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쉬업, 현명한 맨몸 운동

조회수 2020. 7. 10. 17: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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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통 생길 때까지 밀어붙이는 거, 그거 아닙니다.

푸쉬업. 가장 대표적인 맨몸운동입니다. 그리고 가장 저평가받는 맨몸운동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푸쉬업과 관련하여 근력운동 일반론에 대해 제가 배운 바를 제가 경험하고 느끼며 깨달은 것을 토대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더 많이’ ‘운동한 느낌이 날 때까지’ 해야 만족하는 피트니스 문화 속에 삽니다. 고통 없이 없는 것은 없다며 땀이 철철 흐르고 근육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나고 운동한 다음에 힘이 남으면 뭔가 덜한 것 같고 다음 날 근육통이 없으면 잘못된 느낌이죠.

저와 수업을 막 시작하신 분들은 자주 이런 질문을 합니다. 

전 근육통이 없는데 잘못된 건가요?

그럼 전 반문합니다.

근육통이 왜 생겨야 하죠?

물론 적절한 트레이닝의 결과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부위에 근육통이 올 수 있습니다. 혹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운동 강도가 너무 높아서 근육통이 유발될 수도 있죠. 또는 지나치게 특정 부위만 많이 사용해서 근육통이 유발될 수도 있습니다. 애꿎은 승모근처럼.


하지만 우리가 운동하고 수련하는 것이 ‘근육통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건강’하려고 하는 운동인데 ‘통증’을 셀프로 만들어낸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나요? 또한 근육통이 생겨야만 ‘몸짱’이 될 것 같다는 착각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팀 페리스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파벨 차졸린 선생님과 유명한 짐네스틱 코치인 크리스 소머가 등장해서 같은 메시지를 말합니다.

오늘날 피트니스의 가장 큰 문제는 ‘실패지점’까지 훈련하는 것.

실패지점. 쉽게 말해 더 못할 때까지 밀어붙여서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더 못할 때까지 밀어붙이면 근육도 근육대로 지치지만 이 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또 뼈와 뼈를 연결하는 모든 결합조직도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근육에 미세손상이 생긴 걸 회복하면서 근육이 성장한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많이들 주목하는데, 미세손상이 꼭 근육에만 생길 거로 생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운동할 때 부하를 견디는 것은 근육만이 아닙니다. 온몸이 견딥니다.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나면 그만큼 회복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운동하는 사람이 약물도 사용하지 않고 평범한 식사에 회사생활까지 하면서 어쩌다 운동 겨우 나가서 밀어붙이기를 반복한다면 필요한 만큼의 회복은 어렵습니다. 그냥 피로를 쌓는 겁니다. 몸이 뭔가 묵직하고 타들어 가는 것 같고 하니 운동한 느낌에 취할 뿐이죠. ‘건강’하려고 하는 운동인데 아무래도 맥락에 잘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게다가 근육보다 인대와 건 등의 결합조직은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다쳤을 때뿐이 아니라 일반적인 운동 부하를 견딘 후 본래의 그 탄성과 에너지를 회복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근육파열보다 인대나 건이 다쳐서 병원에 더 자주 오는 게 인대나 건이 과연 약해서일까요?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또 일단 세게 운동하기를 반복해서 그런 건 아닐까요?


따라서 ‘실패지점’까지 가야만 강해지고 몸이 변화한다고 믿는 것은 수정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회사, 일, 대인관계, 일상 속 여러 이슈에 치여가며 그 속에서 균형 잡힌 식사도 못 챙기는 일반인이 건강하고 강해지기 위해서 운동할 때는 더더욱 필요합니다. ‘오래’ ‘꾸준히’ ‘반복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삶이 바뀌고 몸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트롱퍼스트에서는 근력을 얻고 이로써 강해지기 위한 훈련을 하는 데 있어서 세 가지 F를 강조합니다.

