 네 권을 치우고 한 권에 몰아서 쓰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사람의 뇌는 하나에요. 생각이 하나란 말이죠. 머릿속의 생각을 일 따로, 회사 따로, 개인 따로, 취미 따로 이렇게 나눌 수가 없어요. 우리가 회사 일을 하다가 머리가 아프면 뭐해요? 잠깐 쉬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죠. 그런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머리를 식히다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는 말이죠. 모든 생각은 다 연결이 되어 있어요.


그런 식으로 노트 등에 다 모아서 메모를 하다 보면 기존에 내가 찾고 있던 답을 얻는 경우가 되게 많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메모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 자료를 모아서 생각을 정리하고 최종 자료를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메모하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 어떤 영감을 주거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트리거 역할을 해주는 경우가 더 많죠.


리: 그러면 메모를 주로 디지털로 하고 그걸 나중에 아날로그로 옮기세요?


이상혁: 저는 아날로그로 하고 디지털로 옮겨요. 포켓에 넣어두고 다니다가 아무 때나 쓰고 그림도 그리고 명함을 붙이기도 해요. 디지털만큼 아날로그도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리: 처음 메모할 때 태깅 같은 걸 안 하는 거군요?


이상혁: 그쵸. 그래서 메모하는 노트 사이즈가 되게 중요합니다. 수집을 하는 노트는 크지 않은 걸 써요. 생각나는 대로 평상시에 쓰는 노트죠. 주제에 맞는 것들을 한 장에 적고 주제가 바뀌면 넘겨서 적어요. 나중에 메모 패드에 메모 한 것들을 정리하다 보면 또 여러가지 그룹으로 묶여져요. 그리고 그것들이 다양한 생각들의 보조 역할을 하는거죠

손바닥만한 아무 메모장에 휙휙 적어보자

리: 생각나는 대로 쓰고, 저녁에 와서 디지털 쪽으로 옮기고요?


이상혁: 네, 열 장의 메모를 했다고 쳐요? 메모할 때는 중요해 보였는데 나중에 보니 중요하지 않았던 것들도 있고, 별거 아니었던 것 같은데 더 알고 싶은 경우도 있어요. 그게 결국 생각하는 과정이에요. 그렇게 정리할 때는 디지털로 하는 게 좋죠. 워드를 쓰든, 에버노트를 쓰든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들을 캡처해 붙여가면서 자료를 만들어요.


예를 들어, 제가 요즘 강의를 하잖아요. 인지과학, 뇌과학 등의 책을 읽는데 이 이야기를 강의에서 하고 싶어요. 그러면 ‘아, 그래. 기억의 원리가 이러니까 이런 부분을 더 보여주면 좋겠네’ 싶을 때 메모를 하고 나중에 그 내용에 대해서 추가로 찾아봐요.


‘이 내용을 이 부분에 넣어주면 재밌겠다. 동영상도 넣어볼까?’ 그렇게 자료 정리를 진행하다 보면 강의의 한 챕터가 완성되는 거죠.


리: 깨끗이 정리해서 옮기는 게 아닌 건가요?


이상혁: 네, 옮기면서 러프하게 정리하는 정도예요. 다만 제가 갖고 있는 팁은 있어요. 요새 보면 스캔하는 앱들 있죠? 진짜 스캐너처럼 스캔 잘 되는 앱이 많아요. 메모한 걸 그 앱으로 스캔해서 찍어요. 그리고 그 이미지를 드롭박스에 올려요. 그러면 URL이 생기잖아요? 그걸 QR코드로 프린트해서 노트에 붙여요.


그리고 정리를 하죠. 메모를 정리한 내용들 보면서 추가적인 내용이 필요하면 그 링크로 들어가서 손으로 적어놓은 노트를 보는 거죠. 반대로 손으로 적은 노트를 보다가 그 내용이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보고 싶다면 QR코드를 찍어봐요. 이렇게 하다 보면 서로 간의 연결점을 만들기 편하죠.

이쯤 되면 좀 무서운데요…

리: ;;; 정리를 너무 잘하셔서 그런 것 아닌가요…


이상혁: 아니에요. 전 그렇게 정리를 잘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전 메모하는 사람이 자기 데이터를 도서관처럼 정리하는 것에 집중하면 메모를 못 한다고 생각해요.


