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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사진작가’라는 호칭에 대한 고찰

‘작가’는 누가 규정하고 인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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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 Canon EOS 5D Mark IV | Pattern | 1/160sec | F/3.5 | -2.00 EV | 24.0mm | ISO-2500 | Off Compulsory

말 나온 김에, 우리 ‘사진작가’라는 단어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 봅시다. 과연 작가고 아님은 대체 무엇에 의해 규정되고 인정받을까요? 누구에게 인정받는 것이며, 인정 못 하겠다는 사람에겐 어찌 대응할 것이며, 무엇보다 한번 인정받으면 계속 작가인 걸까요? 아니면 일정 기간 작가였다가 뭔가의 계기로 작가가 아니게 되는 걸까요? 왜 이러한 것을 굳이 언급하는가 하면… ‘사진작가’라는 게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매우… 매우 많아요. 제 체감상. 


프랑스의 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일찍이 그의 저서에서 사회 상류층과 중류층은 서로 즐기는 문화가 다르다고 한 바가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상류층은 기득권이기에 기존의 전통이 담긴 클래식이나 미술 조각 등의 예술을 선호하는 반면, 기득권으로 올라가길 원하는 중산층은 새로운 뭔가를 예술로 내세워 변화를 통한 변혁으로 지배구조를 흔들기를 원하는데 사진이나 영화가 특히 중산층에게 선호되는 것은 그런 이유라 한 바 있죠.


상당히 일리 있는 견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클래식이나 회화같이 많은 교육과 교양과 노력이 필요한 상류층의 예술보다 지금 당장 셔터만 누르면 뭔가 완성된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해주는 사진이란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안성맞춤의 소재일 수도 있어요.


창문에서 망원으로 새와 동물들 당겨 찍고 사진집 내고 팔아먹고 전시회 하며 예술가연 작가연 했던 유병언 회장이라든가… 조류 학대 사진으로 유명한 공장장이라든가…백년송을 베어버린 작가라든가… 신분 상승 욕구에 불탄 나머지 해서는 안 될 짓도 서슴지 않는 경우 또한 적지 않습니다.


한편으론 꼭 저러한 신분 상승의 욕구만은 아닐 거예요. 수많은 사람이 자아실현을 위해, 혹은 원하는 뭔가를 표현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또 자칭 타칭 작가로서 활동하거나 불립니다. 저 유명한 메이저리거 랜디 존슨? 요새 진짜 잘 나가는 포토그래퍼예요.

농담 아니고 진짜. 레알루. (…)

연예인으로 유명한 배두나, 배용준 씨 같은 경우도 전시회나 사진집을 출판한 적이 있거니와 옥동자 윤석주 님 같이 개그맨 중에도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작가와 아닌 것 사이의 구분은 딱 부러지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위에 제가 말했듯 기준뿐 아니라 그 호칭이 지니는 시간성 혹은 자칭·타칭의 유효범위 등도 말이에요. 


누구는 전시회를 했느냐가 사진작가의 기준이라고 합니다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전시회장에 걸기 위한 대형 사진을 실수 없이 프린트하기 위한 과정을 실행하다 보면 심신이 절로 경건해지고 겸허해지며 최종본 뽑혀 나왔을 때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라는 것은 저도 익히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쾌감에 중독되고 나면 그때부터 전시회 찬미자, 전시회 광이 되는 경우도 종종 봐왔을 정도예요.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때로 누군가는 작품성이나 상업성 등 뭔가 인정을 받아 스폰서가 나타나 남의 돈으로 전시회 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그냥 돈만 있으면 누구나 갤러리 빌려서 전시회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세월호 사건 때 유병언 회장도 망원렌즈로 새 대충 찍고 전시회도 하고 사진도 팔았잖아요. 그럼 이 사람 사진작가인가요? 그렇게들 생각하세요? 아마 아닐걸요? 그냥 예술을 빙자해 겸사겸사 돈세탁하는 데 써먹은 케이스잖아요.


전시회 간에도 하늘과 땅 만큼의 퀄리티 차이가 종종 있습니다. ‘전시회만 하면 작가다’라는 공식은 그래서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요. 약간 추가점을 줄 수는 있으나 작가이기 위해 필수는 아니라고나 할까요…?

