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것과 실천은 같아야 한다, '지행합일'을 실천하는 시장 안병용: 경기 의정부시장 안병용 인터뷰

조회수 2018. 6. 2. 14: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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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지방선거 특집: 경기 의정부시장 안병용 인터뷰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하루에 몇 시간 주무세요?


안병용(의정부시장): 하루에… 4시간 반에서 5시간 자는 것 같아요.


리: 체력이 좋으시네요.


안병용: (웃음) 전혀요. 전쟁이니까 심신이 고갈되어도 그냥 정신력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거죠.


리: 전쟁이라고 하셨는데, 벌써 세 번째 전쟁이시죠? 전쟁 치르기 전에는 뭐하셨나요?


안병용: 대학교수를 했어요. 의정부에 있는 신흥대학, 지금은 신한대학으로 교명이 바뀌었는데, 거기에서 21년 동안 행정학 교수를 했습니다. 주로 정책학과 지방행정학을 강의했죠.


리: 교수셨으면 가장 이론적인 곳에 계셨던 셈인데, 그러다가 가장 실전적인 곳으로 뛰어드신 이유가 뭔가요?


안병용: 운명이라는 게 벼락같이 찾아오는 것이잖아요. 저는 평생 교수만 했었어요. 어디 당원도 해본 적 없고 하여간 전혀 준비가 안 됐었는데, 그때 정치 상황이 저를 부른 거죠. 전임 시장님이 국회의원을 두 번 하셨고 시장도 두 번이나 하신 분이었어요. 완전히 의정부 정치를 장악하고 계신 분이었죠. 또 당시 한나라당 지지도가 46%고, 민주당이 24%였던 시절이었어요. 그러니 후보가 여의치 않았고, 민주당에서는 지방행정정책을 연구하던 참신한 대학교수로 대응하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아예 참신한 인물을 내세우자, 해서 저를 전략공천한 거예요.


리: 인지도 차이가 어마어마했을 텐데요. 그 정도면 그 시장님은 의정부에 모르는 분이 없지 않았나요?


안병용: 어마어마했죠. 제 인지도가 2%라면 그분은 한 85% 정도였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제 참신성을 무기로 의정부의 꿈과 비전, 설계도를 담은 정책을 시민분들께 이야기한 거죠. 그분이 과거의 경험과 경륜을 말했다면 저는 의정부의 꿈과 희망을 말한 게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리: 당에서 제의가 왔을 때 왜 받아들이셨어요?


안병용: 처음에는 안 받아들였죠. 안 그래도 정치적 준비가 안 되어있는 상황이었는데 시기적으로도 선거 두 달 전이었어요.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지금 의정부 을 당협위원장하시는, 당시에는 문희상 국회의원님 수석보좌관이었던 김민철 보좌관이 저를 다섯 번이나 찾아왔어요.

리: 다섯 번째에 수락한 건가요?


안병용: 가족들은 다 반대했어요. 주위에서도 돈 많이 받고 정년도 보장되는 정교수를 왜 포기하고 정치적 희생양이 되냐는 사람이 많았죠. 그래도 지금까지 강의만 해온 교수로서 직접 현장에서 세상을 바꿀 기회라고 봤어요.



공무원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 


리: 선거에 나와보니까 어떻던가요?


안병용: 현실과 이상에 대한 차이가 있었죠. 무언가 혁신을 이야기하려고 할 때마다 법의 제한에 걸리고, 시간적인 제약도 있고, 재원 문제도 있었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공무원의 내부적인 저항도 있죠. 그런 현실적인 저항들을 극복해야 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됐죠.


리: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다고 하셨는데, 어떤 걸 바꾸고 싶으셨나요?


안병용: 일종의 행정 체계죠. 행정학에서는 공무원을 시민의 공복으로서 시민을 섬기는 자로 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민 위에 군림하는 경우가 많죠. 이걸 바꾸기 위해 인사부터 시작해서 평가를 공정하게 바꾸고, 또 행정가들 스스로 공부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질적인 방안으로 청렴 시스템을 만들었고, 내부 업무 성과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거의 매일 아침마다 정책토론을 했어요.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셔서 의견을 듣고, 서로 토론하고. 저와 부시장, 국장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눠서 그 결과를 정책이나 예산에 반영하고 했죠. 이걸 8년 내내 해왔어요.


