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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면 심심한 사람인가?

하고 싶은 것만 하다가 죽으면 안 되는 건가? 늘 하던 것만 하면 안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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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작성일자2018.03.14. | 8,942 읽음

나는 참 심심한 사람이다. 내가 봐도 재미없다. 아니 솔직히 ‘나는’ 재미있다. 하루하루가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책인데, 이러면 사람들은 또 책 이야기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책이 좋은걸. 사람들이 가끔 늙어서 너무 외로울 것 같다고 말하는데 사실 나는 늙어도 외로울 것 같지가 않다.

출처 : 영화 ‘오만과 편견’

책을 읽을 수 있는 기력과 시력만 있다면 하루가 보너스 같을 것만 같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따분하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책을 좋아하면 따분한 사람, 답답한 사람 취급을 하는 걸까.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나처럼 읽기는 좋아하되 그것에 대해 사람들과 어울려 말하기를 즐긴다거나 침 튀기며 말하지 않으니 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여행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낯선 곳에 대한 반감이 있다. 나는 정해진 곳만 가는 사람이다. 늘 가던 길로 가고 늘 가던 식당에서 늘 먹던 걸 시켜 먹는다. 그렇다, 모험심이 별로 없는 거다.


나의 옛 연인들 중 나의 이런 면을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당연히 그런 남자들과는 연애를 오래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리 힘들지 않다.


연애할 때도 남자 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어도 별로 싫지 않았다. 그 사이 책을 조금이라도 더 읽을 수 있었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도 기다려졌다. 혼자 지하철에서 책 읽는 걸 즐겼으니까.


이쯤 되면 연애를 왜 하냐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늘 책만 읽는 건 아니니까. 위에서 여행 얘길 했는데, 여행을 가더라도 가장 좋아하는 곳은 숙소다. 함께 여행을 가는 가족들은 숙소에 처박혀 있을 거면 비싼 돈 들여 왜 여행을 가냐고 타박을 한다. 하지만 숙소 침대에 누워 챙겨간 책을 읽는 게 가장 좋은 걸… 가족들의 눈치를 살피며 책 읽어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난 여행이 더 싫다.


요리하는 걸 즐기는 것도 아니고 운동은 더더욱 싫어한다. 일단 몸 쓰는 게 별로 나와 맞지 않는다. 차분한 시간을 은은하게 보내는 게 가장 좋다.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건 내가 가진 특기 중 하나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사람들과 만나서 수다 떠는 것도 별 취미 없다. 게임도 못 한다. 두뇌 회전이 느리기 때문에 잔머리도 잘 못 쓴다. 보이는 대로 믿고 행동하는 편이다. 그래서 확실하지 않은 것, 내가 미리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엔 행동이 굼뜨다. 쓰고 보니 한 번 더 나는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이렇게 여행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 먹으러 다니는 걸 즐겨야 하는 걸까? 왜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선 낯설게 바라보는 걸까. 해외여행에서 묵는 숙소를 좋아하면 안 되나?


그곳 침대에서 가져간 소설 읽는 걸 가장 좋아하면 한심한 걸까? 사람들이 나를 보며 답답해하는 것처럼 나 또한 내 아이가 그러고 있으면 속 터진다고 할까? 그렇게 방에만 처박혀 있지 말고 좀 나가서 놀라고 타박하게 될까?


아니라고 장담은 못 하겠다. 왜냐하면 난 게임을 싫어하는데 남편이 게임을 엄청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가 방구석에서 게임을 하는 걸 가끔은 못 봐주겠다. 그런 그는 내가 잔소리를 할 때마다 당신이 책 읽는 것과 내가 게임을 하는 게 뭐가 다르냐고 한다.


그러고 보니 뭐가 다른가. 각자 좋아하는 게 다른 것뿐인데. 책도 나쁜 책이 있고 게임도 좋은 게임이 있을 텐데. 그러고 보면 그는 날 참 잘 이해해줬다. 그러니까 연애할 때도 무서운 걸 못 타는 나를 위해 놀이기구 타는 덴 얼씬도 안 했고 수영 못하는 나를 위해 바다에 가도 바닷물에 발만 담그고 오고. 나는 심심할 뿐만 아니라 왜 이렇게 이기적인가.


사람들은 죽기 전에 새로운 걸 많이 경험해보라고 한다. 안 해본 걸 많이 해보라고 권한다. 근데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만 하다가 죽으면 안 되는 건가 싶다. 난 그러고 싶다. 죽도록 하기 싫은 건 싫다. 그게 남들이 말하는 다이내믹하고 흥미진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난 그저 여태껏 내가 그래 온 것처럼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소설을 기다리고 팟캐스트로 책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기를 쓰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에세이 한 편씩을 적는 일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원피스를 사고 택배를 기다리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사람들이 별거 아니라고 하는 심심한 일들이 내 적성에 딱 맞는 걸 어쩌겠는가?


원문: 이유미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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