이 자를 작가라고 불러야 하나?

그럼 사진을 전업으로 해서 먹고 살아야 작가일까요? 이것도 애매합니다. 우리는 전반적으로 창작과 기술을 분리해서 보통 생각하기 마련인데, 사진관을 운영하며 기술(skill)을 주로 써서 촬영하고 생업에 종사한다면 작가라기보단 기술자에 가깝다고들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 창작 활동은 하는데 잘 팔리는 건 아니어서 다른 경제활동을 하며 틈틈이 활동한다면? 그럼 작가인 걸까요, 아닌 걸까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보죠. 


제 지인분은 일찌기 상당히 권위 있는 사진전에 입상한 적이 있습니다. 한 15년 정도 전의 일이에요. 다들 이분을 당시엔 한 작가님, 한 작가님 하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을 그만두셨어요. 자, 그럼 요즘 이분을 부를 때 작가님 하고 불러도 되는 걸까요, 아니면 그러지 않는 게 좋은 걸까요?


다른 지인분은 지방에 거주하시며 나이가 상당히 드신 분인데,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1980년대던가 어디 공모전에서 상을 받으신 게 평생의 자랑이십니다. 직업은 사진이 아니시고…그 뒤로는 어디 큰 곳에 입상한 경험이 없으시고 디지털에 적응도 잘 못 하셨다 하시는데… 여튼 사진은 계속 찍으신대요. 이분은 본인을 온·오프라인에서 계속 작가라고 불러주기를 강하게 희망하시는 경우예요. 작가 협회증도 보유하고 계시고요(…)


다른 분의 경우를 하나 더 살펴보죠. 이분은 딱히 뭐 입상 경험이나 사진 전업하는 것도 아니고 은퇴한 다음 사진 시작한 분입니다. 그런데 사진 욕심,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작가욕심이 어마어마합니다. 그걸 위해 스스로 동호회를 만들고 그 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회원들을 들러리 삼아 전시회를 열심히 열곤 해요. 전시회에 아무나 막 찍어 도촬한 사진 초상권 양해고 뭐고 없이 걸어놓고는 대단한 작가연 하면서 작은 동호회에서 임금 노릇 하며 작가부심 대단하게 부리시는데 정말 끝내줄 정도예요.

철학에 이른 포토샵으로 화제였던 ‘대한민국 사진대전’ 제36회 대상작(글의 맥락과는 무관합니다)

반면 저 같은 경우도 있죠. 저만 해도 자신이 절대 작가 같은 게 아님을 누누이 강조해왔습니다. slr클럽 시절부터, 그리고 나름 베스트 블로거를 하면서 수도 없이 반복해서 말하는 게 저는 작가 아니라 아빠라는 말이었어요. 물론 저는 남의 돈으로 전시회도 해봤고(…) 공모전에 입상도 해봤고 (…) 잡지나 신문에 사진을 게재한 경험도 있으며, 제 게으름으로 무산 혹은 지연되고 있지만 집필도 하고(태클 금지!), 사진 관련 신제품이 나오면 제조사의 배려를 받아 최초로 리뷰를 하는 등의 활동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스스로가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저는 작가라고 불리는데 강한 거부반응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온/오프라인상에서 제 주된 별명이 마 작가예요. -_-;; 제게서 도움을 받으시거나 제 글과 사진에서 영감을 받으시거나 한 분들이 좋게 불러주시는 의미에서 한두 분 그렇게 부르다 보니 완전히 굳어지다시피 한 별명입니다. 지금도 slr클럽 계신 분들이나 블로그 오시는 분들 상당수가 저렇게 불러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 별명은 제 생각과는 아무 상관 없이 기존의 작가(자칭이건 타칭이건)에게 제가 예상도 못 했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어디 너 따위가 작가냐’ ‘야 대단한 작가 나셨네’ ‘우쭈쭈 작가님 글 말고 사진 좀 보여주세요ㅋ’ ‘요즘은 개나 소나 작가 하네ㅋㅋ’ ‘야 난 작가증 따는데 몇 년 걸렸는데 넌 남들이 그냥 작가 작가 해주니 기분 째지냐?ㅋ’ ‘어디 일개 아마추어 따위가 현업 작가님들이랑 맞먹는 호칭을 쓰려 드냐?’ 등…


