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쇼, 코끼리 트래킹의 비참한 현실: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여행

조회수 2018. 2. 22. 16: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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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2, 3살인 아기 코끼리에게 고통을 주어 제압한다

지난 2월 초에 M 여행사의 태국 푸켓 3박 5일 패키지 상품으로 미취학 아동을 포함하여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4일 차 일정에 ‘사파리 투어(코끼리 쇼/원숭이 쇼/코끼리트레킹 체험)’가 있었다.


사파리 투어라고 하면 버스를 타고 야생 또는 야생에 가까운 상태의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보러 가는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투어에 참가했다. 그런데 첫 번째 코스인 ‘Elephant Camp’라는 곳에 들어서자마자 사파리에 대한 기대는 무너졌고,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꼈다.

분명히 ‘사파리 투어’라고 되어 있다. 사파리의 정의가 그새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열 마리 정도의 코끼리들이 쇠사슬에 묶여 무거운 안장을 지고, 그 위에 사람을 싣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긴 상아를 가진 야생의 코끼리들이 유유자적 풀을 뜯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상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코끼리들은 상아 남획으로 인한 자연선택으로 상아 없이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코끼리들이 억압된 상태에서 스트레스로 공격성을 나타낼까 봐 사람들이 빼버린 것일까? 사람들이 손톱을 물어뜯듯이 코끼리들이 스트레스로 상아를 벽에 갈아대어 없어진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모두 암컷이라서 상아가 없는 것일까?


코끼리의 눈빛은 흐리고 초점이 없었으며, 힘들고 지쳐 보였다. 조련사들은 코끼리를 조정하기 위해 곡괭이 같은 물체를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코끼리를 내려찍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곡괭이의 이름은 불훅(bull hook)이었다.) 어떤 조련사는 아무 생각 없이 5초에 한 번씩 불훅으로 습관적으로 코끼리를 내리찍었고, 어떤 조련사는 코끼리를 조정할 때만 찍었다.


이 때문인지 코끼리의 피부는 참혹하게 벗겨져 있었고,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않아 덧나있었다. 코끼리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조련사는 코끼리의 귀를 이쪽저쪽으로 밀었는데, 조련사의 손이 닿는 부분부터 귀의 거의 전체 피부, 코의 피부가 온통 벗겨져서 황토색이었다.

조련사가 들고 있는 곡괭이 모양의 불훅이 보인다. 불훅으로 5초에 한 번씩 코끼리를 내리찍는다. 체구가 작은 코끼리에 어른 세 명이 탄다.

당초 생각했던 사파리와 전혀 다른 곳이었기에, 코끼리를 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타야 한다고 했다. 이게 바로 코끼리트래킹의 실체였다. 이 동물캠프의 전모를 보기 위해 일단은 코끼리 위의 안장에 앉았다.


자그마한 코끼리위에 관광객이 편하게 앉아 이동할 수 있게, 코끼리 등에는 팔걸이 의자와 우산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상태로 어른이 세 명이나 탔다.


코끼리는 가던 길을 정확히 따라가는 것 같았지만 조련사는 그래도 코끼리를 계속 곡괭이로 내리찍었다. 눈빛이 흐린 것으로 보아 눈이 멀어서 조련사가 지시하는 방향으로만 걸어가는 것 같기도 했다.

출처: PETA
불훅은 코끼리를 처벌하고 조종하기 위한 도구이다.

‘코끼리트래킹 체험’ 다음 코스는 ‘투계장 체험’이었다. 우리 일행은 투계만은 절대로 보지 않겠다고 거부해서 다음 코스로 바로 이동했다. 일행 중 미취학 아동까지 있었는데 투계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다음 코스는 ‘원숭이 쇼’였다. 원숭이들은 가로세로 높이 1m 정도의 작은 철장 속에 한 마리씩 가두어져 있었다. 그 중 ‘모코’라는 이름의 원숭이는 자기의 성기를 끊임없이 만지고 있었다.


다른 지적 자극이나 사회적 교류가 없는 상태의 원숭이는 그런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영장류의 똑똑한 두뇌가 원하는 모든 활동이 차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곳에서의 ‘원숭이쇼’는 원숭이 목에 줄을 매어 자전거 타기, 코코넛 따기, 농구공 넣기 등의 묘기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쇼’를 보여주던 원숭이 두 마리 중 한 원숭이는 정확한 인사 동작을 하지 못해 우리 일행이 떠난 뒤 구타라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쇼가 끝나자마자 원숭이들은 다시 조그마한 철창 속에 가두어지는 것을 보았다.

