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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을 뽑았으면 잘하는 일을 시켜라

조회수 2018. 7. 3. 10: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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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도 직원도 고통받을 뿐

Question

저는 기획업무만 줄곧 해온 소위 ‘기획통’입니다. 그런데 새로 이직한 회사 상무님께서 입사하자마자 제게 갑자기 영업관리 업무를 지시하셨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보고들은 풍월은 있어서 그 업무를 아주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평균은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상무님께서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현장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면서 계속 영업관리 업무만 시키십니다. 최근에는 저를 부르시더니 “결국은 영업이 핵심이다”면서 “영업 못 하는 직원은 필요 없다”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제 핵심역량은 영업이 아닌데 어떡하죠?


Answer


저도 그런 일 당해봐서 압니다. 보통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현장으로 내려보내시죠. “모든 일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을 이해해야지만 기획업무도 잘할 수 있다.” “현업에 약한 사람은 다른 일도 못 한다.” 등.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그것도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평균 정도를 했다면 사실 못한 것은 아닌데요. 그런데 위에서는 그렇게 생각 안 하시죠. ‘기존 직원보다 별로 잘하지도 못하면서 무슨 전문가 행세냐’라고 생각하시죠.


‘상식과 지식은 경험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방금 전에 만들어낸 말입니다. 어떤 일에 아무리 많은 상식과 깊은 지식이 있다손 치더라도 직접 경험을 하신 분을 당해낼 재간은 없습니다. 운전도, 스포츠도, 연애도.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많은 회사가 유능한 경력직을 뽑은 뒤 그에게 맞는 일을 시키는 대신 그가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시킨 뒤 평가합니다.


당초 그에게 맡기기로 했던 업무와 무관한 일을 맡기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기획 업무를 맡기겠다고 하고 뽑은 뒤 영업 업무를 맡기는 식이죠. “우리 회사에서는 이런 일을 잘해야 한다”라는 논리를 내세우면서요. 하지만 그 일을 한 번도 안 해본 경력직이 그 일을 10년 넘게 해온 기존 직원보다 더 잘할 리 만무합니다. 게다가 기존 직원도 ‘나 몰라라’ 하면서 협조를 잘 안 해주죠. 경력직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일을 기존 직원보다 못 합니다.


결과는 뻔하죠. 여러분이 익히 잘 아는 시나리오가 펼쳐집니다. 경영진은 ‘일 잘한다고 해서 뽑아놨는데 별 것 아니네’라고 판단하고 앞으로 그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습니다. 경력직은 나름 큰 기대를 하고 새로운 회사로 왔는데 첫 업무에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의기소침해집니다. 기존 직원들은 ‘저 친구 오자마자 물 먹었네. 언제 나가려나?’라고 기다리죠.


조금 의아한 것은 회사에서 경력직을 뽑은 뒤 실망했다면 다음부터는 경력직을 뽑지 않고 기존 직원을 육성해야 하는데 또 그러지는 않습니다. 계속 경력직을 뽑아대죠. 또 엉뚱한 일을 시키고, 또 실패를 방관합니다. 이처럼 같은 상황을 무한 반복하죠. 아니, 회사 경영진이 제정신이 아닌 이상 왜 그럴까요? 영화 〈메멘토〉처럼 단기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건가요?

제가 추정컨대 경력직이 안 해본 일로 경력직을 평가하는 이유는 아마 다음 세 가지 경우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 위기감을 느낀 중간급 경영진이 경력직을 견제하기 위해서


최고위급 경영진에서는 기존 직원들만으로는 회사의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외부에서 우수한 경력직을 데려오려고 합니다. 그래서 있는 인맥, 없는 인맥 다 동원해서 끊임없이 경력직을 뽑습니다. 하지만 경력직에 대한 니즈는 최고위급 경영진에서 끝나죠. 중간급 경영진에서는 이런 상황에 오히려 긴장합니다.


실력 있는 경영진이 대거 들어오면, 그래서 그중 누구라도 최고 경영진의 인정을 받으면 자신 또한 언제 대체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위기감을 느끼죠. 결국 중간급 경영진에서는 경력직을 견제하기 위해 그들에게 일부러 어려운 일을 맡깁니다. “우리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런 일을 잘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논리와 함께요. 물론 협조는 잘 안 해주죠. 내심 경력직의 실패를 바라니까요.

아니, 중간급 경영진이라면 그래도 애사심이 상당할 텐데 이처럼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회사에 해를 끼치려 할까요?

그렇게 합니다. 자신의 목숨이 풍전등화에 달려 있다면 더한 일도 하겠죠. 그리고 그 정도의 권모술수는 부릴 줄 알아야 중간급 경영진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출처: 〈Suits〉
직장 동료를 밟고 올라서기 위해서라면 등에 칼을 꽂는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는 Louis Litt.

2. 그냥 경력직을 적당히 뽑아서 쓰고 버리는 회사이기 때문에


그냥 경력직을 적당히 뽑아서 쓰고 버리는 회사도 많습니다. 이런 회사는 경력직을 제대로 안착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조차 없습니다. 별생각 없이 뽑아서 큰 고민 없이 적당히 일을 시키다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버리죠. 가령 장기적으로 기획통이 한 명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기획 전문가를 뽑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영업관리에 대한 니즈가 생겨 앞서 뽑은 기획 전문가에게 영업관리를 맡기는 식이죠. ‘기획을 잘하면 관리도 잘하겠지’라는 이상한 논리로 스스로를 설득시키면서요. 아니, 그럴 거면 자기가 하지? 많은 경우 이런 방식으로 경력직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스라소니는 어린 새끼들을 낭떠러지로 떨어뜨린 뒤 기를 쓰고 기어 올라오는 놈들만 키운다’는 얘기처럼요.