Fresh: 지치지 않은 상태로 훈련해야 한다.

Frequent: 최대한 자주 반복해야 한다.

Flawless: 운동 기술에 결점이 없어야 한다.

요약하면 결점이 없는 완벽한 동작으로 지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며 최대한 자주 훈련하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단순해야 하며, 핵심적인 과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한 번에 소화하는 강도와 양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생각보다 줄어듭니다. 무조건 많이 한다고 느는 게 아닌 것입니다. 핵심적인 것 하나도 제대로 자주 반복할 수 없을 테니까요.


이 때문에 많은 스트롱퍼스트 지도자가 케틀벨 스윙과 겟업이나 바벨 데드리프트, 풀업 등의 아주 제한된 가지 수의 운동 동작으로만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을 통해 만들어진 수행능력이 다른 신체 활동에 충분히 전이되도록 유도합니다. 다른 신체 활동으로 전이될 수 있는 운동이 곧 흔히 말하는 기능 운동, 펑셔널 트레이닝 아닐까요?

푸쉬업처럼요!

저는 스트롱퍼스트 인스트럭터로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업으로 삼고 일하면서도 이 3F의 중요성을 자주 간과했습니다. 빨리 늘고 싶고, 얼른 다른 것도 하고 싶은 욕심이 늘 앞섰고 일단 빡세게 하면 땀도 많이 나고 몸도 속칭 펌핑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근사했거든요. 저 역시 오늘날의 피트니스 문화에 젖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슬금슬금 신체 능력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요가 수련도 많이 하고 수업도 많고 다른 행사도 많은데 매번 강도 있게만 훈련하려던 습관 탓에 몸이 잘 회복이 되질 않았습니다. 최상의 컨디션을 느끼던 때보다 늘 아쉽고 답답했죠.


결국 올 초 SFG Lv.2 자격갱신 테스트에선 2년 전에 왼팔로 가볍게 밀던 체중 절반 프레스를 오른팔로도 겨우 밀었고 그나마도 지나치게 사이드 밴딩이 심해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SFL 자격갱신을 위해 리테이크 했을 때는 기술 테스트를 제외하고 근력 테스트는 시도도 못했습니다. 처음엔 ‘요가를 병행해서’라고 오해했습니다. 몸이 지나치게 유연해져서 근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텐션을 못 잡는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금번에 SFB 자격갱신을 준비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몸이 지나치게 유연해진 게 아니라, 기본기를 모두 잊고 그냥 되는대로 반복한 훈련 탓이었습니다. 지치지 않은 상태로 훈련하지도 못했으며,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니 더 많이 쉬어야 해서 자주 하지도 못했고, 일단 양으로 뽑으려 안달한 탓에 기술이 정확하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생각하고 기본기를 다지며 전체적인 근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과제에 집중해서 다져보기로 결심했습니다. SFB 자격갱신 테스트와 통역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한팔 푸쉬업, 피스톨, 풀업(혹은 행잉레그레이즈)를 핵심 과제로 훈련했습니다.


주 2~3회는 케틀벨 스윙과 함께 집중해서 훈련했는데 고강도/중강도/저강도 훈련일로 나누어 연습했습니다. 고강도 훈련일에는 핵심과제들을 2~3회 반복 3세트씩 했습니다. 난이도는 5회를 할 수 있는 강도로 했죠. 중강도 훈련일에는 5회 반복으로 3~4세트를 했습니다. 저강도 훈련 일에는 5~8회 반복으로 5세트를 했는데, 10회도 거뜬하게 할 난이도로 수행했습니다.

출처: 카렌 스미스 선생님의 글
더 정확하고 자세한 프로그래밍 설명과 샘플은 Chief SFB 카렌 스미스 선생님의 글을 참고하세요!