리: 정리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이상혁: 그렇죠. 요즘은 정리의 시대가 아니라 검색의 시대에요. 컴퓨터에 때려 넣어 놓으면 검색이 돼요.


리: 그런데 생각 정리 강의를 하실 분이 정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시면(…)


이상혁: 왜냐면 중요한 건 ‘그걸 가지고 내가 정리한 최종 자료가 뭐냐?’예요. 그걸 만들기 위해 메모를 하는 거지, 정형적인 정답을 만들고 메모 정리, 생각 정리의 끝이라고 결론을 낼 거면 차라리 생각 정리를 안 하는 게 낫죠.


리: 그러면 메모와 노트 모두 재료의 연장선상인 건가요?


이상혁: 그렇죠. 그냥 재료인 거예요. 중요한 건 그걸 보고 내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에요.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보고서나 제안서를 만들 때에는 분명히 생각이 정리되어야 해요. 소재, 주제, 결론이 있어야 하니까요. 이건 내가 메모를 하고 필요한 걸 솎아내며 정리하는 과정에서 계속 트레이닝될 수 있어요.


리: 그러면 툴을 고를 때 어떤 기준을 봐야 할까요?


이상혁: 기본 메모 앱은 본인이 많이 쓰는 회사 것을 쓰라고 하고 싶어요. 왜냐면 앱은 수명이 길지 않아요. 그리고 그 앱에서 만들어진 데이터가 호환되지 않아요. 그래서 앱 서비스가 끝나면 데이터를 통으로 날리는 안타까운 경우가 생기거든요.

아무리 툴이 많아도 중요한 건 ‘내가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어내느냐’이다.

리: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볼게요. 사람 성격 중 성실성이라는 지표가 있는데, 이게 높으면 정리를 잘하고 낮으면 정리를 못 해요. 제가 그런 스타일인데, 시간 관리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저 같은 사람은 GTD(Getting Things Done) 같은 기법을 전혀 못 다룬다고 하더라고요.


이상혁: GTD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사람들은 아예 하시면 안 돼요.


리: 이런 사람들은 메모나 정리의 방법이 다른가요?


이상혁: 핵심은 내가 할 일을 잊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뿐이에요. 여러 개 쓰지 말고, 한 가지 노트만 쓰세요. 최대한 단순하게, 모든 툴을 다 줄이고, 그냥 노트 하나만 쓰기 시작하는 거예요. 내 머릿속에서 꺼내서 적은 건 그 노트 안에 다 집어넣는 거죠. 그래 봐야 양은 얼마 안 돼요.


리: 있는 대로 메모하면 많아지지 않나요…


이상혁: 아뇨, 점점 더 좋아져요. 처음 시작할 때에는 메모 양이 많지 않아요. 메모 자체가 실생활과 가까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래요. 그래서 한 권 놓고 모든 걸 다 적는 게 가장 나아요. 그러고 나서 메모를 되돌아보면 그제야 필요한 노트가 생겨요. ‘아, 나는 여기서 업무노트를 하나 빼야겠다’, ‘여기서 To do 리스트만 따로 체크해봐야겠다’하는 필요성이 생겨서 다른 노트를 챙길 수 있게 되는 거죠. 누구나 다 업무 노트와 To do 리스트가 따로 필요한 게 아니에요.


리: 색이나 포스트잇 같은 걸 신경 쓰지 말고요?


이상혁: 네, 정 보기 힘들면 형광펜 여러 색깔로 컬러 코드만 잡아주세요. 할 일은 주황색으로, 참고 자료는 파란색으로 체크하는 정도죠. 그것만으로도 기본적인 생각 정리나 노트 정리는 하고 있다고 봐도 돼요.

어떤 색으로 정리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리면 어쩌죠 (…)

리: 좋은 노트하고 펜을 고르는 건 자기만족 때문인가요?


이상혁: 맞아요. 내 손에 익숙하고 기분 좋은 노트, 펜이 메모에는 도움이 되죠.


리: 비싸고 예쁘면 되지 않나요?


