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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버리지 마세요, 새것처럼 고쳐드릴게요!"

조회수 2018. 4. 20. 15: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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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일반 서비스센터보다 더 저렴하다.

소비 만능시대. 쉽게 사고 버리는 탓에 지구는 온갖 폐기물로 몸살을 앓는다. 하지만 폐기물도 잘 활용하면 소중한 자원이 된다. 쓰임을 다해 버려진 물건들에 새 숨을 불어넣는 신기한 새활용 세상을 소개한다.



가전제품 수리 해결사 ‘인라이튼’

인라이튼 직원이 막 입고된 고장 난 가전제품을 촬영한다. 이 정보는 카톡을 통해 택배 물건을 보낸 고객에게 바로 전송된다.

업사이클링의 메카 성동구 서울 새활용플라자 1층. 이곳에 둥지를 튼 인라이튼 사무실에 들어서면 고장 난 전자제품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다. 하루 50건. 매월 1,000건가량의 제품들이 이곳에 모여든다. 대부분 배터리 고장이다. 

요즘 사물인터넷 시대라고 하지만 실은 배터리 중심 시대입니다. 무선 제품마다 배터리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어요. 배터리만 교체해주면 더 오래 쓸 수 있는데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기용 인라이튼 대표)
수리 대기 중인 제품들.
수리 대기 중인 제품들.

배터리는 소모품이다. 수명이 다하면 교체해줘야 한다. 신기용 인라이튼 대표는 제품의 수명과 배터리 수명의 차이로 멀쩡한 제품이 버려지는 자원 낭비 문제에 주목했다. 서울에서만 해마다 4,000톤 이상의 소형가전이 버려진다. 

어찌나 속이 다 시원하던지요. 배터리만 교체하면 끝나는 문제였는데 그냥 버렸으면 너무 아까울 뻔했어요.
아무리 충전해도 5초밖에 작동하지 않았던 우리 집 청소기가 새 제품이 돼서 돌아왔어요.

인라이튼 블로그에 올라온 고객 평이다.

직원들이 수리된 제품을 출고 전 최종 확인한다.

하나의 제품이 생산에서 폐기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전과정평가(Lift-cycle assessment)에 따르면, 무선 청소기 1대를 1주기 더 사용할 때 절감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소나무 10.8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다. 


무선 청소기 배터리의 1주기는 약 2년이다. 소셜벤처 인라이튼은 2016년부터 배터리 교체와 클리닝 서비스를 통해 무선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배터리 뉴(Better RE new)’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서울 성동구 용답동 서울재활용플라자 1층의 인라이튼 공장

제품의 수명을 늘리는 2가지 방법


무선 제품은 1-2년 쓰다 보면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 맞닥뜨리곤 한다. 배터리 문제다.

“우리는 수리할 때 새 제품에 들어 있던 일반 배터리보다 더 오래가는 고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해드립니다.”

새것일 때보다 제품을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리비는 배터리 가격과 공임비를 최소화해 일반 서비스센터와 비교했을 때 약 30% 저렴하다. 이 서비스는 특히 해외 직구로 물건을 구매한 고객들 사이에 인기다. 직구 제품들은 국내 판매망을 통해서는 A/S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전제품 상당수는 해외직구로 A/S에 어려움을 겪는 제품들이다.

배터리 교체 작업 현장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두 번째 방법은 클리닝 서비스다. 제품을 오래 쓰다 보면 부품에 먼지가 잔뜩 낀다. 미세먼지가 쌓이면 제품 고장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사용할 때 먼지가 밖으로 배출될 수 있어 집안 공기의 질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클리닝 서비스를 신청하면 제품을 일일이 분해해 닦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집진실에서 모터나 필터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천연세제로 닦아낸다. 고온 스팀살균과 자외선 살균 처리 과정을 거치고 나면 새것처럼 깔끔해진다. 신 대표는 “매월 1,000건 이상의 무선 가전제품을 고쳐 쓰는 것만으로도 2억여 원의 환경 비용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클리닝 서비스는 분해와 세척 조립의 과정을 거친다.

