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T 바보에게 제안하는 소소한 팁

조회수 2018. 7. 16. 12: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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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는 이제 그만

취업하기 전 가장 많이 한 일이 무엇인가 물어본다면 단연 PPT 만들기라고 말할 수 있다. 약 70여 회의 공모전, 5학기 동안 20번 이상의 팀플발표, 교수님 강의자료와 발표자료, 드라마에 나오는 PPT 외주 작업, TBWA KOREA와 제일기획에서 인턴을 하며 만들었던 위클리/먼슬리 리포트, 군대에서는 행정병이었고 심지어는 훈련병 때 차출돼서 만들기까지…!


아무튼, 그러다 보니 이제는 꽤 잘 만든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대다수가 정체불명의 PPT를 만들고 있다. 차라리 판서를 하거나 없이 하는 게 낫다고 느낄 정도로. 세상의 수많은 PPT 바보에게 필자가 다양한 분야의 책에서 배우고 군대· 학교·회사·공모전 등에서 PPT를 만들면서 익힌 소소한 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 PPT의 용도를 생각하자


일단, 이 PPT를 왜 만드는지를 생각하자. 아주 쉽지만 갈 수 있는 방향이 매우 크게 바뀐다. 가령, 동네 앞 문방구를 가는 정도라면 슬리퍼를 신고 집을 나서도 충분하겠지만, 백화점을 가는 것이라면 슬리퍼로는 곤란한 것처럼, PPT의 용도 역시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발표’를 해야 한다면 적절한 비주얼과 그에 맞는 최소한의 텍스트면 충분하다.

이를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잡스 같은 PPT를 만들 수는 없다. 발표 없이 PPT만으로 모든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를 설명하기 위한 충분한 양의 텍스트가 필요하다. 상황과 용도를 고려하지 않은 PPT는 도움이 되기보단 해가 되고, 차라리 워드 문서로 작성하거나 없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2. 통일된 서식/양식을 유지하자


서식/양식은 PPT의 많은 부분을 포함한다. 글꼴이 될 수도 있고, 글자 크기가 될 수도 있으며, 텍스트 위치가 될 수도 있고, 도형의 테두리 두께가 될 수도 있다. 색상이 되기도 하며, 더 크게 보면 도형을 원 위주로 사용하는지, 아니면 사각형을 위주로 사용할 것인지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든 저렇게든 튀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너무 많은 부분이 여백으로 남는 것을 두려워하며 슬라이드마다 다른 서식을 이용한다.


그러나 통일된 서식은 전반적인 슬라이드 디자인이 정리되는 느낌을 주고, 연속성을 주며, 읽는 사람들이 더 빨리 내용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덤으로 심심할 수도 있는 디자인을 마치 의도적으로 했다는 느낌을 주어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를 위해 파워포인트에서는 슬라이드 마스터, 서식 복사(Ctrl+Shift+C), 서식 붙이기(Ctrl+Shift+V)가 존재한다.


다만 베리에이션은 반드시 필요하다. PPT를 너무 통일된 서식으로 만들면 지루하고, 특히 텍스트 위주라면 내용의 변화를 인식하기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 보고서 PPT의 경우는 2~3개의 베리에이션 정도면 충분하고 발표 PPT는 4~5개의 서식을 만들되 이야기의 흐름을 반전시키는 슬라이드에서는 어두운 배경에 흰 글씨를 사용하면 조금 더 이목을 끌 것이다.



3. 고해상도의 사진을 사용하자


제발 부탁인데 픽셀, 그러니까 그 색이 들어간 네모난 것들이 눈으로 보이지 않게 고해상도의 사진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고해상도 이미지는 당신 PPT에 정성이 많이 들어갔고,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출처: 오피스N

더불어 이미지의 비율을 마음대로 망가뜨리지 말자. 대학교 1학년도 아닌데 왜 아직도 이 버릇을 못 고쳤나. 칸이 부족하고 작아도 반드시 비율을 맞춰서 집어넣자. 칸이 부족하다고 당신 증명사진마저 작게 넣을 생각인가. 이 팁은 너무 쉽고 너무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반복되기에 다시 한번 강조해본다. 



4. 화면효과나 애니메이션은 최소화하자


개인적으로 화면효과와 애니메이션을 아주 좋아했지만 교수님께서 정신 사나우니 안 쓰는 게 낫다고 말씀하시고, 회사에서 인턴들을 하면서 필자도 점점 안 쓰게 되었다. 당신의 PPT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데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움직이는 건 당신 하나면 충분하다. 움직이는 콘텐츠가 있다면 차라리 동영상을 만들어서 넣자.