리: 8년 내내 하신 건가요?


안병용: 거의 그렇죠. 그래서 어느 날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느 시장, 어느 도지사, 어느 대통령이 이렇게 매일 정책토론을 해서 정책을 시행했겠느냐. 알아보니까 진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국기록인증을 받았고, 이어서 세계 기록에도 도전했어요. 그래서 기네스북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2016년 의정부 조찬포럼 ‘문향재’는 세계 최장 지자체 조찬포럼임을 세계적으로 인증받았다.

리: 후보님이 바꾸겠다는 키워드를 정리하면 태도, 체계, 그리고 공부와 연구 정도인 것 같아요. 그런데 보통 체계만 이야기하지, 태도나 공부와 연구 같은 건 잘 이야기를 안 하거든요? 


안병용: 사실 태도가 중요하죠. 민원인을 대할 때 ‘그거 안 돼요, 법 때문에 못 해요’라고 말하는 건 시민이 자신의 명령권자이고, 자신의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태도죠. 병원의 예를 들어도 그래요. 병원은 내가 나의 병명이나 상태를 몰라도, 아프다고만 하면 의사랑 간호사가 친절하게 보살피면서 ‘제가 고쳐드리겠습니다’ 하잖아요? ‘병 걸리면 어쩔 수 없이 죽는 거죠’ 이런 식으로는 말 안 하잖아요. 공무원도 똑같아요. ‘그런 어려움이 있으시군요. 제가 어떻게든 해결해보겠습니다’ 이래야 한다는 거죠.


리: 시스템을 통해서 그런 태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안병용: 그렇죠. 지금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이 있으니까 스스로 갑의 위치로 가서 오만한 태도를 갖게 된 상태예요. 그래서는 안 되는 겁니다.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공부와 연구가 중요한 거예요.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시스템에 반영하고 성과를 측정해야 해요. 성과를 제대로 못 내면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주지만,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면 인사고과에 여러 긍정적인 변화를 반응하는 거죠.


리: 말단 공무원까지 포럼에 참여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면 하급 공무원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안병용: 교육도 많이 하고, 정책 설명회도 많이 했습니다. 여러 사람 많이 와요. 시의원도 오고, 정책전문가도 오고, 주무관이나 실무자들도 오고, 현장에서 서비스받는 주민 대표도 오라고 했습니다. 정책을 주재하는 걸로 끝내는 게 아니라, 해당 복지의 주체들까지 불러서 이해시키는 것이죠.


리: 듣자 하니 공무원들에게 일을 굉장히 많이 시킬 것 같은데… 들어오고 나서 야근이 많이 늘었다는 불만은 없나요?


안병용: 안 그래도 원성이 자자했죠(웃음). 포럼에 오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담당하는 정책에 대해서 한 달에 두 번씩 리포트를 쓰게 했어요. 또 책도 매달 한 권씩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고 했죠.

대학 시절 매주 리포트를 내주던 교수님이 생각났다

리: 아니, 왜 교수님처럼… 요즘 대학생들도 그렇게 빡빡하진 않지 않나요… 


안병용: 난리가 났죠. 그런데 꼭 쓸 필요는 없다고 했어요. 국과장만 의무고, 그 아래 직급은 반드시 쓸 필요는 없다. 대신 1년에 10개를 못 채우면 내가 있는 한 진급은 없다고 했죠. 그러니까 다 쓰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죽겠다고 데모까지 하려는 기세라 첫 번째 임기 때만 했어요.


리: 그럼 재선 이후로는 쓰라고 안 했나요?


안병용: 네, 안 했어요. 대신 ‘올해의 책’을 만들어서 1년에 2권은 읽어야 할 것 아니냐… 그렇게 계속 직원들, 시민들과 독서토론은 하고 있습니다.


