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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히는 글쓰기: 어떻게 해야 설득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우선 글의 내용을 최대한 좁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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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글쓰기, 이게 제 직업입니다. 이코노미스트니 애널리스트니 부르지만… 사실은 글 써서 먹고 사는 직업이죠. 그러다 보니 글쓰기 책을 많이 삽니다. 얼마 전 소개했던 『일하는 문장들』도 이런 차원에서 읽은 책이죠.

이번에 소개하는 책 『뽑히는 글쓰기』는 더 실전적입니다. 간단하게 말해 ‘시험을 칠 때 어떻게 글을 써야 뽑힐 가능성이 높냐’는 질문에 답하는 책이라고 할까요? 일단 아래 대목 보시죠. 

소심한 복학생 남자가 미모의 신입생 후배를 7년 동안 짝사랑하다 끝나버린, 흔하고 조금은 맥 빠지는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는 꽤 많은 관객을 모았다. (중략) 영화를 보는 내내 요즘 유행어처럼 ‘고구마를 먹은 것’ 같았다. 눈빛 한번 제대로 교환하지 못한 채 짝사랑 상대를 후배에게 속수무책으로 빼앗기는 주인공 광식이가 짠하면서도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략) 그럼에도 이 영화는 ‘볼만한 영화’로 기억된다. 극 중에서 광식이의 짝사랑 상대인 윤경의 대사 때문이다. 형의 짝사랑은 눈치채지 못했느냐는 동생 광태의 질문에 그녀는 차분이 답한다.

“여자는 짐작만으로 움직이지 않아요.”

이 말은 남자의 명확한 프러포즈를 기다리던 여성에게는 공감을, 짝사랑에 어쩔 줄 모르던 남성에게는 교훈을 주었다. 기특한 유행어가 되어,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중 하나로 기억될 뻔한 이 영화를 꽤 괜찮은 흥행 영화 반열에 올려놓았다. 명확한 메시지는 여자도, 관객도 움직인다.

17~18쪽

저렇게 명확한, 인상적인 카피를 남기면… 아마 제가 논술 문제 채점자라도 점수를 주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어떻게 해야 저렇게 인상에 남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명확한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작업은 ‘주제 좁히기’이다. 주제 좁히기는 구체화시킨다는 의미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라는 주제보다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현행 육아 휴직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제가 더 구체적이다. 다양한 정부정책 가운데 육아 휴직을 콕 집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현행 1년인 육아 휴직 기간을 3년으로 늘려야 한다’가 더 좁은 주제다. (중략) 이렇게 좁히는 이유는 시험 글쓰기의 분량 때문이다(책의 주제도 이렇게 좁히면 좋다!). 시험 글쓰기의 분량은 보통 1,000~1,500자에 불과하다. 이는 글자 크기 10포인트로 A4 용지 한 장을 겨우 채울 정도다.

생각을 펼칠 공간은 종이 한 장뿐인데, 단행본으로 다룰 만한 주제를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 글은 구체성을 잃는다. 구체성을 잃은 글을 우리는 보통 ‘추상적이다’ 혹은 ‘모호하다’고 평가한다. 결국은 채점자의 눈에 들지 않는 글이 되는 것이다.

-
21~22쪽

“글의 내용을 최대한 좁혀라!” 제가 박사 논문 쓸 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처음 교수님을 만나 ‘한국 고령화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논문을 쓰고 싶다고 이야기했죠. 교수님이 빙긋이 웃기만 하더라고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셨겠죠. ‘이 녀석 아직 논문 쓸 생각이 없구먼.’


한참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다시 찾아뵙고 논문의 주제를 말씀드렸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고배당주 특이현상’에 대해 논문을 쓰면 어떻겠냐고 여쭸죠. 그랬더니 갑자기 서가로 가서 몇 권의 논문집을 빼서 주시더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분의 논문을 읽으면 좋다는 이야기는 안 했지만 이미 논문을 다 쓴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내가 아닌 남이 주제를 정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 

‘범위가 넓은 시험 글쓰기에서는 예상 답안지를 몇 개나 써보느냐로 승패가 갈리는구나’, 최악의 전투를 치르면서 손에 넣은 300만 원짜리 교훈이었다.

- 37쪽

속 시원합니다. 즉 최대한 여러 주제로 많이 써보는 겁니다. 시계 놓고 한 시간이면 한 시간, 두 시간이면 두 시간 하는 식으로 정말 시험 치듯 글을 써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1993년 제가 대학원에 진학할 때 평균 경쟁률이 15대 1이었습니다. 요즘이랑 많이 다르죠? 참고로 상당수 경제학과 대학원 입학시험은 논술과 영어시험으로 구성됩니다. 따라서 기출 문제 중심으로 열심히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최선입니다.


