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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 지분 매각하라: 김상조의 묘책

조회수 2018. 7. 24. 12: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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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안은 꽤 소프트한 해결 방식이다.

MB가 잘한 정책이 최소 하나 있다. 정부 정보화 사업에 대기업 계열사가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SW산업진흥법을 개정한 것이다. MB가 기업에서 일할 때, 그리고 서울시장으로 일할 때 대기업 SI의 횡포를 너무 많이 봐서 스스로 법 개정을 주문했다는 일화가 있다. 당시 이 정책을 지지했고, 각종 회의와 토론회에 초청받으면 소신을 밝혔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중요한 발언을 했다. 내용을 보면 대기업 SI, 광고, 물류, 부동산 관리 자회사에서 총수 일가 지분을 매각하라는 것이다. 정말 묘책이다.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대기업에 제품/서비스 제공하려 했다가 대기업 SI에 막혀 좌절해본 사람은. 대기업 광고 계열사와 일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일일이 나의 경험을 실명으로 밝힐 수 없을 뿐이다.


열심히 대기업에게 PT했지만 결국은 그 계열사 SI가 가져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쩌다 대기업과 직거래를 했지만 그것은 파일럿(Pilot) 프로젝트일 때뿐이고, 이후엔 대기업 SI나 대기업 광고 계열사와 경쟁해야 하고 심지어는 유사한 기술과 서비스를 베껴서 지들끼리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그 갑을병정의 구조는 결국 원천 기술, 제품 회사의 가격 경쟁력을 갉아먹고, 공정한 시장경제가 아닌 줄서기 경제를 만든다.


대기업 모 회사의 직원들은 만족도가 떨어진다. 경쟁이 없이 어차피 계열사 SI가 가져가므로 을이 열심히 한다는 생각도 안 한다. 을도 마찬가지. 계열 모기업 갑의 담당자의 비위만 맞추면 되므로, 시장 확장을 위한 연구 개발 및 마케팅 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를 타파하고자 하는 모기업이나 계열기업의 의식 있는 직원들은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나간다. 남은 사람들은 이 관행에 젖는다. 갑도 을도 마찬가지. 이들 직원들은 손 하나 까딱 안 하며 말로만 일하고, 결국 을도 갑에게 배워서 병에게 헐값으로 넘긴다. 갑과 을은 놀고, 병은 헐값에 뺑이친다. 기술 개발은 뒷전이 된다.


김상조의 이번 정책을 전폭 지지한다. 나름 고심 속에서 나온 대안이다. 총수 일가의 지분부터 팔라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는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계열 기업이 건강해지는 계기가 되어, 기존 주주는 결국 이익을 볼 것이다. 모기업도 더 많은 공급자를 상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소기업은 연구 개발과 공정한 마케팅력을 더 개발할 것이다.

출처: 뉴시스
좋은 제도는 좋은 지식의 생성을 가이드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더글라스 노스의 한 마디다. 잘못된 구조와 제도는 행위자들로 하여금 나쁜 지식(예: 줄 서는 방법)을 생성한다. 그러면 총수 일가의 지분을 팔라고 공정위원장이 이야기하는 것은 가당한가? 어쩌면 이것이 가장 소프트한 방법이다. 현대 대통령의 가장 큰 힘은 설득력에 있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행위자로서의 대통령은 그러한 힘이 있다.


지금 공정위원장이 소프트한 해결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총수 일가의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대기업 계열사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우선 공정위원장이 총대를 메었다.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대통령이 설득해야 한다. 재벌 총수 일가는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소프트하게 개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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