리: 바쁘실 텐데 책 많이 읽으세요?


안병용: 결사적으로 봐야죠. 책은 시간 있어서 보는 게 아니에요. 밥도 시간 있어서 먹는 게 아니잖아요?


리: 공무원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 2권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병용: 공무원이라면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꼭 읽어야 해요. 그리고 『백범일지』 같은 것도 읽어보면 좋습니다. 나라를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적혀 있고, 나라를 찾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일기로 기록되어 있어요. 또 비슷한 책으로 『징비록』 『난중일기』가 있는데 이 역시 국가라는 게 국민에게 어떤 의미인지 정말 실감 나게 쓴 책이거든요.


리: 다 결국 공복으로서의 정신을 강조하는 책이네요.


안병용: 그렇죠. 정신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자신이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고 우왕좌왕하거든요. 내가 공무원이야, 내가 시장이야, 내가 도지사야 이렇게 내세우기만 할 게 아니라 그게 무슨 일인지 제대로 된 자각이 있어야 하거든요.

‘도지삽니다’ 김문수의 알고리즘(…) 이러면 안 된다는 소리.

리: 실제로 행정을 하시다 보면 부딪히는 어려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헌 과정에서 지방분권 강화 이야기도 나왔고요.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안병용: 사실 지금은 반쪽짜리 지방자치에요. 우선은 헌법 규정 자체가 모자란 상황이고, 지방자치제가 기존의 정치 권력을 가진 이들의 오만, 독선에 의해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어요. 박정희, 전두환 때에도 그랬어요. 헌법에도 적혀 있는 걸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보류한다고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하지 않다가,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 호헌 철폐와 함께 지방자치제 시행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거죠.


리: 그런데 여전히 여전히 반쪽짜리라는 거죠?


안병용: 민주항쟁에 의해서 등 떠밀리듯 선언되었으니까요. 지방자치를 하려면 지방에 세 가지 권한이 주어져야 해요. 지방자치행정권, 지방자치재정권, 지방자치입법권. 지금 행정, 입법은 그런대로 되고 있는데 지방자치재정권이 전혀 안 되고 있어요. 중앙에서 전부 돈을 가지고 있어요. 그 돈을 가지고 중앙 말 잘 들으라고 통제하고 있죠. 사실 행정도 많이 부족합니다. 교육, 자치경찰 같은 부분도 한정되어 있고요. 지금 저한테 인사권이 있다고는 하는데, 정작 제가 국장 자리가 더 필요하다고 해도 못 늘려요. 임금총량제 때문에 함부로 증원하지 못합니다. 다 중앙에서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도시계획도 못 하고요. 사실상 돈은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작은 일만 하면 되지 뭘 많이 하려고 하냐는 상황인 거예요.


리: 이번까지 하면 3선이신데, 마무리 짓고자 하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안병용: 의정부의 100년 먹거리 설계 완성이죠. 의정부라고 하면 좋은 게 아무리 많아도 이미지가 부대찌개, 미군 부대를 벗어나지 않아요.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은 미군 부대를 64년 동안 갖고 있었죠. 이제 이전이 이루어지고 있고요.

물론 의정부 부대찌개는 맛있다

리: 꼭 나쁘다고 볼 건 아니지 않나요? 


안병용: 그 자리를 어떻게 다시 제대로 채울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정책적인 힘은 제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 도와 힘을 합쳐서 실질적으로 시행하려고 합니다. 마침 대통령이 저와 같은 당이고, 지역 국회의원인 문희상 의원이 이번에 의장 후보로 확정되어 있어요. 이재명 도지사 후보도 당선되실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저라는 재선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시장이 된다면 중앙과 도, 국회의 지원으로 의정부를 다시 한번 발전시킬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수 있겠지요.


리: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동안 도지사와 중앙정부는 다른 정당이었잖아요. 그래서 힘든 점이 있으셨나요?