이상혁: 꼭 그렇지도 않아요. 신발도 비싸다고 좋은 신발이 아니잖아요. 신다 보면 좋은 신발, 안 좋은 신발이 갈리죠. 노트, 펜도 마찬가지예요. 수많은 종류의 펜이 왜 나오겠어요. 사람마다 자기 손에 익숙한 펜이 달라요. 보통 만년필이 좋다고 하는데 그것부터 시작하는 건 무리수고요, 저렴한 것부터 써보세요. 볼펜, 중성펜, 연필 중 나에게 맞는 좋은 걸 찾아낼 수도 있어요.


리: 조금 엉뚱한 질문인데 노트부터 고를까요? 펜부터 고를까요?


이상혁: 같이 고르세요. 그런데 종이는 고르기 힘들면 그냥 A4 용지 쓰세요. 거기에 적고 파일링하는 게 따로 노트를 쓰는 것보다 더 좋을 수도 있어요.


리: 추천할 만한 노트나 펜이 있나요?


이상혁: 제가 요즘 많이 쓰는 펜은 파이롯트에서 나오는 지워지는 볼펜 ‘프릭션’이에요. 노트는 두 가지를 써보세요. 한 권은 찢어지는 메모 패드, 한 권은 스프링 노트로 쓰세요. 메모 패드는 처음에 손바닥만 한 걸 써보시는 게 좋아요. 그러면 자기 스타일이 나오겠죠?


리: 줄은요? 무선이 좋나요, 유선이 좋나요?


이상혁: 격자로 되어 있는 방안이 좋아요. 유선과 무선의 중간이에요. 내가 보는 것에 따라서 줄로 쓸 수 있고, 아니게도 쓸 수 있죠. 그림 그리기에도 편하고요.

오목 두기에도 좋습니다

리: 아이패드나 서피스 앱도 써보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이상혁: 저는 결국 메모에요. 기본 메모. 단순한 게 제일 좋아요. 다만 목차나 전체 개요 개괄을 짤 때는 워크플로이(Workflowy)를 제일 많이 써요.


리: 오, 워크플로이는 정말 강력하기는 하죠. 그런데 약점도 있잖아요. 너무 카테고리 식이지 않나요?


이상혁: 그렇지 않아요. 왜냐면 워크플로이도 유료 모델이 있고, 무료 모델이 있기 때문에…


리: 아… 제가 무료밖에 안 써봐서…


이상혁: 무료는 한 가지 기능밖에 안 돼요. 유료 모델은 하위 카테고리에 있는 내용들을 다 각각의 파일로 나눌 수가 있어요. 바로 들어갈 수 있죠.


리: 그러니까 트리 구조라는 건 계속 존재할 것 아니에요?


이상혁: 트리 구조는 계속 존재하죠. 아래 있는 트리를 시작점으로 만들어서 별도의 파일처럼 정리하는 거죠. 전 뭔가 복잡할 때 마인드맵보다도 워크플로이에 그냥 막 적어요. 거기에 관련된 것들을 추가하거나 필요 없는 것들을 빼는 식이죠.


리: 마인드맵과 비교했을 때 워크플로이는 어떤 장단점이 있죠?


이상혁: 마인드맵은 그냥 마인드맵이에요.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그림과 그림이 이어지면서 머리가 생각하는 구조처럼 맵을 만들 수 있죠.


우리의 생각은 애초에 글씨가 아니라 이미지고, 그런 생각의 연결점을 만드는 게 마인드맵이죠. 하지만 워크플로이 같은 하이라키(hierarchy) 구조의 문서들은 이런 생각들을 정리해서 구조화 할 수 있죠. 어떻게 보면 마인드맵은 아날로그 형태이고, 워크플로이는 디지털 형태인 거죠.

출처: workflowy
워크플로이는 아래에서 이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과정’이다


리: 인터뷰하면서 워낙 다양한 정리 기법이 나와서요, 이번 강의에서는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진행하실 건가요?


이상혁: 기본적인 메모 강의를 하려고 해요. 왜 메모가 좋은지부터 시작하는 거죠.