당시 스터디 그룹을 짜서 세 명이 돌아가며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으로 모의시험을 수백 번 이상 쳤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 수백 개의 시험을 다 기억하지는 못합니다만 적어도 그 범위 내에서 출제될 경우 당황하지 않고, 또 핵심적인 키워드를 빼먹지 않고 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글 주제가 정해진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제 경우에는 ‘질문이 좋을 때’ 글이 잘 써지더군요. 지금 쓰고 있는 서평이 그렇듯 문제 제기를 잘할수록 좋습니다. 따라서 글을 쓰기 전에 미리 ‘개요’ 글을 씁니다(끝까지 이 ‘개요’가 이어지는 경우는 백에 하나 정도에 불과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의 저자, 최윤아 기자도 비슷하더군요. 

나는 개요 분량이 전체 글의 1/3 정도가 될 정도로 무척 세밀하게 설계도를 작성했다. 개요를 짜는 시간은 시험 시간의 1/3 정도를 할애했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단을 연습장에 적어두고서야 답안지 쓰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세밀하게 설계도를 짜두어야 중간에 규모가 큰 수정을 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 46쪽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글이 용두사미입니다. 열심히 읽고 난 다음 ‘이게 뭐야’라는 탄식이 나오면 그다음에는 절대 그의 글을 읽지 않게 됩니다. 반대로 서론과 결론이 맞아 떨어지고, 더 나아가 본론에 적힌 근거들이 결론으로 순탄하게 이어지면 순간적이긴 해도 지적 쾌감까지 느껴지죠.


용두사미 다음으로 읽기 싫은 글이 중언부언하는 글들입니다. 특히 지시대명사를 많이 쓴 글은 정말 읽기 싫습니다. 글을 읽는 입장에서 ‘그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고민하며 읽다 보면 쉽게 지치거든요.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는 저서 『기자의 글쓰기』를 통해 초년병 시절 선배로부터 “네 기사에서 ‘것’을 다 빼보라”는 지시를 받았던 경험을 소개한다. ‘것’을 빼는 작업은 예상보다 복잡했다. 단어만 바꾸면 되는 문장도 있었지만, 어떤 문장은 통째로 다시 써야 했다. 결국, 금방 끝나리라는 그의 예상과 달리 이 작업에는 5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한눈에 봐도 글은 표현력과 리듬감 면에서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 87쪽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크게 공감한 대목이 바로 ‘노트 정리’였습니다. 저도 한때 제 기억을 맹신한 적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억이 얼마나 쉽게 날아가는지 놀라울 정도였죠. 특히 2년 전, 회사를 때려치우고 아들과 떠난 프랑스 여행에 많은 감동을 받았건만… 돌아와서 보니 기억나는 게 그렇게 많지 않더군요. 사진으로 봐야 간신히 연상되는 정도? 


그 인상적인 풍경과 경치조차 이 모양인데 아이디어는 더 말할 나위가 없죠. 특히 시험을 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디서 출제될지 모르는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기록’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나 다름없다 봅니다.


이전과 달라진 건 바로 ‘노트’였다. 첫 번째 지망생 기간 나는 ‘기록’과 담쌓은 사람이었다. 그때도 신문을 읽었고, 책도 폈다. 글도 일주일에 한두 편은 꼬박 썼다. 그러나 그때는 노트를 펴두지 않았다. 기억력을 맹신해 머리에만 담아 두었다.

시험장에서 머릿속에 넣어둔 글감을 찾아 찾아 꺼내는 일은, 사계절 옷이 한 데 뒤엉켜 있는 옷장에서 얇은 여름 티셔츠 하나를 꺼내는 일 같았다.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글감을 넣지 못한 글을 뜬구름 잡는 것처럼 허황되었다.

-
149쪽

그 뒤로 책을 읽으면 책의 첫 장에 이렇게 인상적인 대목을 기입합니다. 페이지 번호를 적고 그 페이지에서 인상적인 내용 위주로 적습니다. 읽었던 페이지를 덮고 적는 것입니다. 즉 한 번 더 기억하게 됩니다. 이렇게 열심히 노트한 책의 이름은 『경영학 콘서트』(장영재 저)입니다.

마지막으로 꿀팁 하나만 더 소개하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평가 전날, 나는 포털 사이트에 4월 20일을 검색했다. 이날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이 점을 미리 파악하고 시험장에 갔던 나는 장애인과 아파트를 엮어 기사를 작성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장애인 아파트 특별 분양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략) 기사 초반에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라는 사실을 명시해 주목도를 높였다.

- 301쪽

대단하죠? 제가 소개한 것은 책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많은 분이 읽고 도움받으셨으면 합니다.


원문: 시장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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