진짜 별의별 소리 다 들었습니다. 특히 전업 작가 집단 구성원들에게 말이죠. 저한테는 일말의 가치도 없는 ‘사진작가’라는 호칭이 저분들한테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요컨대 자기가 인정할 수 있는 어떤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놈들이 자칭이든 타칭이든 작가라고 하는 건 도저히 참아주기 어렵다는 거죠. 물론 자기가 작가라 불리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면서요.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여전히 많을 거예요. 실질적으로… 온·오프라인상에서 작가에 대한, 작가라는 호칭에 대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99.9999% 이 때문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놈이 작가 소리 듣거나 하는 게 눈꼴시다.

모든 문제가 여기서 생깁니다. 그 기준은 만인이 모두 다 조금씩 다르고 말이죠. 반면에 저 아시는 분들이라면 익히 다들 아시겠지만 저는 소위 작가의 부작용, 예술의 반작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사람입니다. 예술, 작가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성추행·성범죄… 도촬과 초상권 무시, 2차 저작권 문제와 자연 훼손 및 동물 학대 등… 이 블로그에서 10년 넘게 이런 주제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요.

그런 만큼 저는 오히려 작가병·예술병엔 약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입니다. 가끔 이런 병에 걸리면 사람으로서 해선 안 될 짓도 서슴지 않는 파렴치한이 적지 않습니다. 연인 혹은 가족과 외출 나갔는데 웬 처음 보는 인간들이 카메라 들이대고 도촬질·촬영질해서 ‘아니 우리 대체 왜 찍냐’ 했더니 ‘예뻐서 그랬다 예술을 위해서 너네가 희생 좀 해라’ …이런 개소리를 나불거립니다.


딸뻘 되는 아가씨 데려다 벗으라고 강요해서 찍고 히히덕하며 예술이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 집에 함부로 카메라 들이대고 흑백으로 찍은 다음 삶의 어려움이 어쩌고 제목 붙여 전시회 출품합니다. 그래놓고 하는 말이 맨날 똑같아요.

니미 이런 거도 못 찍게 하면 예술 어떻게 하란 소리냐, 나 사진작가다.

예술이고 나발이고 하고 싶으신 분은 하시면 됩니다. 가서 자칭 작가도 하시고 협회도 만들고 감투도 쓰고 아주 그냥 맘대로 하세요. 자유국가잖아요. 누구도 말리지 않습니다. 단, 남에게 피해만 안 주면 말이죠. 그리고 남에게 하라고 강요 좀 하지 마시고요.

예술이란 거… 작가라는 거… 그게 꼭 그렇게 거창하고 대단한 거라고는 전 생각하지 않아요. 이전에도 말했잖아요. 전 허버트 리드의 견해를 인정한다고요.

예술은 곧 마음을 기쁘게 하는 형식을 창조하려는 시도다. 

이 말은 정말 깊은… 실로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제가 이전에 쇼핑몰용 피팅사진과 고전적 예술사진 간에 예술적 장르적 우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은 바 있는데 그것도 이 생각의 연장 선상에 위치합니다. 회화는 열등하고 조각은 우월한 것이 아니듯, 피팅 사진은 천박하고 다큐 사진은 고결한 게 아닙니다. 그런 선민의식 이제 버릴 때도 좀 되지 않았나요?


정말 제대로 잘 찍은 피팅사진은 메이크업과 헤어와 피팅과 빼어난 모델의 패션 소화력이 합쳐져 카메라맨의 역량과 리터처에 의해 마무리되는데, 되도 않는 어지간한 다큐사진 쌈 싸 먹고도 남을 완성도를 지니는 경우가 외려 더 많습니다. 이런 것도 보려 하지 않는 사람, 볼 안목이 없는 사람한테는 보이지도 않아요. 지킬 것 하나도 지키지 못한 보도사진보다 지킬 것 충실히 다 지킨 피팅 사진이 예술적 완성도도 더 나은 경우도 많아요.