안병용: 많이 힘들었죠. 서로 당이 다르면 지원을 잘 안 해줘요. 뭘 해도 다른 속내가 있는 거 아닌가 의심하게 돼요. 중앙정부, 경기도, 의정부시 이렇게 세 바퀴가 잘 맞물려 부드럽게 돌아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죠. 하지만 지금은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천재일우의 기회거든요. 시에서 개혁하려면 사실 시의 힘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도지사가 이걸 받아서 중앙에 건의를 해줘야 돼요. 그런데 중간에 문턱이 생기면 걸려서 뭘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제 ‘한 팀’이라는 생각 아래 쭉 진행할 수 있어요. 그렇게 의정부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게 되죠.


리: 이번에 3선 하시면 이것만큼은 꼭 해야겠다 하는 게 있나요?


안병용: 우선은 문화복합단지의 완성입니다. 이걸 통해서 이루려는 게 ‘835’입니다. 800만 명이 찾아오고, 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5조 원의 경제효과를 달성하겠다는 거죠. 그리고 또 미군부대 이전과 관련해서 미 제2보병사단 본부인 캠프 레드 클라우드(CRC)를 세계적인 안보 테마 공원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오셔서 제 계획을 보시고 ‘이게 맞다, 중앙정부가 성심껏 지원하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이 두 가지는 꼭 하고 싶습니다.


리: 요즘 후보들이 많이 내는 게 교육, 환경 공약인데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계신 게 있나요?


안병용: 제가 시장을 하기 전에는 평생 교육자로 살아왔잖아요? 사실 교육은 도 교육감의 일이기는 한데, 그래서 함께 혁신교육도시를 만들어서 기존에 가동되지 않았던 50여 개의 교육혁신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학생들은 진로 체험을 할 수 있게 돕고, 동아리를 많이 늘려서 다양한 동아리를 체험할 수 있게 하고, 교사들의 행정 부담은 경감시켜 줍니다.


리: 호오…


안병용: 또 수업시간에 눈에 띄는 문제는 뭡니까? 수업시간에 수업 들어가서 교사가 강의하면 다 자요. 앞은 쉬워서 자고, 뒤는 몰라서 자죠. 그런 것을 수준별 학습지도로 해소하려고 합니다. 학부모도 중요해요. 학부모-교사 간 운동 프로그램을 신설해서 대화의 통로를 여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지행합일’의 삶을 살아온 사람


리: 초중고는 어디서 나오셨어요?


안병용: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서 어릴 때 서울로 올라왔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막노동을 하셨다 보니까 초등학교는 여기저기를 전학을 다녔어요. 중학교는 수도중학교라고 서울역에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고, 고등학교는 왕십리에 있었던 배명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지금은 송파로 옮겼죠.


리: 학창시절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나요?


안병용: 나름 머리가 괜찮기는 했는데 집안 사정이 그렇다 보니 열심히는 못 했어요. 그래도 고등학교 때는 죽을 힘을 다해서 공부해서 중앙대 정치외교학과에 들어갔죠.


리: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있나요?


안병용: 부모들이 워낙 가난하게 살았으니까 공무원이나 벼슬하는 게 안정된 삶이라고 생각했죠.


리: 그런데 석박사는 행정학으로 따셨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안병용: 사실 그 이후에 취직했었어요. 동국대에서 사무직 교직원을 하는데, 비슷한 나이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공부하는 걸 보려니까 그렇게 공부가 하고 싶더라고요. 행정학으로 바꾼 건 정치학과 행정학이 분화되어 있을 뿐이지 넓게 보면 같은 학문이라 그렇습니다. 정치학에서도 행정학을 다루고, 행정학에서도 정책학 같은 분야를 다뤄요.


리: 그렇게 공부가 하고 싶으셨어요?


안병용: 사실 공부는 사람의 가치를 더 높여서 사람을 완성하는 방법이에요. 어렸을 때 경제적인 이유로 제대로 못 해서 더 간절했던 것 같아요. 돈이 있는 애들은 과외받으면서 편하게 하는데 그걸 못 하니 강한 욕구가 생긴 거죠. 그렇게 인연이 닿아서 교수를 했네요.


리: 대학교수 생활은 어떠셨어요?


