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2018'에서 뒤늦게 맞춤법을 배우다

조회수 2018. 2. 20.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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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맞춤법, 'F8'키만 있다면 두렵지 않아!

<한글 2018>을 쓰면서 이전 판에서는 거의 쓰지 않았던 ‘맞춤법’(F8) 검사·교정 기능을 매우 생광스럽게 쓰고 있다. 지금도 평생교육 사이트 ‘우리말 배움터’에서 쓰이고 있는 이 검사기는 부산대학교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개발한 ‘아래아 한글용’이다.

<한글 2018>의 맞춤법 검사 교정 기능은 꽤 많이 개선되었다.

<한글 2018>에서는 ‘맞춤법 검사 기능’을 아래와 같이 ‘개선’했다고 밝히고 있다.

최신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고 신조어에 대한 오류 유형을 추가하여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단어도 올바르게 교정할 수 있습니다.

여러 어절로 이루어진 문구, 문맥에 맞지 않거나 어색한 표현도 오류 항목으로 분류하여 보다 적절하고 올바른 예문을 제시합니다. 


<한글>의 맞춤법 기능 ‘괄목상대’하게 되다


<한글>의 맞춤법 기능은 잘못 쓰인 단어나 어구에 빨간 줄로 표시되는데 유독 이번 판에서는 그 빈도가 는 느낌이 있었다.


흠이 보이지 않는 문장에도 빨간 줄이 그어지니 궁금해서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랬는데 아, 이게 허투루 넘길 부분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번쩍 든 것이다.

표시된 부분이 죄다 머리를 끄덕이게 해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부분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고, 또 어떤 부분은 ‘기계의 한계’를 벗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일제의 침략성을’이라고 썼더니 ‘띄어쓰기 오류’라며 ‘침략 성을’로 띄어 쓰라고 하는 경우). 그러나 아래의 사례는 우리말 쓰기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 것들이다.


“……유족들은 살고 있는 집마저 압류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라고 썼더니 대번에 빨간 줄 표시가 떠서 들여다보니 맞춤법 해설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보조용언 용법의 오류’다. ‘뭐지?’ 싶다가 ‘어, 그렇네!’가 되었다는 얘기다.

“‘있다’가 보조용언으로 쓰이면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변화가 끝난 상태가 지속함을 뜻한다. 하지만, 용언에 현재형 어미를 쓰는 것으로 현재를 나타냄에는 무리가 없으므로 ‘있다’는 빼고 씀이 적절하다.”

‘살고 있는’을 ‘사는’으로 바꾸었는데도 의미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살고 있는’으로 쓰는 것보다는 ‘사는’으로 쓰는 게 ‘언어 경제’의 측면에서도 훨씬 옳은 선택이 아닌가.


‘더 이상’을 쓸 때마다 표시되는 빨간 줄, 이번에도 똑같이 머리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더’는 부사로 동사나 형용사, 다른 부사 앞에서 그 뜻을 한정하는 말이다. 그런데 ‘더 이상’은 명사 ‘이상’ 앞에다 ‘더’를 붙인 것이다.

“‘더’는 동사 위에 얹혀서 ‘계속하여’, ‘거듭하여’나 ‘그 위에 보태어’처럼 쓰는 부사인데, 요즈음 어떤 점으로부터 위를 뜻하는 ‘이상’을 혹처럼 덧붙여서 글답지 않게 표현하는 예가 곳곳에 보인다.”

‘글답지 않게 표현했다’고 하는 데 동의하지 못할 이도 있긴 하겠다. 그러나 ‘더 이상’을 ‘더는/이제는/다시는’으로 바꾸어도 뜻은 바뀌지 않는다.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이 있을 수 있겠는데 그것은 ‘더 이상’에 아주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터이다.

“나는 더 이상 그를 찾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 “나는 더는(다시는/이제는/절대) 그를 찾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것이다’로 끝나는 문장을 더러 쓰는 편이다. 주로 앞 문장의 이유나 결과를 서술하는 과정에서다. 따라서 이 뒤 문장은 ‘-하기 때문이다.’로 바꾸어 써도 뜻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놓쳤던 글쓰기 원칙을 환기하다

“그러나 서간도도 약속의 땅은 되지 못했다. 군사를 거느리고 압록강을 건너 서간도 회인현에 들어갔으나 그곳의 관리들이 무기 소지 입국은 불법이라며 무장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문장을 제외하면 “‘것이다’를 지나치게 많이 쓰면 좋은 문장이 될 수 없다.”는데 동의하지 못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관성적으로 그런 문장을 쓰면서 내가 놓쳤던 쓰기의 원칙을 환기해 준 셈이다.

맞춤법 기능은 기계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되다’가 붙으면 일률적으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맞춤법 검사 기능은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조사 ‘의’”를 남발하지 말라고 설명한다. 언제부턴가 즐겨 쓰게 된 ‘-기 위한’과 같은 표현도 ‘-하려는’으로 바꾸어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한다. 당연히 ‘-기 위해’도 ‘-하려고’로 쓰는 것으로 족하다.


‘(진압에) 참가하다’를 ‘참여하다’로 바꾸라는 부분은 두 단어의 미묘한 차이를 고려한 설명이다. “‘참여’는 적극적인 느낌이 강하면서 추상적이다. ‘참가’는 객체적 느낌이 강하며, 단체에 가입하는 것처럼 구체적이다.”라는 것이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으로는 “접미사 ‘-하다’가 붙어 자동사가 되는 명사에 굳이 접미사 ‘-되다’를 붙여 자동사로 만들 이유가 없다. ‘되다’를 분별없이 쓰는 언어 습관은 일본어와 영어의 영향 때문이다.”라고 하는 부분이다.


자동사 ‘소멸하다’라고 써도 될 부분에 ‘소멸되다’라고 쓴다는 얘긴데 사실 ‘-되다’ 대신 ‘-하다’로 쓰면 어쩐지 어색한 느낌을 어쩐지 못한다. 대부분의 국어사전도 ‘소멸하다’와 ‘소멸되다’를 각각 표제어로 올리고 있고, 그 뜻도 ‘사라져 없어지다’와 ‘사라져 없어지게 되다’로 되어 있어 차이가 거의 없다.


사전에 모두 표제어로 오른 것처럼 두 낱말은 일상적으로 쓰인다. 그래서 이걸 굳이 ‘-하다’의 형식으로 쓰는 게 옳은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되다’가 붙은 낱말에는 일률적으로 빨간 줄이 그어지면서 위의 설명이 붙는다는 점이다.

맞춤법 교정 기능이 오류라 판단되면 ‘지나가기’를 선택, 지나가면 된다.

그럴 때 사용자의 선택은 간단하다. 맞춤법 교정 표시가 오류라 판단하면 ‘지나가기’ 단추를 눌러서 ‘오류로 지적된 단어를 교정하지 않고 지나가면 되’는 것이다.


한글맞춤법에 무심한 사용자들에겐 이 빨간 줄 표시가 번거롭고 성가신 모양이다. 인터넷에 이 <한글>의 ‘빨간 줄 표시 없애는 법’이 여러 개 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자신이 맞춤법에 맞게 글을 쓰고 있는가를 살피고 싶은 이들에게 이 기능은 정말 유용하고 멋지다.


<한글>을 쓰는 사용자들에게 이 ‘맞춤법(F8)’ 기능을 체험해 보길 권한다.


원문: 이 풍진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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