요는 장르의 우열이 있는 게 아닙니다. 재량과 실력에 의한 차이가 있는데 그걸 인정 못 하고 장르 탓 모델 탓 하면 심히 곤란하죠. 가끔 자칭 다큐 작가, 보도 사진작가가 피팅 작가도 작가냐고 코웃음 치는 경우 보는데 그럴 때마다 솔직히 전 어처구니가 없어요. 작가=벼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저런 사고가 성립할 수 없는데 하고 말입니다.


요는 그래요. 작가라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 같은 건 전 없다고 봅니다. 네. 깔끔하게 없어요. 뭐 하면 작가고 아니면 아니다 이딴 거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제 생각에 작가면 작가라 생각해서 작가라고 불러드릴 것이며, 그냥 제 생각에 작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작가이길 희망하신다면 기꺼이 그렇게 불러드릴 거예요.

이것은 ‘대한민국 사진대전’ 제27회 대상작(글의 맥락과는 무관합니다 일단은 고양이라서 넣음)

여기서 파생되는 또 하나의 진짜 문제는 그거에요. 이 작가라는 단어에 연연하는 분일수록 사진질·예술질은 고상하고 사진사는 사진으로 말해야 하며 천박하게 온라인에서 아웅다웅 키보드 두드리지 말고 그럴 시간에 나가서 사진을 찍으라고 강변하곤 합니다. 매번 반복하지만 듣기엔 그럴싸해 보이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게 이런 주장이에요. 


대체 왜 키보드질이 셔터질보다 열등하다 단정 짓는 거죠? 왜 셔터질은 예술이 되는데 키보드질은 문제 되는 행위라고 단정 짓는 거죠? 왜 사진 찍는 행위가 노가리 까는 행위보다 우월하다 단정 짓는 거죠? 왜 더 잘 찍으면 아무 말이나 해도 되고 못 찍으면 닥치고 있으란 식으로 말하는 거죠?


그거야말로 타파해야 할 고정관념들입니다. 사진가의 전형은 그냥 조낸 사진 열심히 잘 찍는 사람이라고 너무 딱 하나로 고정시키는 거야말로 문제의 본질 아닐까요? 평론가라고 글만 쓰는 게 아니라 사진 찍는 사진가 겸 평론가도 있을 수 있고 사진 거의 안 찍고 키보드 두들기며 노가리 까는 사진가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진 하는 분들이 이상하리만치 글을 괄시하는 경향이 강한데… 사진 예술의 역사 이제 겨우 100년 남짓이지만 문학의 역사는 수천 년입니다. 그깟 사진 치켜세우기 위해 글 우습게 여기지 마세요. 사실 이런 발언 뒤에 숨은 심리는 간단합니다.

사진 자주, 잘 찍지도 않으면서 키보드나 두들기는 너 같은 이들은 사진사의 이름을 더럽히는 짝퉁 가짜 사진사고 묵묵히 열심히 사진 찍는 나 같은 사람이야말로 진짜 사진사!

라는 건데… 그런 거로 우월감 가지고 차별하려 들고 그러는 거 별로 좋은 거 아닙니다. 다른 게 병이 아니에요. 자기 딴에 예술 좀 한다고 특권의식 가지려 들고 거들먹대는 거, 작가증 따기 위해 별별 해서는 안 될 짓 하고 다니는 거, 작가증을 돈 받고 파는 거, 작가라고 자랑하고 다니는 거, 작가임을 내세워 성추행 일삼고 자연파괴 하고 다니는 거… 그게 바로 소위 작가병·예술병입니다. 약도 없는 병 말이죠.


대체 그깟 호칭이 뭐 중요하겠습니까. 중요한 건 사람이죠. 그래서 말인데 재차 부탁드리오니 제발 저 작가라고 부르지 좀 말아주세요. 사람 하나 살려주시는 셈 치고 제발 좀 -_-;; 전 그냥 애 아빠면 됩니다. :) 아니면 오럴그래퍼라고 불러주시면 제 맘이 참 편할 거 같아요. 전, 입진사니까요. ㅋㅋ


원문: 마루토스의 사진과 행복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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