배송부터 수리 폐기까지 친환경적


인라이튼은 고장 난 제품들을 택배로 받는다. 이때 고객이 요청하면 특수 제작된 안심 박스를 보내준다. 파손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부피가 큰 상자를 구하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서다. 안심 박스는 재사용할 수 있도록 튼튼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었다. 포장 완충재 역시 생분해성 필름을 사용한다.

안심 박스는 왕복 최소 50회 이상 쓰입니다. 그동안 수천 개 이상의 종이 상자를 아낀 셈이죠.
택배용으로 특수 제작된 안심박스

수리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은 수거 업체를 통해 안전하게 재활용된다. 인라이튼의 수리 과정은 제조업체에서 이뤄지는 일반 서비스센터와 다르다. 최소한의 부품 교체 방식으로 버려지는 물건들을 최소화한다. 

청소기 모터가 고장 났을 때 열어보면 회로의 소자 1개가 나간 경우가 있어요. 그 소자의 원가는 2~3원 수준입니다. 우리는 그 소자 하나만 바꾸고 일반 서비스센터에서는 모터를 통째로 바꾸지요. 극단적인 예지만 모터를 바꾸면 25만 원의 비용이 들고, 소자만 바꾸면 원가+공임비만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소비자는 경제적 이득을 보는 것이고 폐기물이 적게 나와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남다른 수리방법은 기술 장인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기술 장인들의 명맥을 잇다


인라이튼에는 4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기술 장인들이 함께한다. 용산전자상가와 세운상가 등에서 수리로 이골이 난 장인들이다. 이들 덕분에 인라이튼은 배터리 교체는 기본이고 온갖 고장 난 가전제품을 수리하는 전자제품 토탈케어서비스 전문 업체로 거듭났다.

이분들의 기술력은 대단합니다. 제품이 고장 났을 때 대기업의 수석 엔지니어가 와도 바로 못 고치는 일들을 이분들은 해낼 수 있어요. 오랜 시간 동안 경험한 결과이지요. 이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귀중한 기술적 자산이 증발해 버립니다. 이를 어떻게든 전승해야 합니다.
기술장인에게 수리 방법을 사사 받는 마이스터고 학생.

인라이튼은 이를 위해 기술 장인과 후계자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현장에는 성동 마이스터고 전자과, 전기과 출신 학생 3명이 인턴사원으로 근무한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교과서나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알짜 지식을 기술장인들로부터 습득한다. 이 중 한 명은 올해 2월 1년 동안의 수습을 마치고 정식 채용됐다.



‘어두운 곳을 비추는 별이 되고파’


신 대표의 오랜 별명은 고래다. 어릴 적 옆집에 살던 이웃집 아저씨가 붙여준 별명이란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동물들 사이에선 한 마리가 병들거나 다치면 무리에서 도태됩니다. 하지만 고래 사회에선 그 한 마리를 다른 고래들이 이고서 천천히 이동합니다. 성장하면서 저에겐 그런 고래의 모습이 인류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의 본업은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의 사랑 방식은 이렇다.

제가 배운 디자인의 참모습은 좀 더 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기업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제품이 빨리 버려지거나 망가져 새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합니다. 전 우리가 배운 그대로 정말 좋은 디자인으로 더 오래 쓸 수 있고 쓰임을 다한 후에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전자제품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요즘 즐겨 탄다는 전기자전거 앞에선 신기용 인라이튼 대표

그의 철학은 인라이튼이란 회사명으로도 요약된다. 인라이튼은 어두운 부분을 밝게 비춘다는 뜻이다. 그는 가전제품 수리 전문점을 하기 앞서 전기 없이 살아가는 15억 인구가 등유를 쓰면서 파생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태양광 램프를 만들었다. 램프사업이 어려움에 부딪히자 원가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배터리 부분을 연구하다 휴대폰용 외장형 보조배터리를 개발했다. 


그는 “에너지란 밝은 곳을 더 밝게 비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어두운 곳을 밝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어둠을 밝게 비추는 반짝이는 별이 되는 것. 인라이튼이 닮고 싶은 모습이다.


원문: 이로운넷 / 필자: 백선기 / 사진: 인라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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