리: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 이야기하지 않았나요…


이상혁: 이번에 강의 오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제 강의를 들어온 게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인 기술 강의를 시작하면 어려워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예 초기 강의를 하려고 해요. 펜을 어떻게 쓰고, 메모를 어떻게 쓰고, 회사에서는 어떻게 메모를 하면 좋을지. 어떻게 보면 팁 위주의 강의라고 할 수도 있고요.


리: 지금까지 이야기한 건 개론 적인 거고,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여러 가지가 있는 건가요?


이상혁: 지금 한 이야기도 재밌잖아요. 노트를 사면 떡제본이 있고 스프링제본이 있는데, 떡제본되어있는 건 첫 장부터 바로 피지 말고, 피는 방법이 있거든요. 가운데 피고, 1/3 나눠서 피고…


리: ;;; 그걸 실천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상혁: 아니에요.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실제로 써보면 편하고요. 재밌기도 할 거예요.


제가 가끔 강의할 때 펜촉, 펜, 잉크를 가지고 해보거든요. 펜촉으로 잉크 찍어서 글씨 쓰는 걸 실습시켜요. 종이도 여러 가지를 줘요. A4용지부터 시작해서 비싼 종이까지 쫙 늘어놓고 어떻게 다른지 보는 거죠. 사각사각 소리 나는 게 재미있어요. 거기에 자기 펜도 써보고, 각자 가져온 펜도 돌아가면서 써봐요. 어쨌든 손으로 쓰는 게 좋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실습인 거죠.

벼루와 먹은 안 쓰실까 궁금해진다 (…)

리: 어떻게 보면 아이패드와 서피스가 따라잡기 힘들 영역이네요…


이상혁: 그래서 사람들에게 더 캐주얼하게 다가가는 것 아닐까요? 어느 순간부터 제가 메모 강의와 생각 정리 강의를 같이하게 됐는데, 이번에는 그냥 메모 강의만 하려고요. 아까 물어보신 것처럼 디지털이 좋은지, 아날로그가 좋은지, 좋다면 왜 좋은지에 대한 내용들이죠.


리: 그러면 메모 다음에 노트하는 범위까지는 안 들어가는 건가요? 그것까지 하면 주눅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상혁: 오시는 분들이 많으면 강의 위주로 하고, 많지 않으면 실습 위주로 하려고요. 결국 메모라는 건 내가 해보고 돌아보면서 얻는 게 많은데, 강의는 한 번 하고 끝나니까 잘 안 되죠. 전에 8주 4회, 4명 코스 강의를 해 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또 의미가 있었죠. 사람들이 매주 쓴 노트를 가져와서 뭐가 불편했는지 이야기하고 수정하곤 했으니까요.


리: 그런 워크샵이 상당히 재미는 있겠네요.


이상혁: 그림도 그리고, 음악 들으면서 메모하고, 포스트잇도 써보고, 생각 정리도 해보고 별 걸 다 해봤죠. 심지어 주사위 굴려서 스토리를 만들기도 했었어요.


이 모든 건 매일 자꾸 쓰고, 쓴 걸 보고 생각하는 훈련이에요. 그런데 요새는 모니터에 글씨만 많아도 안 보려고 하잖아요. 내용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답, 요약, 결론 같은 것만 원해요. 그러다 보니 메모도 하기 싫어지고. 그러니 읽으면서 생각하는 과정에 대한 강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메모: 논리와 설득을 뽑아내는 생각정리의 기술 

누가 이 강연을 들어야 하죠?

  •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많은데 정리가 되지 않는 비즈니스 실무자
  • 생각을 체계적으로 하고 싶은 누구나 !


들으면 뭐가 좋아지나요?

  • 메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처럼 단순히 기억의 보조도구가 아닙니다.
  • 메모와 생각정리는 누군가를 설득하는 여러 가지 활동에 도움이 됩니다.
  • 자신이 정리한 것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커뮤니케이션의 밑바탕 으로 삼고,업무를 정리하고 시간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 이것들이 나아가서 신규 사업을 기획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 생각 정리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일시 및 장소

  • 일시 : 2018년 8월 13일 오후 7:30~9:30
  • 장소 : 드림플러스 강남
출처: ☞ 여기로!
더 많은 직무 강의를 듣고 싶다면?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