일단 경력직을 뽑은 뒤 그에게 성공하기 힘든 일을 맡겨서 어떻게 하나 보고 제대로 하는 사람만 데리고 갑니다. 그런데 이러면 대부분 다시 기어 올라오지 못하죠. 결국 경력직은 ‘직장 바보’가 됩니다. 이런 회사가 의외로 많습니다. 업무분장이 비교적 잘 되어 있는 대기업 중에서도요.

출처: 〈Suits〉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로펌의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직장 바보가 된 Harold.

3. 하나의 업무에 특화되어 모든 직원을 그 업무만으로 평가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매출 1조 원 미만의 중견 기업 중 이런 회사가 많습니다. 가령 ‘방판 영업’에 기반 두고 성장한 모 기업의 경우 거의 전 사업부가 방판 영업 조직을 위해 존재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회사에서는 결국 방판 영업을 잘하는 직원이 유능한 직원으로 인정받죠. 언젠가 한 번쯤은 모든 직원이 방판 영업을 경험해야 하고 이를 잘 수행하지 못한 직원은 ‘기업문화와 맞지 않는 직원’으로 낙인찍힙니다.


경력직이라고 예외는 아니죠. 모든 경력직이 언젠가 한 번쯤은 방판 영업과 관련된 업무를 거쳐야 하고 이를 못 한 경력직은 결국 ‘잘못 뽑은 경력직’으로 간주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회사에서는 대부분 경영진이 ‘방판 영업을 잘해서 그 자리까지 올라온 베테랑’입니다. 그런 분들은 당연히 ‘우리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결국은 방판 영업을 잘해야 한다’고 은연중에 생각하죠. 그리고 그런 기준으로 모든 직원을 평가합니다.



회사의 손해다


이상으로 경력직이 안 해본 일을 시킨 뒤 이를 갖고 경력직을 평가하는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이외에 더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말씀드렸습니다. 어떤 경우든 회사 입장에서는 모두 좋지 않습니다. 어느 회사든지 ‘경력직의 무덤’이라는 소문이 돌면 사람들이 입사를 기피하기 때문이죠.


다양한 업무가 존재하는 회사에서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직원이 필요하고 때로는 외부 수혈도 필요한데 경력직이 기피하면 결국은 회사 손해입니다. 경력직을 견제할 목적에서였다면 단기적으로는 성공한 셈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런 행위는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경쟁력을 퇴보시키고 회사의 발전을 막죠. 결국은 회사와 그 구성원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한 가지 더. 이런 회사는 경력직뿐 아니라 모든 직원을 이렇게 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입을 비롯해서 모든 직원을요. 그러면 결국 다양한 능력을 가진 직원들은 도태되거나 떠나고 비슷비슷한 직원만 남을 겁니다. 잘못하면 비슷비슷하게 못난 인재들만 남겠죠.

출처: 〈The Office〉
이런 직원들만 남는다면…

제안


직원을 뽑을 거면 현재 필요한 업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일단 뽑았으면 그에게 원래 맡기기로 한 업무를 맡기는 게 좋겠죠. 만약 그의 장래성을 보고 뽑았다면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업무를 맡겨서 소프트랜딩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게 궁극적으로는 회사에도 바람직합니다.


만약 야구단에서 포수를 스카우트해온 뒤 당장 투수 자리가 부족하다고 그에게 투수 자리를 맡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새로 온 선수가 기존 투수보다 더 잘할 리 만무하죠. 그런데 감독이 “이 친구 투수를 못 하는 것을 보니 포수도 못 하겠군”이라고 판단한다면? 이상한 감독이라고 하겠죠. 하지만 그런 일이 왜 회사에서는 비일비재할까요? 도대체 누가 이상한 건가요?

우울한 이야기를 기분 좋은 노래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하루가 너무 힘들 때, 무엇인가에 의지하고 싶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맡기고 들으면 좋은 노래입니다. 착한 가사, 청아한 목소리…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네요.

부끄러웠었던 어제는 이제
모두 잊기로 했던 무언의 약속대로
오늘을 지나 내일도 열심히
니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네

힘들었던 어제의 일 훌훌 털어버리고 아름다운 내일을 향해 훨훨 날아가시죠.

Key Takeaways 

  1. 많은 회사가 경력직을 뽑은 뒤 그가 한 번도 안 해본 업무를 시키고 그 결과로 평가한다.
  2. 그렇게 하는 데는 1) 경력직을 견제하기 위해서, 2) 그냥 경력직을 적당히 뽑아서 쓰고 버리는 회사이기 때문에, 3) 단일 업무를 갖고 모든 직원을 평가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3. 직원을 뽑을 거면 현재 필요한 업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일단 뽑았으면 그에게 원래 맡기기로 한 업무를 맡겨라. 그리고 그의 장래성을 보고 뽑았다면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업무를 맡겨라.

원문: 찰리브라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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