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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과 패럴림픽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라.”
ㅍㅍㅅㅅ 작성일자2018.04.02. | 473 읽음

장 도미니크 보비는 세계적인 패션 잡지 《엘르》의 편집장이었다. 잘 나가던 그는 1995년 어느 날 쓰러진다. 뇌졸중이었다.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으로 온몸이 마비됐다. 움직일 수 있는 신체 부위라고는 한쪽 눈꺼풀이 유일했다. 모두 절망할 때 그는 평생 하던 일에 다시 도전한다. 글쓰기였다.


눈을 깜빡여 알파벳 신호를 보냈다. 헌신적인 언어치료사와 당시의 첨단 의료 장비가 그를 도왔지만, 보비는 쉼 없이 눈을 깜빡여야 했다. 15개월 동안 무려 20만 번이나. 자전적 소설 『잠수종과 나비』는 그렇게 탄생했다. 1997년 책이 출간된 지 8일 후 눈을 감는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흘러내리는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영화 〈잠수종과 나비〉의 한 장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는 12세 소년 마틴 피스토리우스.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던 이 소년에게 불행이 닥친다. 의식이 없어지고 온몸이 마비됐다. 4년 후 의식이 돌아왔지만, 가족이나 의료진 누구도 그 사실을 몰랐다. 그런 채로 더 긴 시간이 흘렀다. 무려 9년이었다. 병간호에 지친 부모는 마틴이 알아듣는지 모르고 ‘차라리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그를 돌보던 간병인 한 명이 마틴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마틴은 그때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다.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받으며 신체 일부도 움직일 수 있었다. 자전적 에세이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Ghost boy)』를 출간했다. 마틴은 유령처럼 보낸 13년을 이렇게 회고했다.

문을 완전히 닫고 무념무상의 상태로 있거나, 삶의 사소한 세부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나는 시간 다루기의 달인이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1955년 4월 미국의 한 연구소를 방문했다가 쓰러진다. 복부 대동맥류 파열로 인한 내출혈. 의료진은 내출혈을 멈추게 하기 위한 수술을 권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아인슈타인은 수술 대신 자신의 안경과 연구 노트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이튿날 새벽 그는 눈을 감는다.

인공적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품위 없는 일이다. 주어진 일을 마쳤고, 이제 떠날 시간이니 우아하게 떠나고 싶다.

스티븐 호킹 박사. 지난 3월 14일 눈을 감았다.

지난 3월 14일(현지시각) 세계적 이론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이 세상을 떠났다. 워싱턴포스트의 부고처럼 그는 “최악의 신경 질환을 극복하고, 우주의 가장 심오한 비밀을 탐구했으며, 전 세계에서 인간 정신력의 상징이 된 물리학자”였다. 


호킹은 21세이던 1963년, 앞으로 2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희소병인 퇴행성운동신경질환(일명 루게릭병)이었다. 두 손가락만 겨우 움직이는 상태로 우주의 비밀을 풀고 수많은 연구 결과를 남겼다. 휠체어에 부착된 음성합성기로 대화를 나누고 강연했다. 말년에도 뺨 근육의 움직임만으로 컴퓨터를 작동하며 연구를 계속했다.


호킹이 눈을 감던 무렵은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었다. 그곳에도 수많은 ‘스티븐 호킹’이 있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신의현 선수는 불굴의 투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을 딴 아이스하키팀의 골키퍼 유만균 선수는 한때 야구 유망주였다. 산업재해로 다리를 잃은 휠체어컬링의 정승원 선수는 환갑이라는 최고령의 나이에도 대회 내내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호킹에 보내는 찬사가 지금도 계속된다.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한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찬사를 보내고 싶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포기하지 않는 도전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다시 한번 입증했다. 모두가 금메달감이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에서의 호킹.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라.”

원문: 책방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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