안병용: 남들은 시장이 되어서 좋겠다고 말하지만, 교수 시절이 참 행복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마음껏 책 읽고, 가르치고 싶은 걸 학생들과 토론하면서 가르치고, 자기 생각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고. 교수는 다소 무책임해도 용서가 되는데 시장은 말 한마디만 실수해도 그 책임이 아주 무겁죠.


리: 이번에 3선 끝나시면 이제 더 이상 정계에 남아 있지 않으실 건가요?


안병용: 그럴 것 같아요.


리: 도지사 해보고 싶으신 마음은 없으세요?


안병용: 지금도 이렇게 고단한데, 그건 너무 고단한 일이죠. 지금은 제가 22년 동안 가르치면서 쌓은 지방행정학과 정책학의 이론과 12년간 실제로 행정을 실천하면서 얻은 경험들을 함께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리: 이 두 가지를 다시 연결해서 다시 한번?


안병용: 그게 도리라고 봐요. 교수는 수없이 많고, 시장도 수없이 많죠. 그런데 그 둘 다를 오랫동안 한 사람은 없거든요.


리: 상당히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하신 건데, 학계에서 뭘 다시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없으세요?


안병용: 이제는 돌아갈 수 없죠. 그래서 조금 아쉬운 건 있어요. 외국에서는 학자들이 정책 일선에서 일했다 다시 교수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리: 한국은 한 번 학계를 나가면 돌아오기 힘들죠?


안병용: 아무래도 그렇죠. 그런 점에서 또 아쉬운 게, 공무원 사회도 외부 수혈이 많이 이루어져야 개혁이 가능해요. 그런데 그게 또 어렵거든요. 정책보좌관제 같은 것들이 있지만 잘 되고 있지는 않고요. 지금 한국의 행정이 직업공무원제이기 때문에 외부 수혈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죠.


리: 촛불시위 때는 공무원이니까 나갈 수는 없었겠네요?


안병용: 아뇨, 나갔죠. 나가는 게 위법은 아니니까.


리: 보면서 어떠셨어요?


안병용: 주어진 국민의 명령과 당연한 직분을 안 하면 민심의 파도가 배를 엎을 수도 있다. 시장이든 대통령이든 정신 차리고 위임받은 권력을 잘 행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난 민심의 파도가 크게 몰아닥친다 이런 걸 현장에서 바로 느꼈죠.

출처: 오마이뉴스
촛불의 파도로 대통령을 바꾼 위대한 나라, 한국

리: 사실 의정부는 안보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곳이잖아요. 남북 관계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안병용: 국내 정치든, 국외 관계든 가장 중요한 게 안보입니다. 그런데 또 안보를 위해서 중요한 건 평화죠. 전쟁이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것을 정확히 아는 위대한 대통령이 나오셨다고 봅니다. 저는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괌을 포위사격 하겠다고 하고, 미국도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난리법석이었는데 그때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가서 남한이고 북한이고, 미국이고 어떤 나라도, 어떤 경우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잖아요. 그런 게 위대하다는 거죠. 그 이후에 정말 최선을 다해 북한을 설득하고 미래를 위한 평화를 안착시켰죠.


그런 점에서 의정부가 중요해요. 지금은 여기가 최전방이고, 미군부대도 많다 보니 많이 낙후되어 있죠. 하지만 통일시대에는 의정부가 통일의 최선두, 통일의 중심지가 될 거잖아요. 남북이 서로 부둥켜안고 교류하면서 기술, 노동을 서로 교류하는 번영의 시작을 의정부가 앞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 자서전을 쓰신다면 본인을 어떤 사람이라고 설명하실 것 같으세요?


안병용: 저는 제 운명, 숙명에 어떤 뜻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지금 미래를 누가 어떻게 알겠어요. 다만 제게 주어졌던 아버지로서의 사명, 선생님으로서의 사명, 그리고 지금 시장으로서의 사명을 죽을 힘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면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거죠.


리: 이번에 3선을 마치고 어떤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안병용: 제게 주어진 소명을 꾀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자기 의무를 하려고 했고, 또 했던 시장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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