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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아이들에게 미술 시간을 선물하는 브랜드: f(x) 루나가 애용하는 착한 가방 이야기

조회수 2018. 5. 28. 18: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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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가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서울 은평천사원에는 한 달에 한 번 특별한 손님이 찾아온다. 에이드런 미술 선생님이다. 미술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크레파스를 쥐고 물감을 짜는 손보다 입이 더 바쁘게 움직인다. 이 미술 수업은 ‘그리기’보다 ‘이야기하기’에 더 중점을 둔다.

어떤 행성을 만들고 싶니?
거꾸로 행성이요. 거꾸로 행성에서는 다 거꾸로예요. 빵점이 제일 좋은 거예요.

아이들의 그림 속엔 돌고래가 하늘을 날고 바다에 꽃이 핀다. 순수함을 잃어버린, 세상을 너무 알아버린 어른들의 세계에선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어쩜 저런 말들을…

그 말들은 고스란히 말 수첩에 기록된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에이드런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다. 디자인 세계에서 영감이란 모든 일의 시작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패턴으로 형상화되고 제품에 입혀져 판매된다.

보육원 아이들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햇님맞이색 지갑

“이쁜데 취지까지 좋아”


지난해 여름 걸그룹 에프엑스 f(x) 루나는 에이드런이 제작한 가방을 멘 사진 한 장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보육원 아이들에게 미술 시간을 선물하는 감각적인 브랜드… 이쁜데 취지까지 좋아(f(x) 루나_
에이드런이 제작한 ‘소풍 가는 개미씨’ 가방을 멘 루나

예비사회적기업 에이드런은 아동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미술 시간을 선물하고 그 이야기가 담긴 디자인 상품을 제작해 판다. 수익금의 일부는 다시 아이들의 미술수업으로 돌아간다. 


루나가 칭찬한 가방의 이름은 ‘소풍 가는 개미씨’다. 숲을 걷던 한 아이가 바쁘게 지나가는 개미를 보고 한 말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소풍 가는 개미 씨’ 가방

가방과 휴대폰 케이스, 파우치, 지갑 등 패션잡화류를 판매하는 에이드런의 제품에는 이처럼 희한한 이름들이 많다. ‘나는 커서 체리나무가 될 거야’ ‘차가운 꽃이 피었어요.’ ‘햇님맞이색’ 등. 

에이드런이 제작한 가방과 파우치
‘나는 커서 체리나무가 될 거야’ 카드지갑

아이들을 응원하는 대화형 미술 수업


6살에서 9살까지의 꼬마들은 대화형 미술교육 시간을 ‘오늘은 에이드런 하는 날’이라고 부른다. 이날은 그 어느 때보다 수다쟁이가 된다.

아이들을 만나보면 외부인을 반겨줄 줄 알고 밝고 맑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편견을 갖고 있어요. 그저 불쌍한 아이, 도와주어야 하는 아이들로 쳐다보는 시선이 있지요. 그 시선을 거두게 하고 싶었어요. 그들도 보통의 아이들과 똑같은 아이들이란걸요. 모든 아이가 존중받는 세상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최재은 공동대표)
아이들은 미술 수업시간을 ‘에이드런 하는 날’이라고 부른다.

최 대표는 “미술엔 정답이 없다”며 “절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뭘 그리든 혹은 아무것도 그리지 않아도 지지해주고 응원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드런이 팝업 스튜디오로 임시 활용하고 있는 공공그라운드 지하 1층 벽면에는 아이들의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 수놓아져 있다. 

제품마다 그 제품의 탄생 배경을 적은 안내장과 메모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패턴카드가 곁들여진다.

입시 학원 동기생에서 공동대표로


에이드런 활동은 미술교육과 디자인으로 크게 양분화돼 있다. 미술교육연구소는 최재은 대표가 디자인 쪽은 김지민 대표가 총괄한다.


미대 진학을 준비 중이던 두 대표는 2011년 홍대 앞 입시학원에서 처음 만났다. 대학 진학 후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았지만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봉사라는 공통분모다.

청소하기, 설거지해주기 등의 봉사보다는 저희의 전공을 살려 아이들의 정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것이 에이드런의 시작입니다. (김지민 대표)
최재은(좌), 김지민(우) 에이드런 공동대표

에이드런은 서울 은평천사원과 용산구의 영락보린원 등 2곳에 매달 한 번씩 수업을 진행한다. 2년이 넘었다. 한터라는 탈북민 시설의 아이들과 1년 동안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체 진행은 전문예술강사가 이끌고 봉사자들이 아이들을 일대일로 지도한다. 김 대표는 “초등부와 유치부로 나뉘는데 10살이 되면 졸업을 하는 형식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정서적으로 한번 분리 상처를 겪었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라 무조건 지지해주는 시간입니다. 3학년이 되면 아이들에게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졸업하는 거야’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거죠. 우리의 목표는 지속성이지 대상 확장이 아닙니다.

아이가 아이를 돕는 경험으로 자부심 고취 


에이드런은 보육원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을 돕는 캠페인을 3차례 진행했다. 첫 캠페인은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상품을 만들고 판매 수익금을 아프리카 우간다 아이들에게 기부했다. 지난해에는 소아암 아이들의 치료비로 전달했다. 아이들 그림을 수놓은 운동화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목표액의 500%를 초과 달성했고, 수익금은 아이들의 이름으로 기부했다.

보육원 아이들에게 ‘넌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걸 인식시켜주고 싶었어요.

이 아이디어는 서울시 사회적경제 아이디어대회 위키서울에 선정됐고 에이드런이 사회적기업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운동화에 수놓아진 아이들 그림

다른 아이들을 돕는 경험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어떻게 남아 있을까. 지난 연말 30여 명의 어린이들이 백혈병어린이재단으로부터 착한 어린이 상장을 받았다. 상장을 전달받은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생님에게 질문 세례를 쏟아냈다.

선생님, 제가 누구한테 도움을 줬어요?
그 애 이름은요?
그 애는 어디가 아파요?
제가 어떻게 도와준 거예요?

선생님은 “병원에 있는 아이들이 너희들의 도움으로 치료를 잘 받아 빨리 나을 될 거야”라는 답을 해줬다. 아이들은 뿌듯해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에이드런은 더 많은 아이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올해에는 한 달에 한 개씩 새로운 패턴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이들을 만나고 오면 긍정의 마음이 생겨요. 우리가 긍정의 마음을 심어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우리한테 심어줍니다.
에이드런은 공공그라운드 지하 1층에 임시 팝업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벽에 걸린 한 아이의 이야기가 두 사람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바람 드래곤,물 드래곤,용암 드래곤, 그런데 바다 위의 화산이 폭발했어요.
어! 화산이 폭발해서 바람 드래곤의 꼬리에 닿았네?
괜찮아요. 여기서는 아무도 안 죽어요. 여기는 꿈과 희망의 세계거든요.

원문: 이로운넷 / 필자: 백선기 / 사진: 에이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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