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영광, 신세대에는 무슨 의미일까?

조회수 2018. 7. 24.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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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으로 뭉치는 첫 경험

※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이 치러지기 전 The Guardian에 실린 「How would World Cup glory speak to a new generation of French fans?」를 번역한 글입니다.


저는 이번 월드컵 경기를 파리 14지구의 변두리의 술집과 카페에서 시청했습니다. 일부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이민자 인구가 많은 곳이고, 마약, 갱단, 경찰과의 충돌과 같은 사회 계층 아래쪽의 특징이 종종 드러나는 지역이죠.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대표팀의 승전보가 전해질 때마다 거리는 차 위로 올라가 걸어 다니는 청년들과 울려 퍼지는 경적 소리, 맥주 세례로 가득 찼습니다. 4강전에서 벨기에를 꺾고 결승에 진출하자, 축구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샹젤리제 거리로 몰려들었습니다.


이 모든 장면 속에서 프랑스 축구팬들이 얼마나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도 놀라웠지만, 더 눈에 들어온 건 팬들의 연령대였습니다. 과거에 무관심하고, 역사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죠. 이들에게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은 말 그대로 지난 세기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프랑스 축구 대표팀을 보아도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국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이번 프랑스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매우 낮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스타로 떠오른 킬리앙 음바페처럼 프랑스가 우승컵을 차지했던 1998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선수들도 있죠.


이번 월드컵을 둘러싸고 프랑스에서는 특히 미디어를 중심으로 과거에 대한 향수가 짙게 느껴졌습니다. 지난주에는 프랑스의 메인 채널 TF1의 뉴스 프로그램이 클로징 음악으로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를 틀었습니다. 1998년에는 프랑스 대표팀의 테마곡이었고 특정 나이대의 프랑스인들에게는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요즘 사람들은 코러스 부분의 “라라라” 밖에는 따라부르지 못하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렸죠.


그러나 1998년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유산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듯 축구 대표팀은 프랑스 사회의 커진 다양성을 반영했죠. 장마리 르펜과 같은 극우 정치인이 선수들의 “프랑스성”에 대해 시비를 걸기도 했지만, 우승의 기쁨 속에서 인종과 정체성의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알제리계 지단이 이끄는 “레인보우팀”은 프랑스의 미래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화합의 기운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테러 위협과 내부 문제로 프랑스 사회의 분열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해졌으니까요.

1998년 12월생인 킬리앙 음바페

여기서 프랑스 대표팀과 영국 대표팀의 평행이론이 깨집니다. 두 팀 모두 인종적 다양성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죠. 가장 중요한 차이는 프랑스 대표팀의 백인이 아닌 선수 대부분이 도시 주변부 “방리유(banlieue)”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이민자들의 거주지인 방리유는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을 배출하지만 여전히 지리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프랑스 사회의 주류와는 거리가 너무나 먼 곳이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나라가 들썩인다고 방리유의 문제들은 여전합니다. 최근 몇 주 사이에만 해도 낭트 교외 지역에서 경찰의 검문을 받다가 죽은 남성을 둘러싸고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죠. 결승 진출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였던 날도 니스와 루앙, 파리에서는 경찰과 방리유 주민들의 대치가 이어졌습니다.


《르 파리지앵》은 한 줄기 희망을 찾습니다. 1998년의 “지단 세대”처럼 지금의 세대를 “2018년 세대”라 이름 붙였죠. 방리유 시위대의 구호가 “자유, 평등, 음바페”라는 점도 지적합니다. 사회학자들도 지금 세대가 기쁨으로 한데 뭉치는 경험을 처음으로 해본다고 말합니다.

제가 축구 경기를 보는 파리 남부에서는 조심스러운 낙관주의를 가져도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곳 젊은이들과 경찰 사이의 갈등은 현실입니다. 하지만 축구 경기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거리에 모인 동네 사람들의 구성은 그야말로 다양했습니다. 다양한 인종의 젊은이에서, 마르셀 프루스트 시절부터 이 거리에 살아온 듯한 세련된 할머니들까지 한마음으로 승리를 기념했죠.


1998년부터 이어져 온, 프랑스 축구 대표팀으로 프랑스 사회를 해석하려는 시도는 이제 끝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축구가 프랑스 사회를 치유하는 힘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그것도 희망 사항에 그치고 말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모스크바에서 열릴 결승전 결과가 프랑스와 프랑스의 “2018년 세대”에 단순한 월드컵 우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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