풀업을 잘 못 하기 때문에 풀업은 고강도 훈련일에만 반복하고 중강도와 저강도 훈련일에는 풀업 자체를 3회, 5회씩 하기보다는 할로우 자세로 매달리기나 당겨 올라간 탑 포지션을 강하게 유지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할 수 있겠다 싶을 때만 보수적으로 수행하고요. 


바디웨이트 훈련 후에는 케틀벨 스윙으로 컨디셔닝 겸 파워훈련을 했는데 5분에 100회를 하는 케틀벨 심플 시니스터 프로그램을 지향하되 이 역시 3F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보수적으로 진행했습니다. 100회를 어떻게든 꾸역꾸역 할 수 있는 무게를 선택했지만 100회를 다 하는 게 아니라 첫 훈련 주차에는 분당 한팔 스윙 6/6씩 5분만 했습니다.


최대 출력과 최고로 견고한 탑 포지션(선 자세의 플랭크!)을 유지하고 강한 호흡도 지켰습니다. 그리고 6/6회씩 5분에 자신이 생기면(끝나고도 노래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기면) 7/7회를 했습니다. 동일한 방식으로 8/8로 늘려 갔지요. 이렇게 훈련하자 매번 달고 살았던 엉덩이 근육통도 없고 몸도 하나도 안 힘들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9/9 그리고 10/10이 되어도 전처럼 미치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여유 있었고 훈련 후에서 일하는 동안, 일상생활 중에 에너지가 유지되었습니다. 그 전에 분당 10/10회씩 5분 안에 100회를 채우던 것은 말 그대로 그냥 해낸 것이지 내가 자신 있게 해낼 수 있는 내 수준의 훈련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부끄럽지만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던 것을 반성하며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SFB 테스트 과제인 한 팔 한 다리 푸쉬업의 경우는 조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왜냐면… 2년 전에도 4년 전 처음 테스트 때보다 좀 부실했는데… 이젠 아예 턱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4월 말에 이제 한 팔 한 다리 푸쉬업을 한번 체크는 해봐야겠다 싶어서 했는데 정말 내려가는 것조차도 제대로 조절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왼팔은 아예 올라오지도 못했고 오른팔은 어쩌다 올라오긴 하지만 허리에 담이 올 지경이었습니다. 주 2~3회 훈련하는 것으로는 5월 19일까지 회복될 그런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GTG 과제로 한 팔 한 다리 푸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최대한 자주, 매일 10~20회 이상의 한 팔 한 다리 푸쉬업을 하는 겁니다. 난이도는 내가 5회를 거뜬하게 하고도 남을 쉬운 버전으로 말이죠. 여유가 되면 한 팔 한 다리로 하고, 여유가 안 되면 한 팔 푸쉬업으로 하더라도 그렇게 했습니다.


지하철 기다리다가 의자 붙잡고 2~3번. 집에 가는 길에 공원 벤치가 보이면 이 벤치에서 2~3회 푸쉬업, 저 벤치에서 2~3회 푸쉬업. 집에 와서 씻기 전에 한번 좀 하고, 씻고 나와서 한번 좀 하고… 수업 사이 사이에, 수업 중에 회원님이 물 마시는 동안 등 그냥 틈이 날 때마다 했습니다.

이렇게 GTG로 훈련하면서 계속해서 충분한 긴장을 유지 못 하고 꺾여버리는 요추 하부의 안정성 유지, 당겨 내려가고 밀어 올리는 동안 몸 전체의 연결성 느끼기 등 전신을 조절하는 디테일을 계속 생각하고 느끼고 다시 반복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렇게 훈련하면서 아사나 수련할 때 허리가 훨씬 편해졌습니다. 5월 초 팝업요가 이벤트가 마무리될 때 즈음에 허리가 묵직하고 급기야 왼다리 쪽으로 신경통이 내려왔는데, 복부에서 요추를 잡아주지 못한 상태에서 움직이니 과신전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천장관절 쪽으로 스트레스도 커지고 상대적으로 더 약한 왼쪽으로 신경통이 내려온 것이죠.