화면효과와 애니메이션은 당신의 PPT를 동적이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저 산만하게 만들어줄 뿐이다. 물론 용도에 따라서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가능하면 안 쓰는 쪽을 추천한다. 대학교 저학년생들이 프레지를 종종 이용하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산만하다. 본인이 프레지 마스터라서 마치 프레지를 동영상처럼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하지 말자. 보는 쪽에서 인쇄하기도 어렵고, PDF 파일로 만들기도 어렵다.



5. Less is more: 단순함의 미학


‘나는 디자이너다’라는 마음으로 만드는 것은 분명 예쁜 PPT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다. 그게 결코 막 이 효과 저 효과 넣고 사진도 덕지덕지 붙여서 예쁘게 만들라는 게 아니다. 디자이너가 만든 포트폴리오를 찾아보자. 효과가 많은가? 네온 효과를 넣었는가? 사진이 덕지덕지 붙었는가? 45도 돌려서 사진과 텍스트를 배치했는가?

노골적으로 디자이너를 빡치게 하기

당장 자신의 스마트폰의 UX를 살펴보자. 심플했으면 심플했지 복잡하지 않다. 네온 효과 넣고 복잡하게 만드는 시대는 이미 2006년에 지났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로 빙의하여 단순하고 깔끔하게 필요한 내용들을 잘 배치해서 디자인해보자. 분명 디자인뿐 아니라 가독성과 전달력을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6. 회사용 PPT는 정해진 양식을 따르자


일단 필자가 어설프게 바꾸려다가 큰코다쳤다.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있고, 모든 PPT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특히 회사에서는 업무의 효율을 위해 PPT 양식을 통일한다. 위에 한 줄짜리 슬라이드 제목, 그리고 그 아래에 숫자로 번호와 함께 소제목이 적혀있다.


위에도 이미 말했지만, 통일된 양식은 내용을 더 빨리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말단 사원부터 높게는 사장님까지 ‘아 이게 제목이구나’ ‘여기에는 1번, 2번 이유가 있구나’ ‘그래서 1번 내용에는 이런 게 있고, 2번에는 이런 내용이 있구나’라는 식으로 슬라이드를 볼 수 있는 것.


특히 신입사원들이 이러한 오류를 많이 범하는데, 튀어 보이겠다는 이유로 대학생처럼 PPT 만들지 말고 얌전히 회사의 양식을 따르자. 그리고 이러한 양식을 따르면서 그 안에서 약간의 변형을 주어 가독성을 높인다면 상사분이 분명 좋아하실 것이다.

7. 폰트는 나눔고딕, 나눔명조, 나눔바른고딕


네이버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나눔글꼴을 잘 만들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인쇄했을 때와 화면으로 봤을 때 분명 가독성이 뛰어나고 전달력이 좋다.

  • 나눔고딕은 본문에,
  • 나눔바른고딕은 제목에,
  • 나눔명조는 전달하려는 내용이 감성적이거나, 정직한 느낌이 필요할 때 사용하면 된다.

소나타 광고 카피인 ‘자동차에 감성을 더하다’를 나눔고딕으로 썼다면 감동이나 전달력이 떨어질 것이다. 명조를 사용했기에 이 감성적인 메시지가 조금 더 감성적으로 와닿는 것이다.

감성은 명조가 완성한다

그리고 나눔글꼴에는 결정적으로 라이선스가 없다. 폰트에서 저작권은 은근히 민감한 사항이라 멋모르던 학생 시절에 만들었던 것처럼 회사에 가서도 불법 윤고딕을 사용하다간 피 보기 십상이다. 본인 눈에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PPT를 읽는 상대가 콘텐츠를 읽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폰트에서부터 배려해주자. 



8. 꼭 인쇄해서 확인해보자, 잘 읽히는가?


PC 화면과 인쇄한 후 종이에서 보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PC로 보면 배경화면에 그러데이션이나 배경을 넣는 게 더 세련되어 보이겠지만, 그 화면을 인쇄하면 가독성이 확 떨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배경을 대부분 흰색으로 한다. 읽는 상대가 인쇄를 절대 안 할 것 같아도 한 번 해보자. 한눈에 내용이 잘 들어오는지 파악할 수 있고, 어디를 수정해야 할지 찾기가 훨씬 쉬워진다.



9. 그래도 못 하겠으면


네이버에서 만들어 준 아주 깔끔한 PPT 양식이 있다. 못하겠으면 PPT 템플릿을 직접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고 제발 네이버 문서 서식이라도 다운받아서 잘 활용하자.

고화질 보노보노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원문: 이진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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