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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위치가 궁금하다면 이 '인문학' 지도를 주목하라

조회수 2018. 5. 9.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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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너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만화 주인공이 곤경에 빠졌을 때 주변 인물이 자주 외치는 대사다. 비단 만화 주인공 뿐 아니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에서 헤매는 우리에게 사람들은 말한다. 도대체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무엇을 하는 것일까…

이 질문의 주어를 ‘우리’로 확장하면 또 다시 전혀 다른 차원의 질문이 된다. 그러니까, 지금의 시대는 도대체 어떤 시대란 말인가? 문장의 성격이 다시금 극적으로 바뀌면서, 이 말의 무게와 폭력성은 한 개인을 넘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강력하게 힐난하고, 또한 추궁한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우리’에 대해서 꼭 알아야 할까…?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생각하는가』의 저자인 오카모토 유이치로 씨는 이러한 무게감을 이겨내고 “지금 세계의 철학자들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우리는/세계는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런 생각들을 합니다.”라는 현장 요약 보고서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이 보고서의 초점은 이 질문이 주로 던져지는 몇 가지의 ‘계기’에 놓여 있다. 

  1.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그를 통해) 우리의 태도나 생각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원동력인 새로운 기술과 지식이 있고(바이오테크놀로지, 인공지능),
  2.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맥락이자 환경이 문제가 되며(자본주의 체제, 온난화 등 생태적 위기),
  3. 이런 변화 속에서 급진적인 도전에 맞부딪치는 오래된 태도나 세계관과의 갈등이 있다(종교의 문제).

이 주요한 계기들에 얽힌 질문과 대답들을 통해 “지금 세계의 철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일본어 원제)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자 의도다.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누구나 ‘지도’는 가질 수 있다 


책에서 다루는 것들은 모두 ‘지금, 여기’의 문제들로 신문이나 잡지, 방송을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나 주제들이라서 친숙하고 낯설지 않다.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해 최근의 철학자들이 내놓은 논점이나 주장이 구체적인 논문에 근거해서 소개한다.


그러나 그 내용이 흔히 생각하는 ‘철학’의 이미지와는 매우 거리가 멀다. 상세한 철학적 논변이나 난해한 개념은 모두 생략한 채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그 주장의 핵심적인 요지만을 설명하니까.

가지 마세요… 진짜 어려운 책 아닙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핵심적인 요지만을 설명한다는 것은 장점이라면 장점이지 결코 단점이 될 수 없다. 우리가 낯선 곳을 탐험할 때 전체적인 지형을 알 수 있던 지도를 지참하듯, 자칫 하나의 분야에 깊숙하게 빠질 수 있는 약점을 극복하고 이렇게 전체적인 ‘지형도’를 그려주는 책은 분명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심지어, 필자가 저 넓은 분야의 저술들을 언제 다 읽었을까 경악스러울 정도이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면 딱딱한 철학책으로 알고 독자가 줄어들까 봐 역자와 출판사는 아주 신중하게 (정말 너무나 열심히) 제목과 본문에서 ‘철학(자)’을 지우려고 노력한 듯 보인다. 그럼에도 이 책이 영 어려워 보인다면 제1부에서 다루는 1990년대 이후의, 우리 세대(지난 30년간)의 철학적 조류에 대한 개관을 건너뛰어도 좋다. 결국 우리가 궁금한 것은 미래, 그러니까 나머지 부분(제2~6부)이 아니겠는가.

할 수 없는 것은 과감하게 뛰어넘자!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해설자가 선보이는 ‘미래’


저자 오카모토 유이치로 씨는 현재 현대 철학에 대한 대중적인 해설자로 일본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저술가다. 복잡한 맥락과 쟁점, 주장의 요지를 이렇게 쉽고 명료하게 물 흘러가듯 쓸 수 있다는 것에서 저자로서의 내공과 기예가 보통이 아님을 보여준다.

심지어 어느 정도의 중년미까지 가지고 계신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다만 각 쟁점을 소개할 때 약간 피상적인 수준에서 논의하는 경향이 없지는 않은데, 이해는 한다. 전체적인 지형도를 보여주는 게 목적인 책에서 “자, 같이 이 문제를 고민해보자.”고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리고 사람에 따라 저자의 어떤 편향성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인데, 이 정도면 상당히 중립적인 위치에서 서술하는 데 성공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제2~6부 사이에 페미니즘 철학과 퀴어 이론의 도전이 없다는 것은 다소 아쉽다. 물론 자본주의를 다룬 부분이나 종교를 다룬 부분에서 정치철학적 논쟁을 조금은 소개하지만, 서구적 자유민주주의의 한계와 타자성을 중심으로 한 급진적 민주주의의 고민을 독립적인 장으로 다루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생각하는가』를 통해 소개된 다른 자료들은 상당수가 번역되어 독서 안내서로도 충실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가장 강력한 장점이기도 하다. 이 장점만으로도 위에서 트집 잡은 걸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자. 이런 책을 안 보고 세상을 논하다니, 지금 뭐 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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