한 팔 한 다리 푸쉬업 연습을 통해 SFB에서 강조하는 맨몸 근력 운동 중 가장 강한 자세인 할로우 포지션도 다시 점검하게 되고, 그러면서 과도하게 압박받은 요추 주변에 공간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누적시켜온 습관 탓에 왼쪽 엉덩이를 타고 온 신경통이 아직도 간헐적으로 나타나지만 다시 조절하고 약점을 점검하면 부드럽게 해소되곤 합니다.


GTG로 하면서 근육이 지치거나 과도하게 수축상태로 있지도 않다 보니 어깨가 크게 더 뻣뻣해지거나 하지 않으면서 푸쉬업을 반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전거근을 중심으로 적절한 미는 움직임과 안정성이 확보된 당기기의 느낌을 더 잘 찾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아사나 수련할 때 핀차마유라아사나와 핸드스탠드가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그리고 테스트 2일 전. 다시 바닥에서 한 팔 한 다리 푸쉬업을 시도했더니… “된다!” 심지어 왼팔, 오른팔 다 가능해졌고 1회씩 3세트를 모두 다 해냈습니다. 너무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목이나 불필요한 부위에 긴장이 남지도 않았죠.

SFB 첫날! 전날 밤 10시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 다음날 처가 어르신들이 오신다 해서 부랴부랴 집 정리까지 하고 늦게 잤다가 선릉까지 가야 해서 아침 6시에 일어났는데 피로 누적으로 눈에 다래끼가 뽝! 그래도 반가운 얼굴들 만나고 존경하는 선생님을 또 뵈니 힘이 났습니다.


통역하고 존앵검 선생님 말씀대로 시범도 보이고 참가자분들 옆에서 틈틈이 연습하면서 그간의 수련에서 놓친 부분도 다시 찾았습니다. 그렇게 점심 먹고 와서 한 리테스트에선 무사히 패스! 이번엔 시작, 중간(푸쉬업 아래 지점), 끝에 모두 신호를 받아서 해야 했는데 무사히 해냈습니다.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근력을 다시 회복한 그 시간 하며 그 과정에서 여러모로 함께 좋아진 다른 부분까지 모두 그간 배운 바와 괴리된 방식으로 수련해왔음을 반성하게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다시 되돌아봐야 할 포인트는 3F를 기반으로 한 근력 운동의 핵심 원칙이 아닌가 싶습니다. 

운동기술을 정확하게 지키고 있는가?
내일도 다시 할 수 있을 만큼 상쾌한 상태를 유지하는가?
지난 훈련에서 얻는 느낌을 기억할 만큼 자주 반복하는가?

비단 한 팔 한 다리 푸쉬업처럼 난이도가 있는 과제가 아니더라도, 정말 운동을 처음 하는 분들을 위한 운동기술도 비슷하게 실천할 수 있을 겁니다. 맨몸 스쿼트, 기본 플랭크 등등을 좋은 자세로 언제든지 자주 반복하는 것이죠.

기본 플랭크입니다. 무엇이든 정확하게 반복하세요.

요가수련자라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아사나를 극복하기 위해 그 아사나로 접근하는 아주 쉬운 버전의 동작이나 원리가 일맥한 움직임을 언제든지 자주 반복하며 움직임을 학습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조건 빡세게, 무조건 많이, 죽어라 하는 운동습관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고 몸 씀의 즐거움을 느끼는 방식으로, 그래서 정말 ‘건강’해지는 운동으로 변화해야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근력’을 회복해서 ‘과제’를 무사히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 가치를 확실히 깨달았다면 이 원칙의 훈련을 건강한 식습관(“단백질 더더더”를 외치는 오늘날의 문화와는 다른!)과 병행해 겉으로 보이는 몸도 얼마나 더 좋아질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변화가 또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Smart First! StrongFirst! Power to You!


원문: Student of Streng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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