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조회수 2018. 3. 21. 16: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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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못한 가족보다, 가족 못지않은 남과 같이 사는 것은 어떨까?

가족.


가족이라는 단어를 입안에 굴리다 보면 까슬까슬한 여러 감정이 오간다. 이내 하고 싶은 말을 꿀꺽, 그저 힘겹게 넘겨버리곤 한다. 선뜻 말이나 글로 남기기 어려운 것. 그것이 나에게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이었다.


오손도손 같이 살면, ‘또 다른’ 가족이 되는 걸까?그렇게 ‘가족’들과 살면 그곳은 ‘집’ 이 되는 걸까?남보다 못한 가족보다, 가족 못지않은 남과 같이 사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바로 ‘대안 (alternative) 가족’이다

도시: 태국 치앙마이

코리빙 하우스 운영 기간: 총 9개월

시즌 1. 6개월 (2016년 11월 ~ 2017년 4월)

시즌 2. 3개월 (2017년 12월 ~ 2018년 2월)

참고 : Matehaus 

‘대안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태국 생태농장에서 함께 일하던 프랑스 친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는 베트남계 프랑스인인 레즈비언이다. 그녀의 가족은 그녀가 커밍아웃한 10대 때부터 30대 후반인 지금까지도 그녀가 레즈비언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고 있다.


덕분에 그 친구는 꽤나 외롭고 고독한 유년기를 보내야 했다. 가족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녀는 ‘가족은 혈연으로만 맺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선택한 나의 가족, 커뮤니티가 있고, 나는 그들이 더욱 소중하다!’라고 말해서 나는 적잖이 놀랬다.


 

혼인, 혈연에 의한 관계가 아닌, 본인이 선택한 커뮤니티 혹은 가족.


사실 유럽에서는 그녀보다 더 극단적인 대안 가족의 이야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독일 쉐어하우스에서는 다자 연애 (polyamory)를 추구하는 독일인 커플과 (그래서 그분들의 법적 남편 혹은 아내가 방문하기도 함) 따님과 함께 살았다.


즉, 생물학적 어머니, 양육하는 어머니, 현재 아버지의 여자 친구가 다 다른 경우였는데 다들 화목하게 잘 살아서 나만 헷갈렸었다. 물론 너무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나, 결국 본질은 이거다. 모두 본인이 직접 선택한 커뮤니티, 가족이라는 것. 전통적인 혼인, 혈연에 의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 이 관계는 애착과 만족이 크지만, 동시에 수고와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


대안 가족: 전형적인 혼인,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연대의 개념으로 뭉쳐진 가족과 유사한 관계
그래도 음식 앞에 우루루 모여있으면 다들 가족 같아 보인다

수많은 모임과 커뮤니티를 지나며 내가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내가 찾고 있던 커뮤니티는 필요성에 의하여 만나고 헤어지는 그런 티슈 마냥 한번 쓱 만나고 헤어지는 ‘티슈 인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만남은 허무하고 지친다. ‘진정성’에 목말라서 ‘그래 그냥 같이 살아보자!’ 외치고 집을 차린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어떠하냐? 진짜 가족이 생기고, 진짜 그곳은 집이 되었는가.

티슈 인맥: 일회용 티슈 마냥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인맥. 친하지만 ‘적절히’ 친한. 서로 간격을 유지해야 하며, 개인적인 질문은 금지인 관계

가족은 애착과 만족이 크고, 그리고 수고와 노력이 많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가족 같은 공동체, 관계 맺기’에 익숙하지 않다.


해본 적이 없으니까!!!


생각해보니 타는 목마름으로 찾던 ‘가족 같은 공동체’, ‘효리네 민박’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다. 다들 와르르 웃고, 음식을 하는 그러한 공동체는 그 뒤에 정말 수많은 고민과 갈등, 삐짐, 투덜거림, 온갖 집안일, 피곤함 등등이 동반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갈등, 특히 내적 갈등이 묘사되겠는가? 그러니 다들 그 어려움을 쏙- 빼놓고 아름다운 장면, 함께 요리하는 장면만 보면서 일명 ‘커뮤니티’에 대한 환상만 잔뜩 커진 게 아닌가 싶다. 사실 같이 살면 속상한 날들이 더 많고, 혼자 집안일을 하면서 투덜거리는 날들이 더 많은데 말이다!

저 아름다운 그림 뒤에는 집안일, 집안일, 집안일… 설거지, 설거지, 설거지…



커뮤니티 환상만 커진 게 아닐까? 사실 같이 살면 속상한 날들이 더 많은데…


나 자신 역시 뒤 돌아보니 그러한 ‘끈적한(?) 관계 맺기’에 익숙하지 않았다. 인간관계 O2O의 정점에 있었던 나니까! 온라인, 페이스북에서 같이 000을 할 사람을 찾아서,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해야 할 일이 끝나면 깔끔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집으로 사라졌으니까 말이다.


함께 공연을 보고, 또 여행을 했지만, 개인적인 질문은 안 하는 게 매너니까. 그리하여 친하지만 적절히 친한, 필요성을 서로 충족시키는 그런 관계의 전문가였다. 결국 내가 호스트인데 정작 나 자신도 방으로 숨기 바쁜, 혼자 있고 싶은 그런 날들이 이어졌다. 우리는 외롭지만, 정작 이렇게나 관계 맺기에 서툴구나. (그래서 다들 강아지를 고양이를 입양하는 걸까)


인간관계 O2O: 오프라인에 필요한 인간관계를 온라인에서 찾아서 해결. 필요성에 의한 인간관계.

예시: 00 여행 동행 구해요
공동체? 모르겠고… 외롭고… 그래서 다들 고양이를 키우나 보다

최근 심지어는 ‘랜선 이모’ ‘랜선 삼촌’이 있다고 들었다. TV, 유튜브, 인스타그램 속에 존재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애정을 보내는 사람들. 어찌 보면 실생활 오프라인에서는 그러한 이모가, 삼촌이 될 수 없기에 랜선 이모 그리고 삼촌이 된 것이 아닐까.


혹은, 딱 그 정도만 하고 싶어서 그걸 자청하는 건 아닌가? 그리고 나 역시도 ‘적절히 친한’ 그러한 관계가 익숙했기에 막상 집을 시작하고 나니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원했던 것은 그러한 그림뿐이었나. 그 그림 뒤에 있는 내적 갈등, 끈적함, 어려움은 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랜선이모, 랜선삼촌, 랜선집사, 랜선남친: 오프라인에서 없으므로, 온라인 LAN 선으로 대신 충족하는 관계

전통적인 가족이 무너지자 우리는 대안 가족을 찾았지만, 정작 선택한 것은 티슈 인맥이나 랜선 가족이 아니었는가…


원문: Lynn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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