목줄을 매인 채 쇼를 부리는 원숭이의 모습
쇼가 끝나자마자 좁고 불결한 철장 속으로 되돌아간 원숭이

다음 코스는 ‘코끼리 쇼’였다. 그곳의 ‘코끼리 쇼’는 코끼리가 코에 훌라후프를 걸고 계속 돌리면서 억지 춤을 추는 것이었다. 코끼리의 코 피부가 다 벗겨진 이유를 그 쇼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코끼리 코로 표창을 던져 풍선을 터뜨리는 쇼도 했는데, 6개 중 처음 2개만 터뜨렸고 나머지 4개는 모두 빗나갔다.


뒤로 갈수록 코끼리는 더 지쳐 보였다. 공연 중 실수를 했다고 코끼리가 가혹 행위를 당하지 않을까 다시 걱정되기 시작했다. 일행들도 황당하고 불쾌한 뜻을 감추지 못했다. 이로써 끔찍한 ‘사파리 투어’를 마쳤다.

국내 굴지의 대형 여행사의 이름을 걸고 이런 동물 학대 쇼를 일정에 포함시켰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또한, 이런 코스를 ‘사파리 투어’라면서 관광객을 모집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태국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패키지 투어 중 잔인한 내용의 ‘악어 쇼’, ‘돌고래 쇼’ 등이 일정에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10년 전 태국 여행에서 ‘코끼리 쇼’를 본 한 친구는 그 불쾌한 경험 때문에 다시는 태국 여행도 패키지여행도 가지 않는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코끼리의 고통에 공감되어 코끼리 등에서 내린 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여행 일행의 분위기를 해치기 싫어 어쩔 수 없이 코끼리 트래킹에 따라갔다는 친구도 있었다.


패키지 투어 일정 중에 동물 쇼나 위장 사파리 투어가 포함되어 있다면, 반드시 어떤 내용인지 꼼꼼히 확인하고, 동물을 학대하는 쇼가 있다면 그 여행 상품은 불매하자. 그냥 그 여행은 가지 않으면 된다.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으로 행동할 수 있으니 매우 간편하다. 이왕이면 그 여행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여행사에 알려서, 많은 여행객들이 ‘동물 학대 쇼’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도록 하자.

 

파잔(phazaan)

새끼 코끼리가 두세 살일 때 야생의 본능을 파괴하고 인간의 명령에 복종하게 하기 위해 치르는 의식을 말한다. 코끼리의 수명은 70살 정도이므로, 두세 살 된 새끼 코끼리는 사람 아기 두세 살과 마찬가지이다.

어린 아기코끼리를 어미와 강제로 떨어뜨리고 사지를 묶고 움직일 수 없는 공간에 넣은 뒤 3~7일 내내 코, 머리, 귀, 코 등 예민한 부분을 송곳과 창과 칼로 찌른다.

이 과정을 파잔 이라고 부르며 절반의 코끼리는 이 과정에서 사망한다. 나머지 절반 중 다시 절반은 정신을 잃고 미쳐버린다.

살아남고 사육도 가능해진 코끼리도 어미를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이 코끼리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사육되는 코끼리는 한 마리의 예외도 없이 파잔을 겪는다.


불훅(bull hook)

코끼리는 무리의 다른 코끼리들과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매일 장거리를 이동하며 살아간다. 자의식과 추리력, 협동 능력, 공감 능력을 포함한 높은 지능을 갖고 있고 인간과 별로 친하지 않다.

이런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갈고리로 계속 찍어서 고통을 주는 방법을 동원한다. 코끼리의 민감한 부위인 얼굴, 귀, 무릎 뒤쪽, 턱 등을 찍는 이 갈고리의 이름이 불훅이며, 불훅의 사용이 금지된 나라도 많다.
출처: PETA
아기 코끼리를 불훅으로 고통을 주어 제압하는 모습.
사육 코끼리

1900년 당시 태국에는 약 30만 마리의 야생 코끼리와 10만 마리의 포획된 코끼리가 있었다. 현재 2천 마리 미만의 야생 코끼리와 약 4천 마리의 포획된 코끼리가 있고 포획 코끼리의 대부분은 관광에 쓰이고 있다.

어린 코끼리들은 길거리에서 구걸에 동원되며, 차에 치여 교통사고를 많이 당한다. 소음으로 청력을 잃거나 불빛으로 시력을 잃기도 한다. 코끼리가 화가 나서 인간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코끼리의 눈을 멀게 만들기도 한다.

트래킹에 쓰이는 코끼리는 온종일, 일 년 내내, 평생 사람들을 태우다가 결국 척추가 손상된다. 코끼리 쇼에서는 코끼리의 신체 구조와 맞지 않는 동작을 연습시키기 위해 더 가혹한 훈련이 진행된다. 야생과 전혀 다른 환경 때문에 질병으로 쇠약해져 일찍 사망하는 코끼리도 많다.


원문: 글 쓰는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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