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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료들은 불황을 모른다

쿨피스, 요구르트, 갈아만든 배에 불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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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작성일자2018.07.12. | 4,150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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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가 위기라고? 내 지갑은 언제나 위기였는데?”


어릴 적부터 나는 ‘못사는 친구는 항상 도와야 한다’라고 배웠다. 당연히 그 못사는 친구가 나였다,


나는 반 친구들을 꼬셔서 불우이웃 돕기 성금 참여를 시켰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의 적극적인 성금에 감동한 눈치였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낄낄 자 이제 모은 돈을 내게 내놓으시지’라는 생각만 가득 찼다.


하지만 돈이 내게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알고 보니 세상에는 어려운 이웃이 너무 많아서 내가 그 돈을 타기란 전교 1등을 하는 것보다 힘들었다. 우리 집은 ‘어중간한 가난’을 유지했다. 콜라는 마음껏 마시는데 와인은 못 마시는 정도랄까? 그래서 다행이다. 하마터면 마시즘이 와인 전문 미디어가 될 뻔했잖아!


경제는 매년 어려워지고 많은 것들이 떠나갔다. 아름다운 취업과 은퇴도 떠나가고, 통장잔고도 떠나갔다. 하지만 음료만은 우리의 곁에 남아있다. 이런 자본주의의 베어 그릴스 같은 녀석. 오늘은 경제위기에도 끄떡없는 음료의 생존공식을 알아본다.



​쿨피스, 불황이 성공의 비결이다

1980년에 태어난 쿨피스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동안 대한민국의 경제가 위기였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 스테이크 대신에 떡볶이를 찾는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너무 매워서 스트레스를 더 받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때 쿨피스가 등장한다. 매운맛을 꺼트리는 데는 이만한 음료가 없다. 가격도 1통에 천 원 정도로 저렴하기에 떡볶이집, 닭발집, 불닭집, 해물떡찜집 등 각종 매운 음식집에서 소화기 마냥 쿨피스를 비치해둔다.


경제가 어려우면 매운 것을 찾고, 매우면 쿨피스를 찾는다. 경제가 너무 어려우면 너무 매운 떡볶이를 찾는다. 그랬다가 쿨피스값이 떡볶이만큼 나올 수 있다.​



요구르트, 65ml 봉인을 해제한다

요구르트(야쿠르트)는 한국에 처음 판매된 70년대부터 언제나 60~65ml를 고집했다. 마시고 나면 항상 아쉬움을 남기는 작은 용량 때문에 민심이 폭발했지만 언제나 용량은 그대로였다. 조사에 따르면 야쿠르트는 단맛이 강해서 양이 많으면 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라고 말하고 2개 마시면 된다).


하지만 민심 대신 경제가 폭발하면 어떻게 될까? 경제가 어려우면 사람들은 대용량을 선호한다. 요구르트 역시 커졌다. 280ml짜리 빅 요구르트가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이게 히트를 치자 서울우유에서는 450ml짜리 XXL 사이즈 요구르트를 냈다. 그러자 대형마트는 750ml짜리 요구르트를 냈다.


한편 요구르트 10ml당 가격을 비교하면 작은 요구르트를 여러 개 사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수학보다 시각을 더 믿는다. 경제는 회복될지 몰라도 요구르트의 거대화 열풍은 멈출 수 없다. 아직 1.5L짜리 진격의 거인 요구르트는 나오지 않았으니까.​



스트롱 사이다, 콜라: 강하게 더 강하게

쿨피스만큼 탄산음료도 불황과는 콤비다. 직장인과 학생을 비롯하여 인간은 본래 인생의 단맛(?)을 찾아 떠나는 꿀벌 같은 존재다. 그리고 탄산음료는 가장 값싸게 즐길 수 있는 단맛이다. 톡톡 튀는 탄산마저 황홀하다. 그런데 더 강한 탄산음료가 나온다고?


지난해 칠성 스트롱 사이다로 프로탄산러들의 사랑을 받았던 롯데칠성이 이번에는 ‘펩시 스트롱’을 내놨다. 출시한 지 2달 만에 130만 병 돌파. 본진 음료가 잘 팔리는 와중에 목표 매출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보고 있나 코크? 이 연약한 녀석 후후.

탄산음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은 강한 도수의 맥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산토리에서 나온 7%짜리 이타다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8,000만 개를 팔면서 고도수 맥주전쟁의 막을 올렸다. 분석에 따르면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노동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해 빨리 취할 수 있는 맥주를 선호한다고.



따봉, 추억은 가격을 따지는 게 아냐

CU편의점의 상반기 과즙음료 금메달, 은메달이 누굴까? 바로 ‘갈아 만든 배’와 ‘포도 봉봉’이다. 90년대도 아닌 2018년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2030대 힙스터에게 복고가 트렌드가 되었고, 무엇보다 4050대의 직장인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전문용어로 추억팔이라고 한다. 과거를 생각하면서 현재의 위안을 얻는 것이다.


펩시는 아예 시대별 펩시디자인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1940년, 1950년, 1960년, 1970~80년, 1990년까지 5가지 디자인으로 구성된 레트로 펩시는 사실상 살아 숨 쉬는 모든 세대의 추억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SM 이수만 사장의 따봉 광고. 앗 형님…

추억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은 역사 속에 사라진 음료를 소환하기에 이르렀다. 따봉. 1989년에 출시되고 1993년에 단종된 그 녀석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90년대 초 주스의 대명사는 따봉이었다. 현 SM 이사 이수만의 한 마디가 공전의 히트를 친 덕분이다.

브라질에서는 좋은 오렌지를 찾았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따봉

물론 유행어처럼 뜨고 빠르게 사라졌다. 그 따봉이 다시 추억의 물결을 타고 등장했다. 대신 브라질이 아니라 제주도, 오렌지가 아니라 감귤이란 게 함정이지만.



어린이 음료, 아이들은 불황을 모르지

경제라는 하늘이 무너져도 끄떡없는 음료계의 유토피아가 있다. 바로 어린이 음료다. 깜찍이 소다가 만들어진 90년대 이후 어린이 음료 시장은 성장할 줄만 알지 뒤로 가는 법을 몰랐다. 가까이 2011년 523억 원이었던 어린이 음료 시장은 지난해 800억으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자신은 아껴서 먹더라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추가로 저출산 현상 때문에 아이가 귀해지면서 엄마, 아빠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등등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어린이 음료를 산다. 경제위기는 가볍게 무시하는 어린이 음료의 패기. 하지만 초저출산 시대에 도래하면 어린이 음료는 무사할 수 있을까?



​삶이 힘들 때 우리는 왜 음료를 찾는가?


‘경제가 어렵다면 물을 마시면 될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로도 갈증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료는 갈증 해소 이상의 것을 하고 있다. 퍽퍽한 일상의 순간 순간마다 맛과 이야기로 마시는 사람을 응원해준다. 어쩌면 우리는 단순히 목이 마르기보다, 위로와 응원이 필요해서 음료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지금은 한 잔의 위로를 얻어가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축배의 음료를 들 수 있기를!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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