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패션은 이제 그만! '비건' 입으세요
8년 전 고향 방문길에 데려온 고양이 한 마리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내 고양이는 소중해’에서 다른 고양이들이 내 고양이처럼 느껴지더니 ‘생명체라면 최소한 고통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로 점점 확대됐다.
그 무렵 구제역으로 생매장되는 가축들을 뉴스에서 봤다. 양윤아 비건타이거 대표는 고통받는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싶었다. 그는 패션업계에서 동물보호단체로 직장을 옮겼다.
비건 패션의 출발은 생명존중
그는 3년 동안 동물보호 활동가로 지내며 동물 학대를 고발하고 구조 역할을 맡았다. 입양 캠페인· 구조 동물 모금 활동을 벌이며 국내 최초로 인조모피 패션쇼에 참여했다. 3년여가 지났을 때 그는 패션디자이너로 생명존중의 가치를 퍼뜨리기로 마음먹었다. 소셜벤처 ‘비건타이거’의 탄생 일지다.
비건타이거는 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 혁신파크에 둥지를 틀었다. 꽃샘추위로 봄이 무색했던 4월. 혁신파크 사무실에서 양윤아 대표를 만났다.
처음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도 난감했다고 한다. 봄여름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가을과 겨울 패션에는 동물소재가 1%라도 섞이지 않는 제품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 대표 스스로 만들기로 했다.
구찌, 베르사체 등 명품업계도 모피 아웃 동참
비건 패션이란 동물 가죽과 털, 실크 등을 사용하지 않는 패션을 말한다. 진짜 가죽과 모피 제품임을 앞세워 디자인 업계를 주름잡던 구찌나 베르사체·조르조 아르마니 등 해외 명품업체도 최근 동물 모피 사용 중단(Fur Free)을 선언했다.
첨단공학에 힘입어 대안 원단이 등장하고 잔혹하게 희생되는 동물들의 실태가 알려지면서 이른바 인조 모피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짝퉁이 아니라 새로운 소재”
비건타이거는 대체 원단으로 의류를 제작해 판매한다. 인조 모피, 데님 재킷, 스웨이드 재킷, 로브 등이 대표 상품이다.
양 대표는 2015년 11월 비건타이거를 론칭했다. 그의 패션은 영국의 유명 잡지 ‘Culture Trip’에 한국을 대표하는 비건 패션 브랜드로 소개될 정도로 성장했지만 판매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그럼에도 가방이나 신발이 아니라 의류에 집중하는 이유는 파급 효과가 가장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라벨링을 꼭 확인해주세요
그렇다면 어떻게 비건 제품임을 알 수 있을까. 양 대표는 제품을 구매할 때 라벨링(제품 성분표시) 을 꼭 살펴볼 것을 충고했다. 울·알파카·캐시미어·실크는 동물성 섬유다.
수익금 일부는 동물보호 활동에 기부
그는 판매 수익금이 생기면 그 일부를 동물보호 활동에 쓴다. 첫해에는 모피 반대 캠페인 단체에 기부했고 지난해에는 WWF(세계자연기금) 한국지부의 야생 호랑이 두 배 늘리기 캠페인을 후원했다. 고양이 보호단체에도 기부했다.
비건 축제로 공감대 확산
비건타이거는 해마다 2차례씩 비건 페스티벌을 연다. 페미니즘·성소수자·장애인·독립출판사·동물실험 반대 운동처럼 전달하는 메시지는 다양하지만 동물보호나 환경보호를 추구하는 공통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첫해인 2016년에는 60개 부스에 1,800명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고 지난해 4회 때는 80개 부스에 무려 7,000명이 넘는 사람이 다녀갔다.
비건타이거는 오는 5월 제5회 비건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원문: 이로운넷 / 필자: 백선기 / 사진: 비건타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