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육으로 폭력이 사라질까? '피스모모'의 도전
평화교육으로 폭력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 ‘피스모모’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운다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평화운동을 하는 딸기 씨는 지난한 갈등 끝에 해군기지가 완공되자 자신을 한동안 자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피스모모가 진행하는 평화교육을 만난 후부터요.
피스모모는 2012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평화교육과 관련된 분야를 연구·조사합니다. 더불어 평화교육 진행자를 양성해 그 가치를 널리 퍼트려 세상을 덜 폭력적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평화의 반대는 ‘전쟁’만이 아닙니다.
서울 불광동 혁신파크에 자리 잡은 피스모모 사무실을 찾았을 때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는 제게 ‘평화란 무엇일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평화의 반대 개념으로 전쟁, 테러를 떠올리지만 이는 너무 좁은 의미의 해석이라고 설명합니다.
피스모모가 풀어가는 도구는 교육입니다. 자체 교육 프로그램, 위탁 교육, 시민사회와 연대, 국제간 연대 등으로 점점 확장해가고 있지요.
평화를 전파하는 사람들 양성
피스모모는 평화교육 진행자 입문과정과 심화 과정을 개설하고 평화대학도 운영합니다. 또 학교와 교육기관, 공공기관, 시민단체의 요청에 따라 맞춤형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배움의 주제는 다양합니다. 민주 사회에서 요청되는 시민성과 평화 역량, 군사주의와 지역주의, 민족주의에서 벗어나기, 다른 성별을 이해하기 위한 젠더 감수성 기르기, 대안적 사회를 지향하는 실천가들의 교육론 등입니다.
지난 5년 동안 모모가 진행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누적인원수는 약 3만 5000여 명. 교사와 시민단체 교육활동가, 청소년과 청년, 학부모 등 다양합니다. 모모는 교육자들을 교육하는 이른바 TOT (Training of Trainers) 전문 교육 기관입니다.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우는 교육
모모의 교육 철학은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운다’ 에서 출발합니다.
모모는 이런 서로 배움이 가능할 수 있도록 활동 교안을 만들고 교구를 제작하고 책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지역 활동가 권미영 씨는 2016년 평화교육 진행자 되기 과정을 마치고 함께 수강했던 사람들과 함께 김포에 ‘다가감’이란 교육 공동체를 꾸렸습니다.
– 권미영씨
피스(P.E.A.C.E) 페다고지
피스모모의 모든 프로그램은 자체 개발한 피스페다고지에 기반해 이뤄집니다.
피스란 참여(Participation)· 낯설음(Estrange)·문화예술적 접근(Artistic-Cultural)·창조적 비판(Creative-Critical)· 대화식(Exchange)의 앞 글자를 딴 거예요.
여기서 낯설음이란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여겨졌던 문제들과 부딪혀보면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해보는 과정입니다.
문화예술적 교육이란 놀이와 연극, 몸의 움직임, 소리와 색채 등 문화예술의 요소를 적극 활용해 내재된 평화 감수성을 일깨우는 일입니다.
시민사회와 연대해 행동으로 옮기다
피스모모는 단순한 교육자 양성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2017년 9월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스모모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 앞으로 공개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그리곤 개인의 존엄과 존재의 고유함이 중심에 서는 교육 문화가 이뤄지도록 정책적, 제도적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 태봉(평화대학 수강자)
피스모모와 연대해 활동하는 단체들은 여럿입니다. 무기 거래의 문제점을 알리는 ‘아덱스(ADEX) 저항 행동, 교육을 통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교육연대체 씨앗’, 국가가 외면한 폭력과 고통의 역사를 그 피해 당사자와 시민들이 연대해 복원하는 일 들입니다.
오는 4월에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저질러진 민간인 학살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시민평화법정을 개최할 계획입니다.
세계화를 추구하면서도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이른바 글로컬 연대사업은 피스모모의 주요 사업입니다. 피스모모는 2016년 아시아 남태평양 지역의 30여 개국 회원들로 구성된 아시아 남태평양 국제성인교육협의회(ASPBAE)에 가입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국제 단체 간에 교육의제를 공유하고 당면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대 방안을 모색한다는 전략입니다.
피스모모의 이 같은 평화교육 활동은 폭력성을 몰아내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인정받아 지난 2014년 문 대표는 아름다운 가게의 뷰티풀펠로에 선정됐습니다.
지역을 변화시키는 힘의 원천은 지역 주민의 손에 달렸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문 대표는 아프리카에 지원 활동을 갔다가 크게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는 한계를 느끼고 귀국해 자신이 할 일을 찾으려 할 때 용산참사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피스모모는 출범할 당시 회원 수가 14명에 불과했지만 5년 여 만에 208명이 됐습니다. 그 사이 직원 수도 2명에서 8명으로 늘어났지요. 함께하는 사람들은 교육, 인권, 평화학, 국제정치, 국제개발협력등의 분야에서 활동했던 경력의 소유자들입니다.
창립멤버인 전세현 사무국장은 피스모모에서 일하면서 예전엔 그냥 넘어갔던 일들이 멈춰 서서 덜걱거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피스모모는 지난 연말 평화교육 연구소를 신설했습니다. 탈분단, 페미니즘, 예술, 지리경제 등 서로 다른 주체들이 모여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활동을 모색해보는 겁니다.
침묵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는 힘, ‘나’ 만큼 ‘타인’을 소중히 여기는 모모의 발걸음이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돼 한 사람이라도 덜 아픈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원문: 이로운넷 / 글: 백선기 / 사진: 이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