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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만 명, 한국 찾는 '난민'을 아시나요

조회수 2018. 6. 22.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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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

3만 2,733건. 한국 정부가 난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1994년부터 2017년까지 23년간 접수받은 난민 신청 건수다. 같은 기간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792명으로 전체의 2.4%에 불과하다. 지난 한 해 동안에는 9,942명이 신청했지만 121명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전 세계 난민 인정률이 38%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한국은 난민 인정 부문에서 폐쇄적인 태도를 취한다. 


‘난민’이란 전쟁, 테러, 극도의 빈곤, 자연재해, 정치적 박해 등을 피해 다른 나라로 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최근 유엔난민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 숫자는 6,560만 명에 달한다. 국제연합(UN)에서는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지정했다. 국내에서도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난민지원네트워크에서 지난 2015년부터 개최하는 ‘난민영화제’가 대표적이다. 네트워크 측은 “1년에 1만 명 가까운 난민이 한국을 찾지만 동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고작 2%다. 목숨 건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며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제4회 난민영화제는 ‘마주하다, 맞이하다’를 주제로 열린다.

올해 ‘마주하다, 맞이하다(Meet And Greet)’를 주제로 내건 제4회 난민영화제는 오는 17일 종로 서울극장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이날 난민을 다룬 다큐멘터리 3편이 연달아 상영된다. 축제를 주관하는 공익법센터 ‘어필(APIL)’의 양소민 코디네이터에게 각 작품의 관람 포인트를 들어봤다. 



라스트 맨 인 알레포

감독: 페라스 파야드

지난해 덴마크, 시리아, 독일에서 만든 작품이다. 5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35만 명만 남은 알레포 주민들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폭격에 대한 불안감 속에 사는 모습을 비춘다. 자원활동가로 이루어진 민간 구조대 ‘화이트 헬멧’은 붕괴 직전의 알레포 현장에서 싸운다. 작은 생명조차 폭격으로 사라져 가는 일상 속에 이들은 인류에 대한 회의와 더불어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의문과도 싸운다.

2011년부터 7년째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의 실화를 담은 다큐 영화다. 대부분의 시리아 사람들이 터키 등 주변국으로 난민 신청을 해서 떠나는데, 작품은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 세계 난민 이슈 가운데 가장 중심인 시리아에서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평범한 시리아 시민들이 왜 ‘화이트 헬멧’이 됐는지, 폭탄이 터지면 영웅처럼 위험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는지 등을 집중해서 보기를 바란다.
시리아 내전 상황을 담은 영화 〈라스트 맨 인 알레포〉

감독: 채의석

은 지난해 한국에서 제작한 영화로, 방글라데시 선주민인 ‘줌머족’ 부부가 경기도 김포에 살면서 겪는 일상을 담았다. 난민 신분인 부부에게는 7살 아들과 5살인 딸이 있고, 일당제로 컨테이너를 만들거나 샤워기 부품을 조립하는 부업을 하며 생계를 꾸려간다. 이들은 멀리 고국에서 폭력 사태가 일어나면 다른 줌머인들과 함께 서울로 집회를 나가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배경인 난민 영화는 콩고에서 온 아이들을 조명한 ‘대답해줘(감독 김연실, 2015)’가 유일했다. 작품성이 있기도 했지만 하나밖에 없어서 지난 1~3회 영화제 때 계속 상영해왔다. 지난해 김포에 사는 채의석 감독이 이웃에 난민이 산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숨’을 찍어 새로 소개하게 됐다. 감독의 개입을 최소화해 난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비춘다. 한국 사회에 분명 난민이 존재함을, 그것도 우리 가까이 이웃으로 살아감을 알려준다는 것이 포인트다.
한국에 사는 방글라데시 선주민 ‘줌머족’의 일상을 담은 영화 〈숨〉

나이스 피플

감독: 안데르스 헬예손 카린 아프 클린트베리

은 2015년 스웨덴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아이스하키와 비슷한 스포츠 ‘반디’의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가 다가오자, 파트릭 안데르손이 스웨덴 볼렝 지역에 망명한 소말리아 청년들로 대회 출전팀을 꾸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예선전이 열리는 시베리아에서 연습을 하면서 사람들은 공동체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다.

보통 북유럽 사람들은 여유가 있고 타인을 존중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큐에서 소말리아 난민들을 적대적으로 대하고, 흑인 혐오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 ‘파트릭’이라는 사람이 롤러스케이트조차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난민들을 모아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게 만든다. 오합지졸이었던 이들이 훈련을 받고, 대회에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역 주민들의 닫힌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과정이 핵심이다.
스웨덴 볼렝 지역에 망명한 소말리아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이스 피플〉

영화제 당일 3개 작품이 연달아 상영되고 관객과의 만남(GV)도 진행된다. 양소민 코디네이터는 “〈라스트 맨 인 알레포〉를 통해 난민들이 처한 실제 현장을 마주하고, 〈숨〉을 통해 한국 사회에도 난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나이스 피플〉을 통해 난민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순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극장 1층에는 부스가 마련돼 9개의 난민지원단체가 난민법, 난민 인권 등 주요 이슈를 다양한 포맷으로 알릴 예정이다. 특히 이번 축제는 한국에 거주하는 난민들이 직접 기획 및 진행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다양한 민족으로 이뤄진 난민을 만나 각국의 인사 예절을 배워보고, 이들이 직접 내리는 커피도 맛볼 수 있다.


행사를 위한 스토리 펀딩이 온라인에서 진행 중이다. 관람권, 영화제 굿즈 등을 리워드로 제공하는 펀딩은 전액 영화제의 운영비로 활용한다. 지난 14일 기준 목표 금액인 200만 원보다 많은 115%를 달성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더 자세한 정보는 ‘난민영화제’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문: 이로운넷 / 필자: 양승희 / 사진: 공익법센터 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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